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진하 기자] 래퍼 던말릭이 지난달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가운데 당초 성추행을 인정했던 입장을 번복했다. 던말릭이 입장을 번복한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던말릭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속 신고가 들어와서 게시글이 지워지네요. 지워져도 계속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인스타그램에 삭제된 해명글을 다시 올렸으나 제재당했다. 이후 던말릭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장문의 성추행 해명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앞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소속사 퇴출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사건이 던말릭의 입장 번복으로 새국면을 맞았다. 던말릭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피해자로 보이는 사람과 나눈 대화 메시지를 공개했고, 던말릭 전 소속사 대표는 강압에 의한 사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혼란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미투 폭로 글부터 던말릭이 입장을 번복한 13일까지 25일간의 내용을 정리해 봤다.
◆ 미성년자 성추행 파문…사과부터 퇴출까지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21일 시작됐다. 인터넷 상에 던말릭을 둘러싼 성추행 관련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한 트위터리안은 "수장은 페미라는데 소속 래퍼라는 놈은 여고생 불러다가 성추행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고"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어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여고생 데려다가 싫다는데 성추행하고 어떻게 해볼라고 계속 징징댔다"며 던말릭의 이름과 소속사를 언급했다.
논란이 일자 22일 던말릭은 자신의 SNS에 미성년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글과 사과문을 게재했다. 동시에 소속사 데이즈얼라이브 대표 제리케이 김진일은 자신의 트위터에 "던말릭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트윗을 접했다"며 "상황 파악을 한 뒤 던말릭을 방출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죄한다는 뜻을 밝혔다.
◆ 던말릭 24일 만에 메시지 공개
던말릭은 사과글을 게재한 지 24일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12일 던말릭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추행 관련으로 사과한 것은 내 뜻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는 글을 남겼다. 글이 거듭 삭제되자 소통의 창구를 옮겨 페이스북에 장문의 해명 글을 남겼다.
던말릭은 "최근 여성 두 분이 트위터에 폭로한 글에 대해 진실을 말씀드리고자 부득이하게 메시지를 공개한다"며 "트위터에 저와 있었던 성관계를 폭로한 여성은 저와 동갑이며 합의에 의한 정상적인 성관계였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 여성이 보낸 메시지 내용에 '인섭이 잘한다'등의 노골적인 애정의 표현을 밑줄로 강조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에 대해서도 "여성분이 2박 3일간 머무르며 있었던 사적인 일들을 공개하며 마치 저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의사에 기해 스킨십을 하였을 뿐이다. 또한, 꿈만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돌아가는 길에 메시지를 나누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글을 본 전 소속사 대표는 "마지막 순간에 일말의 동정심을 느꼈던 나를 저주한다"며 "변호사 검토 다 마치고 올렸을 그 글을 지웠어?"라는 글을 게재하며 사과문을 삭제한 던말릭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 스스로 '페미니스트' 지향하던 래퍼 던말릭
던말릭은 1996년생으로 지난 2014년 싱글 음반 '더 웨이 아이 엠(The Way I Am)'으로 데뷔한 뮤지션이다. 이후 '첫울음', '탯줄', '컴 인투 더 월드(Come into The World)' 등 다수의 싱글과 EP 앨범을 발매했다. 또한, '던말릭 콘서트' 등의 공연 활동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기도 했다.
2017년에는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는 힙합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지난 2월7일 열린 힙합 장르 전문 어워즈 '한국 힙합 어워즈(Korean Hiphop Awards)'에 참석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또 딥플로우와의 디스전으로 많은 힙합팬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간 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밝혀 관심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한편, 던말릭이 입장을 번복하기 위해 공개한 메시지 내용을 본 네티즌들은 '실망'에서 '동조'여론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던말릭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를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위반)으로 고소해 진실공방이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