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개그맨들의 장외 분출구 '코미디클럽' 부활

1세대 개그맨 이용식이 이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코미디클럽을 오픈한다. 그는 장소와 규모와 비용을 따지며 무려 1년간 뛰어다니며 준비했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한때 정치인 풍자코미디가 인기를 끌었다. 그럴싸한 스토리를 담아 전직 대통령 특유의 제스처나 목소리(억양)로 흉내를 내면 관객들은 모두 자지러졌다. 비슷한 내용을 약간씩 비틀어 여러 개그맨들이 선보였지만, 이중에서도 성대모사에 일가견이 있는 엄용수가 주로 '코미디클럽' 무대에서 많이 소개했다.

1980년대 말 노태우 전 대통령이 '풍자개그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서 방송에서도 정치 풍자개그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사실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장벽이 있었다. 스탠딩 코미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시사풍자 코미디 시대가 막을 올리자 성대모사에 일가견이 있는 오재미 등이 주가를 올렸다. 정치인 등 유명인 성대모사를 주로 해온 최병서 엄용수 등도 개그계의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반면 '코미디클럽'에서 선보인 조크는 주로 EDPS(음담패설)다. EDPS의 실체에 대해서는 흔히 'Eum-Dam-Pae-Seol'의 로마자 표기 약자로 알려져 있다. 내용 특성상 'Eros-Drama-Porno-Screen'의 약자라는 설도 있지만, 남성들의 술자리 소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Economics-Diplomacy-Politics-Society'(경제 외교 정치 사회) 등 사회전반의 모든 얘깃거리를 안줏감으로 담아낸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코미디클럽은 고 김형곤을 모태 삼아 개그계 대표 익살꾼들이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발산하는 장외무대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위 사진은 엄용수 심형래(왼쪽부터), 사진 아래는 고 김형곤. /더팩트 DB, 코미디협회 제공

◆ 극장식 음향과 조명 아래 펼쳐지는 입담꾼들의 재담 'EDPS(음담패설)'

요즘엔 고전이 돼버린 수많은 연령대별 성(性) 코드 유머는 바로 '코미디클럽'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여자를 과일(10대 호두-20대 파인애플-30대 귤-40대 수박-50대 토마토)에 비유하거나 남자의 힘(정력)을 불(10대 성냥불-20대 장작불-30대 연탄불-40대 담배불-50대 반딧불)에 비유하는 등의 유머가 대표적이다. 연령대 시리즈는 이후 가지를 치고 분파돼 다양한 아이템으로 풍성해지면서 연령대별 시리즈로 회자됐다.

원래 코미디클럽은 개그계 대표 익살꾼들이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발산하는 장외무대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개그맨 고 김형곤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이후 양재동 시절을 거쳐 논현동(경복아파트 사거리)에서 15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폭소무대로 명성을 날렸다. 음향과 조명 아래 펼쳐지는 입담꾼들의 재담은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젊은층에 마니아클럽이 생길 정도로 화제였다.

이용식은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공간,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으뜸가는 익살꾼들의 무대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사진은 개그콘서트 김준호 김대희. /더팩트 DB

◆ 10년만의 부활, 웃음 장외무대 코미디클럽 '이용식의 극장식 코미디&쇼'

코미디클럽이 10년 만에 부활한다. 새롭게 재탄생하는 코미디클럽은 이달 중 서울 청담동에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이용식의 극장식 코미디&쇼'다. 이용식은 가설무대 코미디언 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은 개그맨 방송 공채 1세대다. 그는 20여억 원의 자비를 털어 개그맨들이 '끼와 재능'을 맘껏 선보이고, 내친 김에 스트레스까지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장소와 규모와 비용을 따지며 무려 1년간 뛰어다니며 준비했다.

이용식은 "큰 수익을 내거나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단지 클럽이 유지될 만큼이면 만족"이라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 공간,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으뜸가는 익살꾼들의 무대가 됐으면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용식의 코미디클럽은 맥주와 양주 등을 마실 수 있는 홀을 중심으로 중앙에 스탠딩무대를 설치해 시선분산을 막은 게 특징이다. 업태는 술집이지만 과도한 음주를 피하면서 공연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대에 서는 개그맨들 역시 이번에는 각오가 남다르다. 정치인 성대모사의 대가 엄용수는 "용식이 선배가 멍석을 깔아놓았으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면서 "더할 나위 없는 웃음 명소를 오래도록 지키고 가꿔가려면 개그맨들도 출연료를 따져 무대에 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개그장인' 이용식의 다짐이 이채롭다.

"방송프로그램은 형편에 따라 결방될 수 있겠지만 단 한 명의 관객만 있어도 코미디클럽은 절대 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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