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해체' 파문 이윤택 피해자 또 등장…"난 침묵한 자"

연극계 성추문 파문을 일으킨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배우가 또 등장했다. 그는 자신을 피해자이자 침묵한 자라고 표현했다. /남용희 기자

서울연극협회, 이윤택 제명

[더팩트|권혁기 기자] '연희단거리패 해체'라는 파문을 일으킨 이윤택(66)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또 등장했다.

연극과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 H씨(35)는 지난 18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에 "난 피해자이고 침묵한 자"라면서 이윤택 연출가와 유부남인 선배 배우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H씨는 "대학로에서 처음 연극 무대 후 뒷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정신을 차려보니 모텔방에서 한 선배가 내 귀를 햝고 있었다"며 "그 선배는 날 좋아한다며 고백을 마지막으로 나갔고 그제야 문을 걸어 잠근 난 벌벌 떨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당시 남자친구이자 배우 선배는 대학로에서 여배우하려면 이런 일쯤 견뎌내야한다, 여우처럼 행동하지 않으려면 그만두라고 오히려 날 힐책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난 아직도 그 선배 이름을 거론할 수 없다. 그의 이익이 내 지인들의 밥줄과 연결돼 있으니까. 그는 그 당시에도 현재도 유부남이고 이름을 대면 알만한 배우"라고 강조했다.

H씨는 이윤택 연출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부남 배우의 성추행 이후 대학원 수업에서 이윤택 연출가를 만나 연희단거리패에 들어갔다는 H씨는 "연기티칭을 하며 몸에 손을 대는 일은 아주 공공연히 이뤄진 일"이라며 "연기를 배우는 중이니 배움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해 그가 가슴에 손을 얹고 국부에 손을 댈 때도 정신승리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상의 일은 없었다는 그는 "생각해보면 병들어가고 있는 동생들이 있었다. 난 그 애들이 구체적으로 왜 어떻게 힘든지 잘 몰랐다. 알고 싶지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며 "흘려들은 얘기들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믿을 수 없었고 바로 옆에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설마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안위 하나 챙기기도 바쁠만큼 극단 생활은 힘이 들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배우 H씨가 이윤택 연출가와 관련된 성추문에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페이스북 캡처

또 H씨는 "후배 한 명이 내게 그를 안마하면서 수음을 해줘야해서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난 화가 나고 무엇보다 당황했지만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나 '가자 언니가 같이 나서줄께. 어떻게 하고 싶니' 했어야 했는데 '왜 참고 있었어. 다음엔 싫다고 해. 여기 말고도 연극할 수 있어. 뭐가 무서워서 시키는대로 해'라고 열만 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그날 저녁 난 공연을 하러 갔다. 아직도 눈을 내리깔고 힘들어하던 그 애의 모습은 죄책감이란 이름으로 내게 남아 있다"고 자신을 '침묵한 자'라고 말한 이유를 설명했다.

"용기를 내 준 친구들에게 힘을 얻어 쓰게 됐다"는 H씨는 "더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내 비겁함을 마주봐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 행동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지금부터는 함께 하겠다"면서 '미투(me too)'를 해시태그로 달았다.

한편 이윤택 연출가는 이번 일로 인해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서울연극협회에서 제명됐으며 연희단거리패는 해체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이윤택 연출의 성폭력 행동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 게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연희단거리패 해체의 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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