[더팩트ㅣ강수지 기자] 9일, 넷플릭스 'See What's Next: Asia' 행사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쌔한 기분에 눈을 뜨고 시계를 봤더니 오전 7시 20분. 집합 시간이 10분 남은 상황이었다. 기자는 11시간 30분을 일한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준비하고 오전 7시 30분에 집합할 체력이 도저히 안되는가 보다. 하지만 어디서 그런 힘 솟아났는지, 초인적인 속도로 정신없이 준비해 짐을 챙겨 들고 로비로 뛰쳐 내려가니 다행히 늦지 않았다. 그렇게 버스에 탑승해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첫 번째 일정의 시작은 오전 8시. 장소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었다. 전날 점심 무렵 일정이 추가됐다는 갑작스러운 공지가 있던 바, 때문에 점심시간은 '아주 잠시' 부여됐으며, 오후 2시에 전체 일정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첫 번째 일정과 두 번째 일정 사이에 1시간가량의 여유가 있으니 일정 시작 전, 즉 오전 7시 30분 이전에 숙소 체크아웃을 마치지 못한 인원은 그 시간에 개별적으로 체크아웃을 해도 된다는 대행사 관계자의 공지에 모두 어리둥절.
오전 7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하는 것도, 업무 쉬는 시간 중에 체크아웃을 개별적으로 하고 행사 장소로 돌아와도 된다는 것도 참 생소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체크아웃을 미처 하지 못하고 나온 기자는 어쩔 수 없이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행사 장소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서 체크아웃을 마친 후, 다시 택시를 타고 행사 장소로 돌아오는 비효율적인 동선을 짜야만 했다.
오후 2시 일정 종료. 넷플릭스 측에서 마련해준 귀국 항공편은 오후 7시 30분, 이튿날 오전 1시 30분, 1시 45분 출발 등 모두 세 항공편이었다. 기자는 이튿날 오전 1시 45분 항공편에 배정됐다. 대행사 관계자는 숙소 로비에 오후 10시 30분까지 다 함께 모여 공항으로 이동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내게 남은 시간은 8시간 30분이었다.
참 고생이 많았다.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일정이 모두 끝난 후, 일정 내내 동행한 타 매체 선배와 마주 보며 피식피식 웃었다. 이 남은 시간이라도 잘 활용해 수고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 받아보리라, 이 한 몸 소진해보리라 다짐하고는 감기는 눈, 지친 몸을 이끌고 행사 장소 밖으로 나왔다. 공기가 습했다. 이제 진짜 싱가포르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를 악물고 남은 시간을 즐겼다. 휴대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눈에 스치는 건물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명소'라고 알려진 그곳을 바라보며 "그래도 싱가포르의 명소를 많이 보고 있다"며 웃었다. 저렴한 상품을 많이 팔기로 유명한 상점에 가서 나름대로 쇼핑을 하고, '맛집'을 찾아 칠리크랩도 먹었다. 원래 맛있는 음식인지 배가 너무 고팠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맛은 있더라.
허기를 채운 후 카페에 갔다. "싱가포르가 야경으로 그렇게 유명하다던데"를 연발하던 우리는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궁리했다. 답은 유람선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아 레이저쇼를 하는 시간에 유람선에 탑승했고, 그 유명하다던 싱가포르에서 유람선을 타고 레이저쇼를 관람했다. 그리고 쑤시는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주변에 유명하다는 장소는 다 눈으로 확인했다.
오후 10시쯤 숙소 로비로 돌아와 공항으로 이동할 채비를 마치고 로비에 마련된 소파에 몸을 뉘었다. 이후 대행사 관계자의 인솔에 따라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 창밖에 보이는 싱가포르의 풍경, 반짝이는 불빛이 괜스레 아련했다.
첫 해외 출장에 대한 로망, 넷플릭스 첫 아시아 행사에 참석해 소식을 전달한다는 설렘을 안고 싱가포르로 온 기자에게 남은 건 '고갈된 체력' 뿐. '혹사'라는 단어를 몸소 체험했다.
귀국 항공편에 탑승하는 승객 가운데 세 번째로 비행기에 탑승한 기자는 빠르게 좌석을 찾아 앉았고, 아직 비행기 이륙까지 20분이 남은 것을 확인했다. 그대로 스르르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5시간이 흘러있었다.
2시간 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눈물나게 반가운 한국이다. 자, 이제 집에 가자. 주말 내내 잠을 보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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