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슈츠'의 지나 役, 나와 가장 닮은 캐릭터"
[더팩트|박슬기 기자] "2년여 간의 공백기가 있었어요. 배우를 포기하려고 했죠. 부모님에게도 울면서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질투의 화신' 카메오 자리를 제안받았어요. 그 작품을 계기로 다시 작품활동을 이어가게 됐죠."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KBS2 드라마 '슈츠'(극본 김정민·연출 김진우)를 마친 고성희를 만났다.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둬서인지 고성희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랑을 받아서인지 더 기분 좋게 끝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성희는 '슈츠'에서 법무법인 강&함의 법률보조 사무 주임 김지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나는 감정에 솔직하고 통통 튀는 인물로, 법정 드라마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배역이다.
"지나가 화가 많은 인물인데, 저는 좀 귀여우면서 매력적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정말 화를 낸다기보다 따발총처럼 이야기해놓고 토라지면 귀엽잖아요. '넘버3'의 송강호 선배 캐릭터를 참고해 일부러 말을 더듬기도 했죠. 감독님은 NG인지 의도적인 건지 많이 헷갈리셨는데 사실 NG도 의도한 것처럼 잘 포장했죠. 하하."
고성희는 tvN 드라마 '마더'를 마치고 3일 만에 '슈츠' 촬영에 돌입했다. '패러리걸'(법률사무 보조원)이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에 법정 드라마라 일정이 빠듯하긴 했지만, 자신과 닮은 지나에 금세 빠져들었다.
"사실 용기가 필요했어요. '마더'에서 맡은 자영 역이 워낙 강해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김진우 PD가 그냥 제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그게 김지나 일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담감을 좀 덜고 촬영에 임했죠. 덕분에 힐링했습니다."
고성희는 지난해부터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마더'에 이어 '슈츠'까지.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칠 법도 한데 여전히 연기에 목 마르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공백기 때문이었다.
"OCN 드라마 '아름나운 나의 신부'를 마치고 쉬고 싶었어요. 쉬면서 작품이 들어왔지만 불발되기도 하고, 엎어지면서 공백기가 길어졌죠. 나중에는 기회조차 오지 않았어요. 저 자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는 시간도 길어졌죠. 그래서 포기하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부모님은 '1년만 기다려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알겠다'고 했는데, 몇 달 후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함께 했던 서숙향 작가로부터 '질투의 화신' 카메오 제안을 받았죠. 이 작품을 본 오충환 PD가 보시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캐스팅하셨죠. 서숙향 작가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서 작가의 운명 같은 제안에 그는 배우로 다시 도약할 수 있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걸크러쉬' 검사 역으로 연기변신을 한 그는 '마더'와 '슈츠'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고생길 끝에 나타난 '꽃길'이었다.
"복귀하고 나서 한 작품들이 모두 잘돼서 정말 좋아요. 덕분에 팬분들도 생겼죠. 하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은 많아요. 쉴 새 없이 작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죠. 연기뿐만 아니라 예능 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웃음)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즐겨 보는데 저는 안타깝게도 부모님과 같이 살거든요. 그래서 '나 혼자 살고 싶다' 같은 특집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꼭 출연해보고 싶어요. 하하."
실제 만난 고성희는 도시적인 이미지와 반대였다. 털털하고 솔직했다. 뭐든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성격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성격과 이미지가 많이 다르긴 하죠. 그래서 그 이미지를 깨고 싶어요! 그게 예능이라고 생각하고요. 보통 집에 있을 때면 배달 앱으로 시켜 먹고 널브러져 있는 게 일상이거든요. 필라테스로 몸매 관리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로 운동을 대신하죠.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고, 한 '왈가닥' 하죠. 이미지를 꼭 깨고 싶어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고성희는 30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20대의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30대가 된다고 해서 특별한 건 없을 것 같아요. 제가 기대하는 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더 많아질 거라는 거죠. 사실 20대 중, 후반 배우는 역할을 맡기가 애매하거든요. 프로페셔널한 역은 연륜 있는 선배들이 하시고, 또 톡톡 튀는 역할은 잘 성장한 아역배우들이 맡으니까요. 저도 노력해서 강렬하고 연륜있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쉬지 않고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psg@tf.co.kr
[대중문화이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