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유세장 병풍 대신 '공명선거-투표참여 캠페인' 참여 변신
[더팩트|강일홍 기자] 국회의원 재보선이 맞물린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 말해주듯 마지막까지 다양한 이슈와 관심사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선거결과도 유권자 대부분이 깜짝 놀랄 만큼 사상 초유의 기록들을 남겼다. 그만큼 후보들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유권자들의 인식이나 자세는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이 가운데 유독 도드라지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연예계 참여다. 선거철만 되면 유세장 분위기를 띄우던 연예인들이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호감있는 대중적 이미지로 선거 때마다 유력 정치인 후보의 거리 유세에 동참했던 중견배우 A씨는 "단적으로 SNS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토"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정치적 색깔보다는 인간적 관계를 중시해 소신 행동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사진 한 장으로 대중적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6.13 선거에서는 대중적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들의 참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의원 재보궐, 광역단체장급 또는 시장 후보에서는 물론이고, 군수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지금은 거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몇몇 잊힌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정도에 그쳤다.
선거판에 연예인 지지자가 사라진 이런 분위기는 지난 19대 대선 부터 어느 정도 '작은 변화'로 감지됐다. 인물중심의 대선과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지방선거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확연히 다른 변화다.
앞서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송해 심양홍 현미 김흥국 박상원 등 많은 연예인들이 여야로 갈려 전면전을 벌였고, 2016년 총선에서 인척(부부) 또는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심은하 이영애 등이 나선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는 특정 연예인이 특정 당이나 후보 편에 설 경우, 다른 당이나 유권자 편에 선 절반의 나머지 팬들로부터 외면 당한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오랜 선거 경험을 통해 자리매김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이번 선거에선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들의 '투표 참여 독려'가 두드러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업 속에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박경림 김국진 등 인기 연예인 19명이 참여한 '6.13 투표하고 웃자'를 비롯해 '런닝맨' '집사부일체' 등 인기 프로그램 출연자와 각계 유명인사들이 힘을 보탠 SBS '아이 보트 챌린지' 등 다양한 형태의 투표 독려 캠페인이 진행됐다.
지난 8~9일 사전 투표일과 13일 선거 당일에는 예년과 달리 수많은 연예인들이 각종 인증샷을 자신의 SNS 계정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특히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의 투표 인증샷 등 인기 스타들의 투표 권장 행동은 높은 투표율에 힘을 보탰다.
갈수록 특정 후보를 위한 들러리 보다는 '공명선거' 및 '투표참여 캠페인' 등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대중 스타로서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한편 연예인들이 본격적으로 대선판도에 뛰어든 시기는 80년대 후반부터다. 특히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맞붙은 13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 후보들이 여의도광장 100만 명 유세로 세를 과시하기 위해 연예인들을 많이 동원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연예인들은 유력 후보의 편에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바람몰이의 변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