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제대로 약빤' 유병재 'B의 농담'…풍자와 장난 사이

유병재 B의 농담. 유병재의 두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인 B의 농담은 지난달 27~2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진행됐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병재 'B의 농담' 큰 인기, 비결은?

[더팩트ㅣ한남동=지예은 기자] "앞으로 제 이빨은 점점 더 노래질 거예요."

개그맨 유병재(30)의 두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이 지난달 27일 오후 8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포문을 열었다. 'B의 농담'은 병재, B급, 블랙코미디를 뜻하는 'B'와 농담을 결합한 스탠드업 코미디쇼다. 유병재 특유의 코미디 철학이 가미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든 프리미엄 쇼다. 기존 코미디 공연과 차별화를 강조했다. 러닝타임은 90분으로 지난달 27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뭔가 특별한 것 같은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B의 농담'은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인기에 힘 입어 공연 전석(4000석)이 매진되고 서버도 다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해 8월 개최된 첫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 '블랙 코미디'에 두 번째 전석 매진이다. '블랙 코미디'의 10배 가까운 규모를 갖춘 이날 현장에는 약 22 대 1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예매에 성공한 '위너'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신나는 드럼비트와 함께 'B의 농담' 시작을 알리며 유병재가 등장했다. 지드래곤 못지않은 열띤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홀로 선 그의 인기가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날 유병재(아래 오른쪽)는 그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다룬 농담들을 적나라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웃음을 보장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는 스탠드 마이크와 스툴 하나만 배치됐고, 쇼의 구성은 악플러들의 비난 섞인 반응에 유병재가 피드백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편안한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유병재는 "모든 피드백을 100% 충족하고 싶다"고 밝혔다. '불편 박스'라는 아이템으로 유병재의 황니를 형상화한 듯한 무대장치가 푸르게 변하는 동시에 남성 성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악플을 적나라하게 읽어줬다.

유병재는 최근 곤욕을 치렀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논란을 해명했다. 이 밖에도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내성적인 성격이 콘셉트라 받는 오해에 대해서도 모두 밝혔다. 자연스러운 소재 전환과 솔직담백한 입담으로 관객의 순간 몰입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또한 그는 "19금 공연인데 야한 콘텐츠가 없다"는 '불편 박스'의 의견에 "나는 조루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B의 농담'이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이유는 야한 콘텐츠가 아닌 속 시원한 욕이 섞인 정치 사회 풍자 개그 때문이다. 그는 다소 수위가 있는 농담 섞인 발언을 동원해 정치 사회적 문제를 통렬하게 꼬집었다.

유병재는 소속사 저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YG는 약국이다. 마약 한 건 그들인데 욕은 제가 먹는다. 기분 좋은 건 그들, 기분 나쁜 건 나다. (개그를 통해) '약 빨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미투 운동과 다산 신도시 택배 논란, 페미니즘 등 주요 사회 이슈를 언급하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풍자와 장난 사이를 넘나들며 객석에 큰 웃음을 선물했다.

B의 농담을 통해 유병재가 왜 앞으로 제 이빨은 점점 더 노래질 거예요라는 말을 반복하는지 알 수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B의 농담'에는 유병재뿐만 아니라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하는 매니저 유규선과 문상훈도 '깜짝 등장'했다. 관객들은 이들을 반기는 뜨거운 함성을 질렀다. 세 사람은 최근 팬들의 사랑을 받는 '푸드랩'과 한 관객의 이름을 이용한 '삼행시'를 선보이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꾸미지 않은 편안함이 주는 매력은 'B의 농담' 현장을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B의 농담'이 끝나갈 무렵 유병재는 '토크쇼'를 연상하는 코너로 1500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는 관객들의 진심 어린 고충을 듣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답했다. 연예인과 팬의 대화를 넘어선, 일상에서의 학업, 진로, 연애 등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15분 이상 오고갔다. 유병재의 거창하지는 않지만 남다른 센스가 돋보이는 답변은 관객들의 가려운 부분을 구석구석 긁어줬다. 이뿐만 아니라, 유병재는 관객들과 가까이서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단체 셀카를 찍으며 순간을 기록했다.

'B의 농담'이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에서 이어졌지만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페미니즘을 배워보고 싶었다고 고백한 후 "내가 배우려고 다가가면 (여성들은) '한남충'이라고 밀쳐낸다. 또 밀쳐진 반대쪽에서는 '메갈'('메갈리아'의 준말)이라고 밀쳐낸다"고 말했다. 유병재의 페미니즘을 향한 '어설픈 중립'에 고개를 가로젓는 관객들이 꽤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유병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농담들을 내뱉어 모든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특히 여성의 성기를 낮잡아 부르는 비속어를 소개하고 "앞으로 쓰지 않겠다"고 말해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었다. 유병재는 쇼가 끝날 때까지 해당 비속어를 '어설픈 농담'으로 반복 사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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