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신작 '인랑' 임중경 役 강동원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배우 강동원(37)이 SF 장르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제작 루이스픽쳐스)으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했다. 강동원은 영화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조곤조곤한 말투와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작품과 함께한 소회를 드러냈다.
강동원은 지난달 25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는 '인랑'에서 특기대원 임중경 캐릭터로 분해 액션 연기부터 멜로 연기까지 다채로운 활약을 펼쳤다. 그는 "우리 나라에서 김지운 감독님이 함께 하자는데 안 할 배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저는 작품에 선택당한 것"이라면서 "영광이었다. 그런 갑옷을 주인공으로서 입을 수 있는 기회도 영광이었고. 언제 또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작품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영화로, 일본 애니메이션 '견랑전설'이 원작이다. 강동원은 원작에 대해 "재밌게 봤다. 허무주의적인 세계관이 묻어 있어서 보고 나서 조금 허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영화는 '희망'이 있다"고 원작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강동원은 30kg 강화복을 입고 액션 연기를 펼쳤다. 언론과 만나는 자리에서 줄곧 "정말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러온 그다.
"정말 힘들었는데, 시간 지나니 장면만 기억나네요. 저는 남산타워에서 혼자서 수십 명과 싸우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화염을 정말 많이 터뜨려서 그때 많이 다치기도 했죠. 천장에 머리를 박았는데 머리카락이 타 탔지 뭐예요(웃음). 안 괜찮았어요(일동 폭소). 정말 세게 머리를 천장에 박아서 마찰력 때문에 머리카락 윗부분이 다 탔습니다. 주위 분들이 모두 충격을 받았죠. 아, 예전('마스터' 촬영 당시)에는 목에 유리가 꽂힌 적도 있어요. 액션 장면을 촬영하다 보면 안 다치는 게 쉽지 않죠. 손가락, 인대, 갈비뼈 등 안 다치고 끝낸 영화가 있나 싶어요. 항상 다치는데 얼마나 적게 다치느냐가 관건이죠."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자폭해서 죽은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 이윤희 캐릭터로 분한 한효주와 애정전선을 그렸다. 극에서 이윤희는 동생이 죽을 때 마주하고 있던 임중경에 대해 '서로의 입장이 달랐을 뿐 동생의 죽음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과 닮은 외로움을 가진 듯한 임중경의 면모에 끌린다. 첫눈에 반한 두 인물의 상황, 갑작스러운 러브라인 전개에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저희 영화가 멜로 영화는 아니다 보니까, (두 인물의) 모든 것을 얘기할 수는 없었는데 아쉬운 지점도 있어요. 멜로 감수성을 뺐으면 더 재밌었을까 싶기도 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그렸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것 같아요. 상황이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임중경이 이윤희에게 반한 포인트는) 아름다운 외모와 처연해 보이는, 슬픔이 묻어나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두 인물이 가진 비슷한 지점이 있죠. 촬영 전에 저는 감독님에게 '어느 부분에 끌린 것이냐'고 묻지는 않았어요. 감독님과 저는 '그럴 수 있겠다'는 입장이었죠. 한효주 배우 등 다른 분들은 '왜 두 인물 관계가 갑자기 진전이 되느냐'고 질문을 좀 했는데, 감독님이 '둘이 얼빠(외모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야'라고 농을 던졌네요(웃음)."
'인랑'을 시작으로 국내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강동원이 생각하는 국내 경쟁작들과 다른 '인랑'만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
"(국내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로맨스는 우리 영화에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갑옷 나오는 영화도 우리 영화 밖에 없고요(웃음). 그리고 너무 남자 배우들만 나오는 영화가 지겨우신 분들은 우리 영화에 여자 배우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 주신다면(일동 폭소). 액션도 우리 영화가 가장 클 겁니다(웃음)."
강동원의 차기작은 할리우드 영화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감독 사이먼 웨스트) 주연배우로 캐스팅돼 열심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부지런한 행보와 새로운 도전으로 알찬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고 있는 강동원의 멋진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차기작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게 최선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죠. 스트레스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엄청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어요. 연기, 영어 수업, 리허설 등 정신없이 하고 있죠. 그래도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봐야 나중에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잘해서 목표한 바를 이루면 더 좋겠죠. 문화권이 너무 다르니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할리우드가 무서운 동네더라고요. 계약된 촬영 팀의 실수가 반복되면 해고해버리고 대기하고 있는 다른 팀과 작업을 진행해요. 혹시나 제가 영어 실력이 늘지 않으면 '얘 영어 안 늘었네. 다른 사람 데리고 와' 해버릴 까봐 두렵죠. 다행히 배우를 쉽게 해고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장면을 그냥 날려버릴 수는 있겠다 싶더라고요. 한정된 시간에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면 내 장면이 다 날아가겠구나 싶기도 하고 무서워요. 또 대한민국 배우로서는 그 쪽에서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배우 데려다가 써봤는데 못 하더라'고 생각해버리면 안 되잖아요. 잘 해야 될 텐데. 저도 모르게 계속 걱정하게 돼요. 그렇게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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