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한장면] 'PD수첩' 6·25전쟁 '민간인 학살'…"어린이 유해도 수습"

8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6·25전쟁 당시 벌어진 국가의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 주목했다. /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70년간 묻혀 있던 전쟁의 비극적 참상 '주목'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PD수첩'에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문제에 주목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8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끝나지 않은 전쟁, 민간인 학살'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6·25전쟁 때 민간인 학살지로 추정되는 서울 우이동의 유해 발굴지를 찾았다. 해당 장소는 지난 2월 서울 지역 학살 현장 최초로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고무신 틀니 비녀 등의 유품과 아군 탄약류 등이 발견됐다. 6구의 유해도 수습됐고 모두 민간인으로 추정됐다.

또 제작진은 같은 달 유해가 대규모 발굴된 충남 아산도 방문했다. 약 40일간의 작업 끝에 200여 구의 유해가 확인됐고 이 중 50여 구는 어린아이의 유해였다. 이후 추가로 비녀 90여 개와 다수의 푸른 구슬 등 장난감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안경호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총괄팀장은 "95% 정도가 어린아이와 부녀자라들 유해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이후 발생한 부역혐의 사건의 경우, 혐의만으로도 온 가족이 몰살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아산 발굴 현장을 찾은 희생자 유가족은 두 가족뿐이었다. 반면, 다행히 살아남은 가족들은 '빨갱이'라는 오명과 연좌제 피해로 힘든 세월을 견뎌야 했다.

이날 다수의 유족들은 또다시 정권이 바뀌면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여전히 입을 다물어 안타까움을 샀다. 이에 제작진은 당시 부역혐의로 가족을 잃고 멀리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아산 발굴 소식을 듣고 한국을 찾았던 유족을 어렵게 만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서울 우이동과 충남 아산에 위치했던 민간인 학살지에서 수습된 유해들을 분석해 과거 비극적 참상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참여 정부 들어서야 비로소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여 4년여의 조사 기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으로 약 20000여 명이 희생되었음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는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희생자의 2%에 불과한 수치였다. 수많은 사건을 남긴 채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때 성급히 종결됐고 억울한 죽음은 50년이 지나서야 일부 진실이 규명됐다.

하지만 특별한 배상 유족들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민사 소송으로 또다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고통을 안게 됐다. 제작진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이 조직적으로 학살됐으나 반세기가 넘도록 진상 규명이 되지 않고 희생자 유족은 숨죽이고 살아온 점을 꼬집었다.

또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지침에 반하여 긴급조치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는 하급심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법원행정처가 징계를 시도했다는 정황에 주목했다. 과거 박정희 정권에서 행해진 각종 불법행위와 박근혜 정부 당시 사법부가 앞장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올해 상반기에 진실화해위원회 2기 활동을 재개해 과거사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지난 3월 표창원 의원 등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자의 배상 청구 소송에 소멸시효를 두지 않도록 하는 '정원섭법'을 발의했다.

반면, 현 정부 들어 과거사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의문이다. 진실화해위원회 2기 출범의 법적 근거인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안은 국회의 파행 속에 기약 없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70주년을 맞아 4월에 통과될 것을 기대했던 제주4.3특별법 개정안 역시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PD수첩'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갈등과 상처로 가득한 과거사의 비극이 우선 해결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ji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