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기덕 사건' 여배우, 눈물호소 "저는 비참한 사회적 약자"(영상)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피해를 주장하는 여배우 A씨가 블라인드 뒤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A씨 "검찰이 다시 한 번 증거 살펴 억울함 풀어달라"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기덕(57) 감독에게 연기지도를 빌미로 폭행을 당했다며 김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 A씨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정슬아 활동가와 서혜진 변호사,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이명숙 변호사,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한국독립영화협회 남순아 씨,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윤정주 소장이 참석했으며 김기덕 감독에게 폭행 및 베드신을 강요 당했다고 주장한 여배우 A씨는 파티션(가림막) 뒤에 위치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8월 21일 추가 피소를 당했다. 폭행 및 성추행 혐의에 강제추행치상 및 명예훼손 혐의가 추가됐다.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된 검찰 조사 결과 영화 '뫼비우스'에 참여했던 현장 스태프들과 배우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졌고,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은 김기덕 감독이 고소인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폭행한 부분에 대해 혐의를 인정했다며 폭행죄로 벌금 500만 원을 구하는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 고소사실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이에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및 변호인단은 논의 끝에 폭행을 제외한 나머지 고소사실에 관해 혐의없음 판단을 내린 검찰 처분에 대해 항고하기로 결정했다. 항고를 통해 고소인이 '뫼비우스' 촬영 현장에서 시나리오에도 없는 불필요한 연기를 강요받으며 강제추행을 당했던 부분, 촬영 현장을 무단이탈한 적이 없음에도 마치 약속을 어기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언론에 입장문을 발표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명예훼손을 한 부분에 관해 다시 한 번 검찰의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이명숙 변호사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소극적인 수사라며 김기덕 감독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덕인 기자

이명숙 변호사는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소극적인 수사로 가해자인 김기덕 감독에게 서둘러 면죄부를 주고, 4년 만에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피해 여배우에게 또다른 2차 피해를 안겨 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또 "사건의 유무죄를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가 대부분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이거나 김기덕 감독이 촬영한 영화 필름이었다는 점에서, 스태프들은 모두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고 다른 배우들도 과거 한 때 동료였던 여배우의 입장에서 진술하기 보다는 세계적인 감독 입장에서 침묵이나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개연성이 높고 김기덕 감독 측에서 불리한 내용이 담긴 증거를 검찰에 제출할 리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대위 측은 사건 당일 김기덕 필름 소속인 김순모 PD와 피해자가 나눈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음성 파일에서 A씨가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실제 남성의 성기를 잡은 부분에 대해 "정말 몰랐다"고 말하자 김순모 PD는 "몰랐어요"라며 "괜찮으세요? 힘드시지요? 목소리도 많이 떨리시는데"라고 달랬다.

또 연출을 빌미로 따귀를 때린 부분에 대해 "아무리 예술도 좋지만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요? 자기가 살아온 환경에 있어서는 그런 따귀가 폭력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맞는 제 입장에서는"이라며 울먹이자 "심하지요. 모든 배우는 같은 게 아닌데 감독님 위주로 이야기를 하신거니까 그렇게 많이 하셨던…"이라며 "맞지요. 예.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작 PD 역시 김기덕 감독이 현장에서 폭행을 가했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공대위의 발언 이후 A씨가 직접 육성으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A씨는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게 아닙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 A씨를 둘러싼 폭행 사건에 대해 검찰로부터 500만 원의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다. /더팩트 DB

"사건 직후 저는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렸습니다. 방문도 했고 변호사도 만났고 심리 상담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A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 사건 뉴스를 접할 때마다 당시 사건이 떠올랐다고 토로했다.

눈물을 참지 못하며 "지난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서 방치된 채 보냈다"는 A씨는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에 대해 김기덕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거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론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했지만 잠시 뒤 김기덕 필름 관계자는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기덕 감독 측이 주장한 촬영장 무단이탈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녹취록까지 있는데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A씨는 기자회견 말미 자신이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일에 대해 언급했다. 경찰 조사 진행 중 이번 사건이 대중에 공개되자 자신의 실명과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며 협박에 가까운 악플을 단 누리꾼에 대한 일화였다.

해당 악플을 단 누리꾼이 A씨보다 15년 이상 후배인 여배우였다고 밝히며 "저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고 오히려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말 비참합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명성도 권력도 아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배우 일도 접었습니다. 같은 여자 연기자로써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제가 영화계의 힘 있는 유명 배우였어도 그런 수모를 제게 줄 수 있는지, 그 여성배우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번 공대위의 기자회견은 검찰이 김기덕 감독에 대해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를 했기 때문에 준비됐다.

A씨는 "검찰은 다시 한 번만 더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봐 주셔서 이 억울함을 풀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공대위에는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사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한국여성의전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 신현호, 이명숙, 강연재, 오지원, 김민아, 김보람, 박선영, 서혜진, 장경아, 황수철, 강두리, 안지희 등이 포함됐다.

khk0204@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