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김제동 앵커' 반대 KBS 공영노조의 색깔

김제동이 KBS 뉴스프로그램 앵커를 맡는다는 소문이 퍼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KBS 내부서 좌편향을 우려하는 것부터가 이념 나누기

[더팩트|권혁기 기자] 때아닌 '앵커 김제동'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KBS 1TV에서 오후 10시부터 11시대 뉴스프로그램 진행을 김제동에게 맡긴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KBS 공영노동조합은 1일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좌편향 인사들이 KBS 주요 시사프로그램을 도맡아 방송하더니 이번에는 뉴스앵커에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제동을 기용한다고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하지만 '앵커 김제동'을 반대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우선 김제동은 개그맨 출신이 아닙니다. 좀 웃긴다고 '개그맨 출신'이라고 한다면 제 주변에 '개그맨 출신' 많습니다. 김제동은 문선대 사회자를 시작으로 각종 축제, 행사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습니다.

KBS 내부에서 김제동을 기용함에 따라 KBS가 좌편향적으로 된다는 우려 자체가 이념 나누기로 비칠 수 있습니다. 김제동이 좌파 성향이라서 캐스팅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KBS는 보수 성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제동이 뉴스를 진행한다면 전원책 변호사가 TV조선 앵커를 맡았던 것에 비교될 만큼 센세이션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KBS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제동이 맡게 되는 것은 뉴스가 아니고 시사토크프로그램이라고 했습니다.

KBS에는 총 3개의 복수 노조가 있습니다. 교섭대표 노조이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인 1노조, KBS노동조합인 2노조, 우파 성향의 3노조(공영노조) 로 나뉩니다.

우편향적인 공영노조가 얘기한 다른 부분, 제작 PD들이 만드는 뉴스 형태의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뉴스가 아닌 시사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뉴스에 대한 분석이 이뤄진다면 PD들의 영역 침범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PD(producer, 프로듀서)란 말 그대로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책임자로 예능국 또는 교양국 소속입니다. 기자들은 보도국 소속으로 기사를 취재, 전달하는 일을 맡죠.

아직 어떤 프로그램이 론칭될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말 뉴스인지, 시사프로그램인지는 시청자가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죠.

공영노조는 "우려되는 것은 제작 주체 영역침범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과 객관성, 균형성의 문제, 또 편파성의 문제다.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KBS에서는 '시사 투나잇'이라는 타이틀로 PD들이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한 적 있다. 하지만 당시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 내용보다는 잦은 편파 시비로 더 많이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시청자들이 주기적으로 KBS 앞에 찾아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공정 보도는커녕 좌편향성을 더 강화한다면, 그것은 전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요, KBS를 몰락으로 이끄는 지름길일 뿐이다. 당장 '김제동 앵커 뉴스'를 멈춰라"고 덧붙였습니다.

우파 성향의 공영노조가 좌파 성향의 김제동을 반대할 수는 있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프로그램에 있어 김제동이 좌편향적인 진행을 할 거라는 전제 자체가 이미 이념 나누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 양 측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 게 진정으로 건강한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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