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2' 형사 노태수 役 성동일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숫자로 평가받는 게 버거워요. 시청률, 우리 아이 성적…. 그래서 인터넷을 안 하는 것도 있죠. 숫자 신경 쓰고 사는 것은 너무 복잡해서 싫어요. 술 몇 병드시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세고 마시는 사람이 어딨나요(일동 폭소)."
사람 냄새나는 배우 성동일(51)과의 인터뷰에서는 실로 사람냄새 나는 웃음이 넘쳐났다. 그의 이번 신작에 대한 애정은 동네 사람의 '자식 자랑'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더팩트>는 1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성동일과 만났다.
성동일은 지난 2015년 관객을 만난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 속편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제작 크리픽쳐스·이하 '탐정2')로 13일 극장가를 찾는다. 유쾌한 국내 시리즈 영화의 탄생은 국내 영화계에도 관객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작품 관련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성동일이 신작을 앞두고 기자들을 가까이 대면한다는 것은 그의 이번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권상우 배우가 언론배급시사회 때 얘기했지만, 제가 언어 인지력이 있을 때까지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어요(웃음). 치매가 와도 치매가 온 캐릭터로 연기할 생각이에요. 시리즈로 이어간다는 것은 배우로서 참 행복한 작업이죠."
'탐정: 리턴즈'는 추리 콤비 '셜록 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 분)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이 대한민국 최초 탐정사무소를 개업하고, 전직 사이버 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 분)을 영입해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내용을 그렸다. 성동일은 "국내에 사립 탐정이라는 개념이 없기에 제작진이 고민이 많았다"고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탐정이라는 소재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제작하기에는 녹록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아직 사립탐정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요. 시즌1에서는 공조 수사 개념을 썼고, 이번에는 탐정사무소 개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제작진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정보 수집, 체포권, 권총, 장비 등 아무것도 사용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형사 휴직 콘셉트로 가게 됐죠. 권총도 장난감 총으로 바꿨고요. 제작진이 정말 애를 많이 먹었어요."
성동일은 이날 기자와 만나 대화하면서 신작, 촬영 현장,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특유의 정감 있는 말투로 유감없이 표현했다. 이야기의 끝에는 늘 '술'이 언급돼 유쾌한 웃음소리를 자아냈다. 함께하는 이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행복해하는 성동일이다. '탐정2' 일원들과도 마찬가지였다.
"시즌1 때 속이 정말 상했어요. 현장 분위기, 배우 스태프 모두 호흡이 좋았는데, 그 정도로 망작은 아닌 것 같았는데 개봉일에 관객 수 5만 명을 달성했죠. 그래서 저희가 오기로 무대 인사를 5주 동안 하면서 홍보했어요. 주변에서 힘들다고 하는데도 게릴라 무대인사까지 갔죠. 속상해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결국 손익분기점까지 넘겨서 이번에 시즌2를 만들 명함이 생겼네요. 그래서 축제 분위기로 촬영했어요. 매일 회의하고 술 마시고 놀고. 술 마시려고 빨리 촬영하고요(웃음). 아마 호흡이 웬만한 부부보다는 훨씬 나았을 거예요(웃음)."
낯간지럽지 않은, 투박한 말의 뒤에는 표현에 서툰 이의 진한 마음이 묻어나는 법이다. 성동일 또한 그랬다. 집을 '술 마시기 좋게' 꾸며놨다는 성동일은 그러한 집의 분위기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해했다. 자랑을 끝까지 들어봤더니 속뜻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집사람' 즉 배우자 자랑이었다.
"집을 술 마시기 좋게 꾸며놨죠. 집사람에게도 집에 오는 분들이 다 좋은 분들이니까 잘 맞아달라고 했어요. 지난해 9월에는 '탐정2' 스태프, 스태프 배우자 등 다 저희 집에 와서 파티했어요. 새벽 3시반까지 술 마시고 갔고요(웃음). 제가 노름을 하거나(웃음) 그러지 않으니까, 집사람은 제가 술 마시는 게 스포츠 하는 거라고 인정해주는 사람이에요(웃음)."
자신을 '(연기) 기술자'라고 지칭하는 성동일에게 '연기 장인'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더니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아휴, 장인도 잠깐 뵀는데"라면서 겸손히,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더불어 인간적이게 표현을 사양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품은 '가족'이라고, '절실함'으로 연기한다고 고백했다. 성동일이 스크린, 브라운관을 막론하고 다채로운 작품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곳곳에 온기를 전달해주기를 바라본다.
"저는 현장을 즐길 나이지 명예나 인기를 느낄 나이는 아니죠. 이제는 사람을 중요시해야지 명예, 인기를 중요시하면 우리 아이들 입에 거미줄 칩니다(웃음). 저는 저를 '기술자'라고 얘기해요. '예술을 한다'는 표현은 저는 못 쓰겠더라고요. 누군가는 저에게 '작품을 많이 한다'고 말하는데, 그래야 배우 아닐까요? 30년에 10작품 하는 사람이 연기를 잘 할까요, 30작품 하는 사람이 연기를 잘 할까요? 목수가 의자를 만드는 데 망치 하나로는 못 만들죠. 저는 공구가 없으면 작품을 하지 않아요. 함께 모여서 누군가는 사포질을 하고, 누군가는 또 다른 역할을 분담하는 거죠.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하느냐고 물으면 '절실 하라'고 말해요. 저는 우리 아이들 더 맛있는 피자를 사주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돈을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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