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꾼' 장창원 감독 인터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영화 상영 시간 두 시간 동안 관객들을 홀릴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영화 '꾼' 장창원 감독(38)이 우여곡절 끝에 첫 장편 영화를 내놓았다. '꾼'(감독 장창원·제작 영화사 두둥)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의 예측 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 오락 영화로, 지난달 22일부터 관객을 만났다.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등이 주연진으로 활약했고, 통쾌한 전개로 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66만 4200여 명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달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장 감독과 만났다. 지난 2004년 이준익 감독 '왕의 남자'(2005) 연출부를 하면서 영화판에 뛰어든 장 감독은 조감독 생활을 거쳐 이번에 '꾼'으로 자신의 이름을 앞에 내건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13년 만의 첫 작품이고, 작품을 구상한 지 3년 만에 스크린에 걸린 작품이다.
"3년 정도 전에 '사기꾼을 잡는 사기꾼' '통쾌한 이야기'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긴다' 등 키워드 몇 개를 갖고 영화 구상을 시작했죠.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1년 시나리오 쓰고, 제작사와 배우 캐스팅하고, 촬영하고 후반 작업 마무리까지 약 3년이 걸렸네요."
첫 작품이라서 부담도 많았을 터다. 훌륭한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비결,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 등을 이야기하는 장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좋은 결과의 덕을 남에게 돌리는 겸손한 면모와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짊어진 감사한 부담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진심 타이밍 운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잘 맞아서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의 스케줄, 배우들이 차기작으로 원한 캐릭터 등도 잘 들어맞았죠. 배우들이 캐릭터의 옷을 입고 모여있을 때 어떤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한 배우가 캐스팅되면 조합을 고려해서 그다음 배우들에게 출연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조화로움에 배우들도 동의해준 것 같아요. 분에 넘칠 정도로 행복한 조합이 나왔죠. 사실 영화 만들면서 여러 가지 불안감과 싸우고 부딪쳐야 했는데, 촬영 전부터 나아갈 여정에 자신감이 생기고 안심이 되더라고요(웃음)."
"판이 잘 깔린 상태에서 첫 작품 연출에 임할 수 있었죠. 요즘 영화판에서 신인감독이 이런 배우, 투자사 제작사와 함께 하기는 쉽지 않죠. 너무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상황 등 판이 잘 깔리다 보니 '저만 잘하면 된다' '잘 깔린 판에서 못 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죠. 촬영 전에 스스로 염려되고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다행히도 촬영 한, 두 회차 하고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서로 합이 맞아가면서 그런 걱정은 놓게 됐죠.
그 이후에는 걱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촬영 당시 추운 계절이었고, 중요한 장면마다 비가 와서 부가 스케줄도 늘고, 예산도 늘어나다 보니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죠. 그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를 위해 '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요. 그런 순간에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스태프, 배우들 간의 합이 참 좋았는데 그놈의 날씨가 문제였네요(웃음)."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쓰다가 엎는 작업을 반복하다가 오랜 인고의 세월 끝에 '꾼'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장 감독이다. 39세, 대한민국 사회에서 마냥 적지만은 않은 나이에 첫 작품을 만나게 된 장 감독은 이 모든 기쁨을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돌리지 않았다. 장 감독은 자신의 '긍정 마인드'와 '인복'에 감사해 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게 목표였어요. 그래서 대학교 때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했고요. 드라마 PD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에 애정을 더 갖게 됐죠. 대학교 4학년 때 목표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구체화 됐고,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영화판에 들어갔어요. 영화를 점점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현장에서 직접 느끼면서 영화의 매력에 빠졌어요. 좋아하는 일을 완성하는 것이 좌절될 수도 있기에 불안감과 버티고 싸워왔네요. 긍정으로 무장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요(웃음). 입봉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죠. 빨리 좋은 기회를 맞은 것이 신기하고 뿌듯해요."
"제일 힘든 건 불안함과 싸우는 거였죠.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 지금 하는 일이 맞느냐는 생각이 들고,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자괴감으로 물들기도 하죠. 멘탈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변이 주는 도움, 동료들의 존재, 무엇보다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선배들이 큰 힘이 됐고, 그 덕에 버틸 수 있었어요. 혼자 힘으로는 이렇게 긍정으로 무장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인복이 많아요(웃음). 제 복이에요."
장 감독은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한 이준익 감독을 "스승님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는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편안함, 이 감독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워낙 저를 잘 아시죠. 작품 준비하면서 이 감독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됐어요. '네가 사람들에게 실수하거나 잘못된 것을 강요하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냐. 중심 잘 잡고 진심으로 배우들과 상의하면 배우들도 너의 마음을 다 알 거다. 현장에서는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해라' 등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인생 선배로서도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죠. 저는 듣기 민망해서 '잘 할 거예요'라고 가볍게 대꾸했는데 사실 큰 의지가 됐죠. 스승님 같은 분이에요. 겉으로는 제가 툴툴댔지만 마음 속에 이 감독님의 조언을 쌓아뒀죠(웃음)."
장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로지 자신의 작품을 볼 관객을 생각했다. 사려 깊고 진중한 장 감독이 앞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영화의 첫 번째 조건은 재밌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즐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영화의 가치이고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과정에서 보는 사람들이 생각 행동 가치관을 바꾸게 될 수 있겠죠. 관객들이 주입이나 공부가 아닌 재미를 통해서, 작품 속 캐릭터 인생에 자신을 대입해 보면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막 첫발을 뗐는데,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 안에 메시지나 의미를 담는 좋은 감독이 되고 싶네요."
"두 시간 동안 관객을 홀릴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어떤 이야기 장르, 주인공이 누구이든지 이야기의 힘으로 두 시간동안 관객이 다른 인생을 살게 하고 싶습니다. 관객을 현혹할 수 있는, 작품을 보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