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당·궁·영②] 어디서 본듯한 장면?, '이 영화에는 클리셰가 많아'

학원공포물에서는 왕따로 인한 자살을 소재로한 작품들이 많다. 공포영화의 특성상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등장하는데 이로 인해 클리셰가 많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영화 여고괴담 소녀괴담 포스터

'당·궁·영'은 '당신이 궁금했던 영화 용어'를 설명해주는 코너입니다. 평소 기사 또는 영화 관련 글에서 봤던 용어들 중 생소하고 난해한 단어들을 쉽게 풀어서 소개합니다. 영화 관련 용어가 궁금한 독자께서는 메일로 알려주시면 다음 코너 때 반영토록 하겠습니다.<편집자 주>

[더팩트|권혁기 기자] "친구야, 저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것 같은데?" 이 말을 근사하게 영화 용어로 풀어 쓰자면 "이 영화에는 클리셰가 많아" 정도로 쓸 수 있겠다.

'클리셰(cliché)'는 프랑스어로 '판에 박은, 진부한, 상투적인, 고정관념'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는 문화계로 넘어와 '영화, 노래, 소설 등의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 등'을 뜻한다. 특히 영화에서 '클리셰'는 좋은 의미가 아닌 '뻔히 예상되는 클리셰의 반복' 등 비판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 클리셰가 가장 많은 장르는?

클리셰가 많은 장르라고 한다면 단연 공포영화다. 공포영화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공포감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클리셰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다만 클리셰가 많을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영화가 아닌 이미 봤던 영화를 관람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

예컨대 귀신이나 유령이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들이 어떤 인기척에 잠이 깨어 주변을 살펴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 후 다시 잠을 들기 위해 베개에 머리를 닿는 순간 눈 앞에 귀신이 나타나는 식이다. 또한 학원공포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왕따'와 '자살'도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공포영화에서의 클리셰는 예고를 하고 들어와도 깜짝 놀라게 만든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너무 난무하게 되면 '내용으로 승부하지 않고 놀라게만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리메이크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해피엔딩이다. 사소한 오해와 마찰들로 인해 둘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지만 결국 오해를 풀게 된다.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이혼으로 끝이 났다면 어땠을까?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포스터

◇ 꼭 클리셰가 나쁜 것일까?

그렇다고 클리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진부하다'는 바꿔 말하면 '오랫동안 대중에게 인기를 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멜로 영화에서의 해피엔딩은 너무나도 진부한 결말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걸 바라고 영화관을 가기도 한다.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 주연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한 지난 2014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4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대한민국 보통 커플 영민(조정석 분)과 미영(신민아 분)의 신혼생활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멜로 영화들이 해피엔딩 구조로 구성되는데, 중간에 '갈등'을 넣고 이를 해소하는 방식이다. 이는 진부하지만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은 얼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둘이 이혼을 했다면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을 받을 수는 있어도, 관객들 입장에서는 둘이 이혼하는 결말을 보고 싶어 영화관을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당한 클리셰는 관객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 분명 '매트릭스'나 '아바타'처럼 획기적인 작품들이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진부한 영화가 꼭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나 작가들은 고심하고 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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