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먼저 나선 '성상품화'주의보
[더팩트|권혁기 기자] 걸그룹 여자친구(소원, 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가 최근 굿즈(Goods. 연예인이나 애니 캐릭터의 응원봉, 스티커, 피규어 등 해당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물건들) 판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굿즈는 팬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이 들어간 컵이나 휴대폰 케이스 등의 물건을 사는 것은 기쁨 중 하나죠.
그런데 여자친구는 왜 논란이 됐을까요? 그 이유는 지난 6일과 7일 열린 여자친구 콘서트를 앞두고 멤버들의 전신 사진이 프린트된 쿠션이 문제였습니다. 가로 60㎝, 세로 180㎝의 대형 쿠션은 6만 원이었는데, 사실 가격보다는 해당 쿠션이 '성상품화 아니냐'는 팬들의 지적 때문입니다.
쿠션이 왜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내포 돼 있는 야릇한 늬앙스 때문입니다. 비교적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일본에서는 실물 크기의 쿠션이나 인형을 다키마쿠라(抱き枕)라고 부릅니다. 동사 '안다(抱く, 다쿠)'와 명사 '베개(枕, 마쿠라)' 로 이루어진 말로 '성적 도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다키마쿠라는 대부분 여성 캐릭터들이 신체 노출이 많고 무방비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형상이 프린트돼 있으며 앞뒷면으로 프린트돼 있는 경우는 포즈가 바뀐다거나 노출도가 다르다거나 하는 양상을 보여 일본에서조차 좋지 않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자친구 팬들이 "여자친구를 성상품화했다"며 불매운동을 불사하겠다고 하는 것이죠.
결국 소속사 쏘스뮤직 측은 "여자친구 콘서트 공식 굿즈에 대한 팬 여러분의 의견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공지 이후 많은 우려를 표현해 주신 쿠션(대) 굿즈는 여자친구의 첫 콘서트를 기념해 다양한 굿즈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나 팬 여러분의 우려와 걱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생산과 판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습니다.
쏘스뮤직에서 어떤 의도로 해당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할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팬들이 먼저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은 눈여겨 볼 점입니다.
팬들은 "그건 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gfri****)" "뜨는 건 어렵지만 이미지 추락은 한 순간이니 다음부터 조심하면 됩니다(whjm****)" 등의 반응을 보였죠.
쏘스뮤직이 간과한 것은 팬들의 의식 수준입니다. 팬들은 쏘스뮤직이 기획한 쿠션에 대해 그냥 '굿즈'로만 받아들이기엔 의도가 불순하다고 여긴 것이죠. 만약에 여자친구 쿠션이 더럽혀져 널부러진 사진이라도 올라왔다면 여자친구 멤버에게, 팬들에게도 상처였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팬덤이 생기면 팬들이 자체적으로 굿즈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최고 인기 그룹으로 등극한 워너원 팬들은 응원봉 시안을 직접 만들기도 했죠. '프로듀스 101' 교복 색깔과 워너원의 데뷔일인 8월 7일, 여름을 생각하게 하는 아쿠아 색과 워너원 계약만료일인 12월 31일,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그레이를 합쳐 아쿠아그레이 색을 넣은 멋진 응원봉입니다. 아쉽게도 워너원 측은 팬들의 요구와 달리 검은색 응원봉을 만들었습니다.
쏘스뮤직이 진정 여자친구 팬들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지난해 7월 공식 팬클럽 '버디'까지 창단했으니 팬들과 소통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여자친구는 지난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3년 만에 첫 단독콘서트를 열었습니다.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쌀 2930㎏, 연탄 4007장 등을 마련해 홀몸노인, 노숙자 보호시설, 미혼모 보호시설에 기부한 것인데요. 이런 따뜻하고 훈훈한 선행을 지켜본 수많은 팬들한테 '굿즈' 논란은 옥에 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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