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중 첫날 사드 여파 직접 언급
[더팩트|권혁기 기자] 대한민국은 드라마 콘텐츠와 K팝을 필두로 문화 강국으로 거듭났다. 일본 문화를 접하고 열광했던 한국은 오히려 이제 수출을 하는 입장이 됐다.
일본에서 크게 일어난 한류의 열풍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전(前)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시들어졌고, 어느덧 열도에서 대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에서 '혐한류' 움직임이 일었다. 민간 차원이 아닌 공안 차원에서 금한령(禁韓令·또는 한한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 드라마·K팝에 역풍
드라마와 K팝 모두 사드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역풍은 심각했다. 탈아시아급 인기를 구가하는 그룹 엑소가 중국 난징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려다 연기됐고, 배우 김우빈, 수지, 이준기의 중국 팬미팅과 프로모션이 줄줄이 취소됐다. 케이블 채널 tvN '인현왕후의 남자' 중국판 드라마인 '상애천사천년2: 달빛 아래의 교환'에 캐스팅됐던 유인나는 교체됐다.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이 현지 당국의 정식 수입 및 방송 금지 지침에 따라 수출되지 못했고, 한류의 원조 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사임당, 빛의 일기'도 사드 역풍을 뚫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서 상상을 초월한 인기로 대륙을 흔든 가수 황치열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면 밖으로' 편집되는 아픔을 겪었다. '별에서 온 그대'를 시작으로 '태양의 후예'까지 따뜻했던 한류에 찬기운이 드리워졌다.
그렇게 문화 수출 강국으로 대접받던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는가 싶었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은 중국 사드 보복에 한류 관련 흑자가 40%나 감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 방중에 기대되는 훈풍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에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한류 열기가 다시 지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중 첫 일정으로 현지 거주 한국민 400명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배우 추자현과 우효광 부부 등 한중 다문화 부부 11쌍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사랑하는 교민 여러분, 그동안 사드 여파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느냐. 저와 온 국민들도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또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한-중 관계 복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이번 국빈방문으로 양국의 신뢰가 회복되고, 한중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양국 국민들의 마음이 다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방중 만으로도 한류에 훈풍을 몰고 온 분위기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사드 갈등을 거론하고 이로 인해 소원해진 관계 복원에 나서겠다는 말까지 한 상황이다.
사실 사드 후폭풍이 잠잠해질 조짐은 지난달 28일 포착됐다. 중국 당국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가 일부지역에서 해제되면서다.
◆ 변화 물꼬 확실, 금한령 방침 철회는 아직
훈풍은 불고 있어도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 문화쪽 금한령 조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을 기해 시진핑 주석이 어떤 뚜렷한 변화의 물꼬를 틀지도 관심사다.
한류의 재가동을 위해 가장 기대되는 대목은 중국이 한국 공연이나 드라마 방송 등을 점진적으로 허가하고 한류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움직이는 카드다.
다행인건 한중 관계가 냉탕에서 온탕으로 이동 중인 것은 확실하고 덩달아 대륙발 한류 훈풍이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언제쯤 적정 온도로 상승될 지가 관건이다.
khk0204@tf.co.kr
[연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