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 '마성의 기쁨'의 배우 정수교
[더팩트|성지연 기자] 배우 정수교(32)의 취미는 독특하다. 직접 달력을 그려서 계획을 채워 넣는 것.
쓱쓱 그린 달력 안에 '달리기' '드라마 촬영' 등 크고 작은 정수교의 일상이 빼곡히 적혀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수교가 보낸 1년이 가득하다. 지나고 나면 꽤 멋진 기록물이 된다.
차근차근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기록하는 정수교. 필모그래피 또한 서두르지 않고 탄탄하게, 계획적으로 쌓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2018년도 마찬가지. 정수교가 직접 그리고 계획했던 인생 달력엔 멋진 계획들이 가득했다.
정수교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미워할 수 없는 사채업자 마칠을 연기했다. 또 같은 시기 방영한 MBN 드라마 '마성의 기쁨'에서는 주인공 주기쁨(송하윤 분)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잔인한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범주로 분했다.
같은 시기 방영되는 두 드라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오갔던 정수교다. 마칠과 김범주 모두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안방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담백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5년 차 배우, 정수교를 지난 1일 <더팩트> 사옥에서 마주했다. 아직 인터뷰가 어색하다며 수줍게 웃는 것도 잠시 오가는 대화 속에 배우 정수교의 진지한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마성의 기쁨'과 '백일의 낭군님'이 비슷한 시기에 방영됐다
촬영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웃음). '마성의 기쁨'과 '백일의 낭군님'이 시대 배경도 그렇고 맡은 캐릭터도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연기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 특히 '백일의 낭군님'은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연기한 사채업자 마칠은 극 초반 기억을 잃은 원득(도경수 분)을 꾀어 30냥을 고리대금하는 인물이다. 처음엔 원득이를 힘들게 하지만, 원득이의 말에 크게 깨닫고 개과천선한다. 마지막엔 시청자들이 "귀엽다"고 댓글도 달아줬다(웃음).
- 두 작품 모두 출연한 이유는?
'백일의 낭군님'을 먼저 하기로 결정했었다. 분량을 떠나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중요하다 생각했었다. 마칠이란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가왔었다. 이후에 '마성의 기쁨' 캐릭터 제안이 들어왔는데 촬영 시기가 비슷한 건 알았지만, 마칠과 상반된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욕심을 냈다. 솔직히 작품에 대한 갈증이 컸다. 길진 않았지만,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욕심을 낸 보람이 있었나
만족스럽다. '백일의 낭군님'은 분량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연기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됐다. 아무래도 영화로 데뷔했기 때문에 영화가 익숙하다. 그래서 호흡이 긴 드라마를 경험하는 것 또한 연기적으로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인생작'이 될 것 같은지
하하하. 사실 내 '인생작'은 '친구2'다. 데뷔도 '친구2'로 했고 그 작품으로 좋은 감독님, 좋은 친구(김우빈), 지금의 소속사도 만났으니까. 영화에서는 김우빈의 스님 친구인 혜영을 맡았다. 처음으로 대본 리딩을 할 때는 유오성 선배님만 보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후속편에 출연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연기 경력 5년, 아직 강렬한 '한 방'은 없었다
맞다. 아직 내가 하는 연기는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담백한 연기를 해야 한다.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한 방'은 좀 더 연기를 잘한 뒤에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올 테니까.
그리고 '한 방'을 기다리며 연기를 하진 않는다.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기 때문인데, 그 성과는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 인 거 같다(웃음). 내가 하는 연기, 카메라 앵글, 조명, 음향, 소품 이 모든 것들이 다 어우러져서 하나의 '합'이 완성된 순간 감독님이 '오케이!'를 외치면 그때 오는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롤모델이 있다면
의미는 좀 다르지만, 영화 '내부자들'의 조우진 선배를 보면서 굉장히 희망을 얻었다. 이병헌, 조승우 선배님이 주인공인 영화였지만, 두 분과 비교해도 지지 않는 존재감이었다. 조우진 선배 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
-2019년 계획은?
-사실 별다른 취미가 없는데 딱 하나 있다면 직접 달력을 그려서 이것저것 써놓는 것을 좋아한다. 작은 일상도 적어놓곤 하는데 내년에는 내가 그린 달력에 스케줄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웃음).
인생의 목표, '빅 픽처'를 말하자면…군더더기 없으면서 진솔한 연기를 하는 게 목표다. 묵묵한 시골청년 같은 캐릭터나 휴먼 드라마에 도전하는 게 단기 목표고(웃음). 사람 냄새 나는 연기, 오래도록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