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집안 일으키기 위해 약사 돼"
[더팩트|이진하 기자] 가수 주현미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다.
12일 오후에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마이웨이'에서 가수 주현미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가수 주현미는 '비 내리는 영동교'로 데뷔해 '신사동 그 사람', '울면서 후회하네', '이태원 연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가요의 여왕'이다.
주현미는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화교 3세란 사실이 공개됐다. 또한, 대한민국 약사 출신 가수 1호란 특별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현미가 실제 가수로 데뷔한 것은 5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의 권유로 주현미는 5살이란 어린 나이에 음반을 내고 어린이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오래가진 못했다. 곧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가수의 꿈을 접었다. 이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에 진학했다. 주현미는 노래의 재능도 있었지만, 명석한 두뇌로 공부도 잘하는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대학 졸업 뒤 약국에서 일을 하며 남은 가족들을 부양했다. 주현미는 "우리 세대만 해도 장녀는 빨리 졸업해서 부모 봉양하고, 동생들도 다 챙기고 그래야 하는 건 줄 알았다"고 애잔했던 20대를 회상했다.
주현미의 약학 공부 시절은 이전에도 회자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KBS 1TV에 출연해 중앙대학교 약학과 재학 시절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주현미는 "약대 1학년 때 학점이 모라자 유급을 한 적이 있다"며 "학습하는 데서 많은 혼란이 있어 1년 동안 공부를 안 했다. 학점 때문에 계절학기를 듣고 내려오는데 실험실에서 음악소리가 났다. 호기심에 갔더니 선·후배들이 강변가요제 출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주현미는 학교 밴드에 합류했다. 이후 1981년 강변가요제에 출전했고, 장려상을 탔다. 어린 시절 음악에 재능 있던 모습은 여전했다. 약대 공부가 쉽진 않았지만 밴드의 경험을 추억 삼아 열심히 공부해 국가고시 준비를 한 후 약국 개업에 성공했다.
약국은 차렸지만, 경영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첫 번째 약국이 잘 운영되지 않았다. 주현미는 약사로 생계를 잇기 힘들다고 느꼈다. 그때 마침 한 작곡가가 주현미에게 가수로 데뷔하게 권유했다. 결국 주현미는 데뷔를 했고, 이후에도 약사와 가수를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과거를 털어놨다.
이밖에도 주현미는 화교란 이유만으로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했다. 동네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놀림받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을 동생들에게 알린 적이 없다고 한 주현미는 "만약 내가 느끼는 아픔이나 슬픔을 동생들도 똑같이 갖고 있었다면 내가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현미는 "지금도 사실 차별 아닌 차별이 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게 그 시절은 더 심했다. 그리고 놀림도 많이 받았다. 동네에서 화교라 그러면 짓궂은 분들이 놀림도 많이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 나도 나이 들고 아이들 키워 보니까 화교라는 신분으로 타국에서 지내신 아버지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