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대전 기숙사에서 2시간씩 버스를 타고 여행할 때 특별한 기분과 감정이 있었다. 길에서만 얻을 수 있는 쓸쓸하고 외로운 감성 그리고 설렘과 기대를 이번 앨범에 담았다."(신재평)
페퍼톤스는 이번에도 작사와 작곡, 편곡과 레코딩, 믹싱까지 모두 참여하며 특유의 서사적 특징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열렬한 팬으로 재수 끝에 '손수건 왕자'라는 닉네임으로 페퍼톤스 팬클럽에 가입한 유희열 안테나 대표는 "이번 정규 앨범은 묵묵히 쌓아온 음악적 내공을 바탕으로 빽빽하고도 광활한 웰메이드 사운드를 담아냈다. 그야말로 '역대급' 퀄리티"라고 평가했다.
20대 때 발표한 1~3집에서 페퍼톤스는 치기와 허세, 파라다이스를 꿈꾸던 공상 그리고 '똘기' 충만한 상상을 그렸다. 이어 30대 초·중반 내놓은 4~5집은 소탈한 일상을 특유의 낙천과 능청으로 여유 있게 풀었다. 40대를 바라보는 지금, '역대급 퀄리티'를 위해 페퍼톤스는 변화를 선택했다.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다. 연주곡 한 곡을 포함해 8트랙 모두 각자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그들은 국적도, 성별도 심지어 인간인지 동물인지 외계인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긴 여행을 떠나는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페퍼톤스는 긴 여행을 떠나는 길 위의 이방인,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초창기 노래들은 마냥 즐거운 노래들이 많았는데 3~6집 넘어오면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너무 슬퍼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의 태도이고 우리의 철학이다. '롱 웨이'는 직접적이지 않고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도 있다. 딴소리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외롭지 않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이장원)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여성 보컬이다. 6집 수록곡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에 안테나 소속 한식구 가수 이진아가 참여했다.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는 지구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외계 소녀의 작별 순간을 담은 노래다.
"맨 처음에는 외부에서 객원 보컬을 섭외하고 싶었다. 회사 식구에게 맡기면 너무 간단해 보이지 않나.(웃음)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는 그래서 마지막에서야 녹음한 곡이다. 결국 목소리가 제일 어울리는 이진아에게 맡겼다. 톤이 잘 어울렸다. 'K팝스타'로 알려지기 전에 이미 이진아의 목소리를 우리 앨범에 담았다. 5집 '뉴 찬스(New Chance)'라는 곡에서 이진아가 코러스를 맡았다. 자세히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우리 앨범에 이진아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자부심이 있다. 외부 보컬 영입을 노력했지만 정답은 이 안에 있었다."(이장원)
"우문기 감독하고는 5번이나 진하게 붙어서 했다. 3집 때 두 편, 4집의 '행운을 빌어요', 5집 전곡을 우문기 감독과 작업했다. 안테나는 큰 회사가 아니었다. 작은 회사였다. 가내수공업방식으로 만들고 필요한 비주얼 사진, 재킷, 아트월 뮤직비디오 등 저희들이 관여했고, 지인들과 했다. 그 방법을 지금까지 고수했다. 그래서인지 5집이 끝나고 우리 모두 진이 빠졌다. 여기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안테나의 부피가 과거에 비해 커지고 식구들도 많이 늘었다. 제작팀도 생기고 해서 그동안 우리가 졌던 짐을 많이 덜어줬다. 과거와 달리 온전히 음악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여건이 완성됐다."(신재평)
음악적으로나 제작적으로 페퍼톤스의 6집은 기존 앨범과 다른 행보를 걸었다. 14년의 내공을 집대성했다는 6집에 페퍼톤스는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조바심은 없다. 앨범이 잘 만들어지면 다음 앨범도 계속해서 내고 싶다. 우리끼리 말하는 꿈이 있다. '백발을 휘날리며 뉴에이지 노래를 부르자'. 백발이라도 휘날리면 다행이지만.(웃음)"(신재평, 이장원)
백발을 휘날릴 때까지 노래하겠다는 페퍼톤스의 긴 음악 여행에서 6집 '롱 웨이'는 어떤 의미로 기억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