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1984년부터 96년까지 포크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싱어송라이터 고(故) 김광석이 사망한지 21년이 지났다.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 명지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김광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공연을 시작, 1984년 김민기의 앨범에 참여하며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의 보컬로 활약한 김광석은 그룹 활동을 끝내고 대학로 학전 등 소극장을 중심으로 1000회 이상 공연하는 기록을 세웠다.

1996년 1월 6일 새벽 김광석이 전깃줄로 목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향년 33세. 시신은 화장됐고 사리 9과가 나왔다. 유족으로는 90년 결혼한 서해순 씨와 딸 김서연 양, 아버지 고 김수영 씨, 어머니 고 이달지 여사, 큰누나 김광나, 둘째형 김광복, 작은누나 김광득 씨였다.(첫째 형은 김광석 군복무 시절 사망)

◆ 부인 서해순 씨가 주장한 자살

김광석의 죽음에는 몇가지 의혹이 있다. 이상호 기자가 연출한 영화 '김광석'에서도 상세히 묘사된 부분이다. 아내 서해순 씨는 김광석이 스스로 목을 맸다고 하는데, 딛고 올라섰을 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목을 맸다면 허공에 매달려 있어야 했지만 고인은 계단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유일한 목격자인 미망인 서해순 씨의 "평소 여자 문제로 불화가 있었다. 신변을 정리하지 못한 채 술을 마시고 자살한 것"이라는 증언에 따라 자살로 내사 종결했다. 서해순 씨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냥 실수"라며 "술 먹고 그냥 장난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김광석'에서는 오히려 서해순 씨가 김광석과 함께 여행을 떠난 미국에서 고인의 친구와 시간을 보냈으며 이로 인해 김광석이 괴로워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거꾸로 자신의 불륜으로 이혼당할 위기에 처한 서해순 씨가 김광석 '타살사건'의 주요 혐의자라고 주장한다.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진 김광석은 당시 심경을 적은 수첩이 있었고, 이상호 기자는 서해순 씨도 몰랐던 해당 수첩의 내용을 영화에 포함시켰다. 김광석의 가족들을 인터뷰한 부분도 공개됐는데 유족들은 "(김)광석이가 평소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만큼 불효는 없다'고 항상 말했다. 오래 살고 싶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 김광석의 유산…노래와 빌딩

김광석의 사후 유산인 빌딩과 음원 저작권은 아버지인 김수영 씨가 관리하다 외동딸 서연 양 앞으로 넘겨졌다. 당시 김광석은 죽기 전인 1993년 ㈜킹레코드와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I·Ⅱ'와 '김광석 3·4집'에 대한 로열티 등 저작권을 아버지에게 돌려 놓았다. 김광석 명의의 건물은 서해순 씨가 소유했다. 김광석 사후 서해순 씨는 저작권에 대해 자신과 딸 서연 양도 권리를 상속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김수영 씨는 자신의 사후 손녀인 서연 양에게 양도한다고 합의했다.

2004년 10월 사망하기에 앞서 김수영 씨는 김광석의 음반에 대한 모든 권리를 부인과 큰아들에게 유증(사망 시 동산 또는 부동산의 처분을 나타내는 말로 민법상 유언자가 유언에 의해 그 재산상 이익을 수유자에게 무상으로 증여하는 행위)했다. 이에 김광석의 어머니와 형은 '고인의 음반에 대한 권한 일절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서해순 씨와 서연 양을 상대로 음악저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등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 판결을 받았다.

서해순 씨는 미성년자인 서연 양을 대신해 김광석의 음악 저작권을 대신 관리했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로 26살이었을 서연 양은 10년 전 17세의 나이에 병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결국 김광석의 모든 재산이 서해순 씨에게 귀속된 셈이다.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서연 양은 2007년 12월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상호 기자는 고발뉴스를 통해 서해순 씨와 서연 씨는 2007년 무렵 갈등이 있었으며 서해순 씨는 최근까지 딸이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김광석' 개봉 이후 연락을 끊고 잠적해온 서해순 씨가 미국으로 이주를 준비해왔으며 출국이 임박했다고 덧붙였다.

◆ 김광석의 상속녀 서연 양 사망은 왜 10년 만에 알려졌나

이상호 기자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광석·서연 부녀의 타살의혹 관련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하며 서해순 씨의 출국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상호 기자는 "저작권 다툼이 마무리 될 무렵 서연 양이 돌연 사망했다. 이번에도 목격자는 서해순"이라며 "서연 양이 살아있는 것처럼 둘러대 저작권료를 온전히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끝난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김광석 유족 측 김성훈 변호사는 "사망 당시 유족과 서해순이 소송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서연 양이 사망했는데 일반적으로 그런 경우에는 절차에 따라 고지하는 게 상식"이라며 "서해순 측은 이를 숨기고 재판을 진행했다. 이점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기 위해 고소 및 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민석 의원은 "경찰은 119를 타고 모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는데 병원 차트에는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나온다. 의미 있는 차이다. 이는 서해순 씨만이 정확하게 답을 해줄 수 있다. 해명을 요청한다"며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서연 양은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린 아이라도 사망하면 빈소를 차리게 된다. 보호자가 없거나 알리고 싶지 않다면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 23일 아침 사망했고 26일 화장됐는데 그 사이 어떤 장례 절차가 없었다. 이 역시도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상호 기자는 "서해순 씨가 먼 지인들에게 딸이 잘 있다고 했으며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자신도 연락이 안된다고 했다. 서연 양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된 게 아닌가 생각해 실종신고를 하러 갔다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광석과 외동딸 서연 양의 사망과 관련된 의문에 대한 답은 서해순 씨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김광석 사망과 서연 양의 사망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결정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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