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인기비결:SBS 본격연예 한밤①] 환골탈태 '한밤', 부활을 알리다

SBS의 대표 연예정보 프로그램 본격 연예 한밤의 MC 김구라(왼쪽)와 박선영 SBS 아나운서가 손을 흔들며 미소 짓고 있다. /SBS 제공

요즘 방송가는 토크프로그램이 대세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까지 예능과 연예정보, 시사는 물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토크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분야별 이슈와 화제를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 패널들이 참여해 심층적으로 정보를 전달, 눈길을 끈다. 연예정보프로그램도 뉴스보다 스토리텔링에 점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 시대를 맞아 단순 뉴스 소개보다 뉴스 이면의 숨은 얘기를 더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더팩트>는 방송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토크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한밤', 개편 후 다시 '승승장구'

[더팩트 | 박대웅 기자] SBS의 '본격 연예 한밤'은 차별화된 시스템과 콘텐츠로 부활을 알린 대표적 연예 정보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21년 동안 진행됐던 '한밤의 TV 연예'가 폐지된 뒤, '본격 연예 한밤'(이하 '한밤')으로 새롭게 닻을 올려 자존심을 회복했다. 2016년 12월 6일 첫방송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리며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고 있다. '뜯고 맛보고 즐기기 위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시청자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평가다. 새로고침 하기 무섭게 쏟아지는 연예 뉴스의 홍수 속에서도 '한밤'만의 장점들을 잘 살리면서 재밌고 생생하게 안방에 연예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55분부터 1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한밤'의 매력을 파헤친다.

SBS 본격 연예 한밤 출연진인 신기주 기자, 에이프릴 나은, 서재원, 김구라, 박선영, 김윤상, 유재필, 신동헌 기자(왼쪽부터)가 미소를 지으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SBS 본격 연예 한밤 제작진 제공

◆ '한밤'의 변신과 큐레이팅 시스템

'본격 연예 한밤'의 모태는 1995년 첫 방송한 SBS 대표 연예 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다.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졌던 '한밤의 TV연예'는 2016년 3월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물론 완전한 폐지는 아니었다. 21년 이어오던 명맥을 '본격 연예 한밤'에 넘겼다. 거창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왜 '본격 연예' 라는 단어를 굳이 '한밤'의 새 프로그램 이름 앞에 붙였을까. '본격 연예 한밤'의 안교진 PD의 설명은 의외로 간단했다. "본격적으로 연예 뉴스를 다뤄보고 싶었다." 부진했던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본격적으로 알린 '한밤'이다.

본격적인 연예 뉴스를 다루기 위해 제작진은 여러 가지 변화를 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큐레이팅 시스템'이다. 종전 연예계 현장 소식이나 핫이슈만을 전하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큐레이팅' 형식을 도입했다. 또한 전문적이고 완성도 높은 정보 전달을 위해 연예인 출신 리포터 대신 '비연예인' 기자들을 패널로 구성해 신뢰성을 높였다. 형식만큼 내용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 분석과 시각을 담은 리포팅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시청자들은 '한밤'을 본격적으로 고품격 연예 정보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연예계 대표 입담꾼 김구라(왼쪽)와 정통 뉴스 진행자 박선영 SBS 아나운서 조합이 SBS 대표 연예정보 프로그램 본격 연예 한밤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SBS 본격 연예 한밤 홈페이지

◆ 김구라·박선영, 파격적인 '人라인'

연예계 대표적 입담꾼이자 MBC '라디오스타', JTBC '썰전' 등 다수의 방송에서 진행력을 인정받은 김구라와 SBS 정통 뉴스 진행자 박선영 아나운서의 만남은 말 그대로 기존의 틀을 깬 '파격'이다. 사실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연예 정보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실력으로 세간의 편견을 깼다. 안 PD는 "두 MC의 호흡이 정말 좋다. 녹화 방송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좋은 내용들을 많이 만들어낸다"며 김구라·박선영 아나운서가 '찰떡 콤비'라고 설명했다.

안 PD의 말처럼, 박학다식하며 호기심이 넘치는 김구라의 끼와 확실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박선영 아나운서의 정확성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김구라는 한층 신중하면서도 날카롭게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있다. 패널들이 전하는 정보를 듣고 특유의 촌철살인 입담을 뽐내는 것은 물론 간간이 예능감을 발휘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반면 박선영 아나운서는 뉴스 진행 실력을 살려 상황을 정확하게 정리한다. 아나운서답게 내용을 깔끔하게 요약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김구라·박선영 아나운서를 돕는 출연진들 역시 '신선한 파격'으로 '한밤'의 성공에 디딤돌을 놓았다.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과 신동헌 프리랜서 기자의 큐레이팅은 이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걸그룹 에이프릴 나은의 큐레이팅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한밤' 안방을 책임지는 '김구라·박선영 아나운서'와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조금은 낯선 패널들. '한밤'의 '人라인'이 2016년 첫 방송 이후 '파격'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어느새 '안정'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내는 요소가 되고 있다.

◆ '신의 한 수'가 된 '당일 녹화'

'한밤'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당일 녹화'다. 보통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생방송인 것과 달리 '한밤'은 방송 당일 녹화와 편집을 거쳐 전파를 탄다. 현장성과 시의성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다. '당일 녹화'의 효과는 기대 이상, 아니,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이 더 풍부해졌고, 생방송보다 실수가 적게 나온다. 또한, 질 높은 VCR 영상을 사용해 '고퀄'(고(高)퀄리티)이 가능해졌다.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안정 속에 완성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성역 없는' 내용도 흥행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연예인들이 무조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사회적 이슈와 토픽 등을 연예와 함께 풀어내며 더 큰 공감대를 얻는다. 단적으로 '한밤'은 대국민 촛불집회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집회 참가 연예인들을 인터뷰해 경쟁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화면을 안방으로 송출했다. 또 타사 드라마의 인기와 시청률 등도 언급하는 등 폭넓고 다양한 주제를 소화하고 있다.

무려 21년이나 진행돼 온 '한밤의 TV 연예' 색깔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폐지 수순을 밟으며 추락 직전까지 몰렸던 프로그램에 여러 가지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다시금 일어선 '한밤'이다. 3.2%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을 개편 후 9%까지 올리며 부활의 날갯짓을 펄럭이고 있다. 최고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실패를 거울삼아 갖춘 '저력'이다. 환골탈태한 '한밤'이 앞으로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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