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의 이상한(?) 변신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죄송합니다."
MBC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데스크'가 새 돛을 달고 첫 항해에 나섰다. 26일 오후 8시 '뉴스데스크'는 최승호 신임 MBC 사장 체제를 맞아 지난 8일 한시적으로 중단한 지 17일 만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평일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 박성호, 손정은 앵커는 "MBC 뉴스를 반성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새로운 뉴스데스크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MBC는 권력에 충성하며 국민을 배신했다"며 "뉴스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박성호, 손정은 앵커는 이날 "오늘부터 정상 체제로 돌아온 '뉴스데스크'는 권력이 아닌 시민의 편에 서는 뉴스가 되겠다"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뉴스데스크'의 반성은 노골적이었다. 박성호 앵커는 3분13초짜리 첫 번째 뉴스 '새롭게 출발하는 뉴스데스크…MBC 뉴스를 반성합니다'에서 세월호 참사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MBC는 드러내기보다 감추기에 몰두했다"고 스스로를 질타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를 구하지 않고 정권을 구한 방송, 정부의 입이 돼 한 방향으로 몰아간 방송, 바로 권력에 충성했기 때문이고, 공영방송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앵커는 5년여 간 진행된 MBC 노조의 투쟁을 언급하며 "냉정히 말해 시청자들께 그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라면서 "저항이 좌절됐다고 무기력과 자기검열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기자 윤리, 저널리스트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 MBC 기자들을 대표해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죄송합니다"고 머리를 숙였다.
6분 34초 분량의 두 번째 뉴스 '진실 은폐, 가라앉은 진실…세월호 보도 참사' 꼭지에서 박성호 앵커는 "세월호 참사 보도가 아니라 보도 참사였다"며 "MBC 뉴스는 진실을 밝혀내기보다 은폐했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기보다는 모욕하고 조롱하는 보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리포팅을 맡은 양효경 기자는 전원 구조 오보, 사망 보험금 계산 보도, 유가족의 조급증을 비난하는 해설 보도, 청와대 전략과 일치하는 세월호 특조위 공격 보도를 열거하며 잘못된 점을 짚었다. 양효경 기자는 "MBC 보도 참사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과 보도국 간부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거쳐 응분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다시는 이러한 보도 통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송독립과 공정방송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바로 세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MBC의 철저한 자기 반성에도 지난 5년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2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는 이날 '뉴스데스크'가 전국 기준 시청률 3.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시간대 방송한 SBS 'SBS 8뉴스'의 5.1%, JTBC '뉴스룸'의 7.821%와 비교해 낮은 수치다.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파업 복귀 후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배현진 앵커가 퇴장한 7일 3.1%를 기록했고, '뉴스데스크' 간판을 잠시 내리고 임시 앵커를 처음 투입한 8일에는 3.5%의 시청률을 보였다. 이후 크리스마스 특수에 5%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날을 제외하면 대부분 3%대를 유지했다. 반면 이 기간 'SBS 8뉴스'와 '뉴스룸'은 5~6%대 시청률을 보였다.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지난 5년간 무너진 신뢰회복에 나선 MBC '뉴스데스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