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가세'
[더팩트｜강일홍 기자]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중략)
가수 최백호가 6일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열창한 '늙은 군인의 노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가수 고 김민기가 군복무시절에 작사 작곡한 노래로, 한때 국방부 장관이 지정한 '1호 금지곡'이었다. 이 노래가 정부 공식 행사 노래로 선정되고 불려졌다는 사실만으로 파격이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젊은 청춘을 푸른 군복에 바친 한 하사관의 회한과 아쉬움이 담겨있다. 가사에는 소박한 나라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지만, 당시엔 '군인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19년만에 국립대전현충원 추념식장에 울려 퍼진 이 노래는 흰머리 성성한 최백호가 경건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특유의 목소리 톤으로 불러 진한 감동을 안겼다.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 된 뒤 수많은 네티즌들이 SNS에 올린 긍정적 평가로 줄을 이었다.
'늙은 군인의 노래'가 선곡된 데는 '내 평생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등 일부 가사의 상징성이 최근 남북화해무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대해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5.18 추모행사장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의 경우처럼 문 대통령의 의지가, 그동안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낸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탁현민 행정관의 아이디어와 결합된 합작품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여성비하 성의식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 중요 행사의 기획자 역할을 맡아 엄숙함을 강조했던 과거 행사와 달리 대중에 친숙한 예술인을 활용하고, 음악과 극적 요소를 가미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충일 추념식 무대에서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러 시선을 끈 최백호는 1977년 노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데뷔 일약 스타가수로 부상했고, 이후 '애비' '낭만에 대하여' '이 사람아' '일몰' '가을맞이' '낙엽은 지는데' '들꽃처럼' '보고 싶은 얼굴' '그쟈' 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한편 이날 추념식에는 최백호 외에 군 복무 중인 배우 강하늘, 주원, 임시완, 지창욱 등이 참석해 애국가를 선도했고, 배우 한지민은 이해인 수녀의 추모헌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를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