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아모르파티 역주행' 김연자, 콘서트도 '폭발'

김연자는 40여 년간 고수해온 정통 트로트 가수의 틀을 깨고 댄스곡 아모르파티로 젊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부활했다. /KBS 가요무대

[더팩트|강일홍 기자] 올해 가요계의 대표적인 역주행 사례는 윤종신이다. 그는 서정적 멜로디와 가사를 담은 '좋니'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발표 두 달 만에 멜론 벅스 소리바다 지니 등 국내 주요 8개 음악 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 순위를 '올킬'했다. 이 곡은 발표 당시 윤종신 본인조차 크게 기대를 갖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화제가 됐다. 대대적인 홍보도 없었고, 순전히 가요팬들의 '입소문' 덕에 정상까지 치고 오른 특이한 케이스다.

애초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그의 '거꾸로 행보'는 결과적으로 가요계에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모양새가 됐다. 윤종신은 1990년대 초 데뷔 이래 500여 곡이 넘는 곡을 만들어온 유명 작사가 및 작곡가이자 현역 가수다. 낳은 자식을 돌보지 않았다면 말이 될까? 그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곡이었음을 감안하면 뒤늦은 히트는 더욱 이례적이다. 수억 원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여 매달려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은 게 가요계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좋니'의 히트에는 오디오 위주의 음악을 비정기적으로 들려준다는 취지의 '리슨 프로젝트'가 숨은 공로자이기는 하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는 청각에 집중된 '저스트 리슨(Just Listen)' '저스트 오디오(Just Audio)' 프로젝트를 통해 하림의 '레인보우 버드'부터 장재인·자이언트핑크·퍼센트 '덤 덤'까지 음악 팬들과 교감해 성과를 거둔 바 있고, '좋니' 역시 그 수혜자다. 그럼에도 '좋니'의 역주행은 가요계의 새로운 성과로 더 크게 도드라졌다.

올해 가요계의 대표적인 역주행 사례는 윤종신이다. 그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담은 좋니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더팩트 DB

◆ DJ 신철과 친분-윤일상과 교감, 노랫말 따른 '인생 밑그림곡' 탄생

윤종신과 대비되는 또 한명의 '역주행' 주인공은 바로 '아모르파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김연자다. 김연자의 역주행은 더 극적이다. 무려 4년 동안 잠자던 곡이 알을 깨고 나오듯 뒤늦게 터졌기 때문이다. 윤일상이 곡을 쓴 이 노래는 처음 발표 직후 전혀 반응이 없어, 성인 트로트 가수한테 맞지 않은 곡으로 폄훼됐다. 대중의 관심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아모르파티'는 김연자 자신도 "트렌드에 어긋난 것 같다"며 포기한 곡이다.

김연자에게 곡을 준 윤일상은 가요계의 히트제조기로 명성이 자자한 유명 프로듀서 겸 작곡가이고, 그의 주요 리스트에는 김건모 김범수 엄정화 김현정 김조한 박지윤 신승훈 이승철 유승준 젝스키스 터보 쿨 등 인기가수들이 포진해 있다. 윤일상이 작곡자로 지금껏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아모르파티'를 연결고리로 트로트 가수 김연자와의 만남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김연자 쪽에서 봐도 마찬가지여서 그만큼 특별 케이스라고 할만하다.

김연자는 인기 DJ 신철과의 친분을 앞세워 윤일상과 교감한 뒤 곡을 받는다. 윤일상과 절친인 신철이 다리를 놔 어렵게 만난 자리였다. 김연자는 "누나 어떤 노래가 하고 싶어요"라고 묻는 윤일상에게 "40여 년간 가수로 활동하며 좋은 일, 궂은 일 모두 다 겪었는데 이제는 긍정적으로 앞만 보고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가수는 자신이 부르는 노랫말에 따라 '인생 그림이 그려진다'는 말을 전제로, 밝고 희망섞인 곡을 만들어달라는 의미였다.

드라마틱한 김연자 역주행 신화. 공연계에 나훈아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추석연휴 KBS 아레나 홀에서 펼쳐질 김연자 아모르파티 콘서트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판타스틱듀오, 김연자콘서트 포스터

◆ 수피아여고 시절 '노래 잘하는 소녀', '아모르파티 소녀'로 부활

김연자가 받은 곡은 빠르고 신나는 댄스곡이었다. 당초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같은 분위기 있는 발라드를 기대했던 김연자한테는 왠지 낯설고 부르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 트로트와 달리 가사가 길고, 호흡이 빨라 무대에서 소화하는데 벅찼다. 그가 뒤늦게 "어느 부분이 간주인지 몰라서 노래를 못하겠더라"고 털어놓을 만큼 궁합이 맞지 않았다. 대중의 싸늘한 반응도 한몫을 했다. 결국 노래를 접으면서 '아모르파티'는 잊혀졌다.

진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는 다시 빛을 볼 때 더 반짝이는 법이다. KBS1TV '열린 음악회'에서 한번 부른 게 계기다. 재밌는 건 엑소 덕을 톡톡히 봤다는 사실이다. 마침 엑소가 바로 앞 무대에 출연했고, 김연자의 '아모르파티'에 관심을 가진 엑소팬들이 SNS에 '아모르파티' 호평 글을 올리면서 대중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단초가 됐다. 김연자가 새삼 돋보이는 건 정통 트로트 가수의 틀을 깨고 젊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부활했다는 점이다.

때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노래가 소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하지만 김연자의 '역주행 기록'은 드라마틱하다. 덕분에 올 하반기엔 침체를 거듭해온 공연계에도 새 바람이 일고 있다. 11년만의 컴백 무대로 나훈아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추석연휴 KBS 아레나 홀에서 펼쳐질 '김연자 아모르파티'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수피아 여고 시절 '노래 잘하는 소녀' 김연자가 '엔카 가수'를 거쳐 40년 만에 '아모르파티 소녀'로 다시 비상하고 있다.

eel@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