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역할 몰입위해 매일 '이마 면도' 감행
[더팩트ㅣ용산=지예은 기자] 배우는 작품 속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여러 행태의 노력을 기울인다. '데뷔 26년 차' 배우 장동건(46)은 작품 속 역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히 외모를 포기했다. 'M자 탈모 머리'로 변신한 그는 한동안 후유증을 겪었다고 한다.
21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동건을 비롯해 추 감독, 배우 류승룡, 송새벽, 고경표이 함께 자리했다.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취재진들의 관심도 컸다. 상영관 객석 대부분을 가득 메운 것으로 이는 증명됐다.
'7년의 밤'은 우발적 살인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한 인간과 선악의 교묘한 경계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영화다. 안개마저 짙은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영화는 러닝타임 123분 내내 스릴 넘치는 전개와 극강의 긴장감으로 이어갔다. 영화가 상영된 후 기자 진중한 분위기 속 간담회가 시작됐다. 배우들의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작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 중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장동건이었다. '7년의 밤'을 통해 그가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장동건은 이번 영화에서 오영제 역을 맡았다. 오영제는 서슴없이 딸에게 폭행을 가하는 무자비한 치과의사다. 부인조차 '악마'라고 부르는 오영제는 어느 날 갑자기 아이를 싸늘한 주검으로 맡게 되자 분노의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장동건의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섬뜩한 연기에 취재진들은 감탄했다. 폭발적인 감정 연기와 갖은 분장 속에 그의 노력이 묻어났다.
취재진들은 그에게 이번 역할을 소화하며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배우가 처음 역할을 만나고 연기를 하면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게 된다"며 "공교롭게도 저에게는 딸이 있고 이런 상상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죄책감을 느낄 정도여서 그런 감정을 위해 상상을 하는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촬영할 때마다 그런 상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오영제라는 인물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동건은 또 다른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의 예상 밖 발언에 적막했던 현장에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필자는 단연 감정 연기가 제일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동건은 달랐다. 그는 "영화내내 유지했던 M자 탈모를 (원래대로) 되돌리는데 힘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영화 끝난 후 감정적 후유증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영화다.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28일 극장가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