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2008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며 10년 만에 대한민국 정권은 다시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었습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 청계천을 복원하고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 환승체계를 구축하고 서울숲을 조성했습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경제 살리기'의 기치를 내걸어 주목을 받았지요. 이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차에 여러가지 이슈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면서 '광우병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이때 일부 연예인들이 광우병 시위에 참가했고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때 촛불집회가 크게 벌어졌는데 이명박 정부는 서울 세종로 충무공 동상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는 등 바리케이트로 민심에 맞섰습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이른바 '명박산성'이라는 총 60여 개의 컨테이너 박스, 뒤에는 시위대를 향한 경고용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는 태극기를 거꾸로 들어 빈축을 사면서 7.4%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죠.
대통령 취임 이듬해 1월 19일 용산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용산 4구역 철거민 연합회와 경찰이 대치했습니다. 이튿날 경찰은 철거민들에게 물대포 살수를 하며 특공대를 동원, 진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있던 옥상 망루에 불이 붙어 세입자 2명, 농성자 1명, 전국철거민연합 회원 2명, 경찰특공대 대원 1명이 사망하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그리고 4개월 뒤인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측근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대중은 '정치적 타살'이라며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경찰병력을 이용해 서울광장을 원천적 폐쇄했고 덕수궁 분향소를 경찰이 완전철거하면서 비난은 극에 달했죠.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서울광장을 개방해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김명곤 신학철 탁현민 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문화계 인사 6명 ▶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김가연 등 배우 8명 ▶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노정렬 오종록 박미선 배칠수 황현희 등 방송인 8명 ▶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안치환 윤민석 양희은 이하늘 이수 등 가수 8명 ▶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여균동 김동원 박광현 장준환 등 영화감독 52명이 대상이었죠.
◆ '대한민국 수호'를 모토로 하는 국정원이 주도한 블랙리스트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국정원은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던 문화·연예계 인사들을 따로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주도 하에 좌파성향 문화·예술계 인물과 단체에 대한 퇴출 및 반대 활동을 국정원에서 했다는 얘기입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전신인 국정원은 '소리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를 모토로 지난 1999년 1월 21일 설립됐습니다.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인 국정원이 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했을까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들은 대부분 당시 정권에 불편한 소신 발언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배우 문성근은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명계남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조직했죠. 김민선은 광우병 파동 때 미니 홈피를 통해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겠다"는 글을 남겼다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업체로부터 피소 당한 바 있습니다. 소송은 김민선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권해효는 2008년 광우병 집회의 사회를 봤으며 MBC와 KBS의 파업을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문소리는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습니다. 광주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에 출연했던 이준기는 광우병 사태 당시 "국민을 섬기기 싫은거지?"라며 촛불 집회에 대한 공권력의 강경 진압에 대해 쓴소리를 했죠. 유준상은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강제 철거에 대해 항의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김가연도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를 보고 "그대들이 주장하는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청와대, 국회 주방에서 사용하라. 정부는 국민의 머슴이라고 했다. 머슴이 주인을 죽이려 하고 있다. 머슴은 주인을 위해 먼저 시식하라"고 주장했습니다.
◇ 소셜테이너는 항상 옳다?
MB정권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들은 모두 소신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 이력이 있습니다. 적극성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이른바 소셜테이너(Socialtainer: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예인을 이르는 신조어로 '사회적'이라는 뜻의 '소셜'과 '연예인'을 뜻하는 '엔터테이너'를 합성한 단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블랙리스트에 있는 연예인들이 옳은 말만 한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PD수첩'은 광우병 관련 보도 중 일부 내용을 오역했고, 대법원으로부터 광우병 위험에 대한 방송 중 일부는 허위 보도라며 정정 보도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각각 MBC에 정정·반론 취지문 보도와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게재'라는 징계를 내리기도 했죠. 물론 방송 덕분에 이명박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소들 중 광우병 위험 부위를 뺀 나머지만 수입하기로 재협상을 했습니다.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는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킵니다. 매일 그들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방문하는 대중은 그들의 발언에 대해 신뢰감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소셜테이너들은 말 한마디, 자신들의 타임라인에 올리는 글의 단어 선택 하나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한 연예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그들의 주장이 잘못됐다면 그 주장을 뒤엎을 증거를 내놓고 입장을 밝혀야지, 그들을 뒤에서 탄압하는 행태는 민심을 잃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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