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뮤직톡톡] '암투병 고백' 엄정화, 더 빛나는 '디바' (영상)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갑상선암 투병 당시를 고백했다. 수술 후 갑자기 찾아온 성대 마비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엄정화는 울어도 우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더팩트 DB

엄정화 "갑상선암으로 성대 마비…목소리 안 나왔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엄정화(49)의 음악적 재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았다. 어릴 적 작고한 아버지 엄진옥 씨는 음악을 전공하고 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재직했다.

가수보다 배우로 먼저 데뷔한 엄정화는 사실 MBC 합창단 출신이다. 1989년 MBC 합창단 오디션에 합격하며 단원이 됐다. 합창단 시절 가수 양수경의 코러스에 참여한 게 계기가 돼 가수 제의를 받았다.

그러던 지난 1992년 영화 '결혼 이야기'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이듬해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주연 데뷔를 했다.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최민수, 엄정화가 주연을, 이희구, 신해철, 최주봉, 이광수, 이선애 등이 출연했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는 1월에 개봉을 했고, 엄정화의 첫 앨범 'Sorrowful Secret'은 같은해 7월에 발표됐다. 타이틀곡은 '눈동자'였는데, 이 노래는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OST이기도 했다. 당시 영화에도 우정출연했던 넥스트 리드보컬인 고(故) 신해철이 작곡과 프로듀서를 맡았다.

엄정화는 다재다능했다.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첫 음반 발표 후 '굿모닝 영동' '자매들' 등 드라마를 섭렵했고, '눈동자'에서 보여준 섹시미를 벗어나 1996년 1월 발표된 두 번째 정규 앨범 'Uhm Jung Hwa 2'에서 '하늘만 허락한 사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 엄정화는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 스틸

그러다 엄정화는 유하 감독과 2002년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이듬해 고 장진영, 고 김주혁, 배우 이범수와 호흡을 맞춘 '싱글즈'도 호평을 받았다.

'배반의 장미' 'Poison' '몰라' 'Festival' '다가라' 등 다양한 곡들을 히트시킨 엄정화는 2008년 빅뱅 탑이 피처링한'D.I.S.C.O'를 통해 세월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중견 여가수와 아이돌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았다.

엄정화는 한국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해 후배 가수들의 롤모델이 되곤 했다. 가수 이효리, 백지영, 서인영, 손담비, 걸스데이 소진, 민아, 다비치 강민경, 정연주, 가인, 김소정, 한그루, 산다라박 등이 엄정화를 본받고 싶은 선배로 꼽곤 했다. 엄정화를 존경하는 후배에는 남자 가수인 조권도 포함된다.

그런 엄정화가 갑상선암 투병 사실을 고백하면서 안타까운 시선과 함께 또 한번 가수로서의 당찬 면모를 확인시켰다. 그는 4일 밤 12시 20분 방송된 케이블 채널 tvN '인생술집'에 출연해 지난 2010년 갑상선암으로 고생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수술 후 성대 마비가 왔다는 엄정화는 한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성대 두 개 중 한 쪽은 아직도 마비됐다고도 했다. "말을 하지 못한다면 노래도 하지 못할 것이고 당연히 연기도 못하니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는 엄정화는 "우는 데 우는 소리가 나지 않아 더 힘들었다. 코에 주사를 넣는 시술로 조금씩 말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재활치료를 잘해 지금은 주사를 맞지 않아도 목소리가 나온다"고 회상했다.

'영원한 디바' 엄정화는 인생사의 굴곡과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구랍 13일 발표된 10집 'The Cloud Dream of the Nine' 파트2는 가수로서 8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이었다.

엄정화는 "목을 다쳐 다시는 앨범을 낼 수 없을 거라고 좌절하던 때가 떠오른다"면서 "이겨냈고, 이겨내는 중이다. 늘 결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이틀 곡은 '엔딩 크레딧'. '아름다운 순간이 지나고 난 뒤'라는 가사는 엄정화의 과거를 돌아보는 듯 하다. 노래 속 화자는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처럼 쓸쓸한 모습이지만 엄정화는 그렇지 않다. 나이를 잊은 듯, 지금도 노래하고 앞으로도 노래하며 배우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일 엄정화는 지금도 전성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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