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美 대법관 말 인용해 안희정 판결 비판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앵커브리핑'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1심 무죄 판결을 언급했다. 지난 3월 '뉴스룸'에서 안희정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지은 씨와의 인터뷰를 단독 보도한 손석희 앵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의 시각을 내비쳤다.
14일 오후 8시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17세기 이탈리아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말을 인용해 그의 소신을 밝혔다. 먼저, 젠틀레스키의 일생을 언급했다. 손석희 앵커는 "여성의 당당하고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표현한 젠틀레스키는 과거 성폭행을 당했고, 법정에서 해당 사실을 알렸으나 모두가 그를 비웃었다"며 "화가는 자화상을 통해서 붓, 팔레트를 갖고 세상에 맞서는 여성을 형상화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법원의 1심 판결은 세상에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며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 판결에 대해 말했다. 그는 "법원은 지금의 법체계 하에서는 성폭력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번 법정 다툼은 처음부터, 앞으로도 결론이 정해져 있다"며 법이 누구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냐는 의문을 던졌다.
그는 또,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말을 빌어서 말을 이어갔다. 손석희 앵커는 "긴즈버그의 말은 법이 누구의 관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가 고민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긴즈버그는 '대법관 9명 중 여성은 몇 명 필요하냐'는 질문에 '9명 전원'이라고 말했다"며 "이제야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세상의 절반(여성)을 숨죽이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젠틀리스키는 '당신은 시저의 용기를 가진 한 여자의 영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며 "그는 누군가에게는 투사였을 것이나 누군가에게는 시대의 질서를 뒤흔든 논란의 인물이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긴 시간이 지나 그가 남긴 자화상을 보며 그때와 똑같은 고민에 우리가 빠진 건 아닌가"라며 앵커브리핑을 마무리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안 전 지사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에 혐의와 관련해선 "피고인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명되는 유력 정치인이고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위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개별 공소사실을 두고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을 하는 게 2차 피해의 충격 때문인지 신중히 고민했다"며 "그루밍 상태에 있었던 건 아닌지 혐오 사건에 직면해 학습된 무기력 심리상태가 된 것은 아닌지 봤는데 피해자가 이런 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