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권력이 국민투표로 탄생한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본주의의 근간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모든 투표가 그렇듯이 결국 돈의 힘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세몰이를 하게 마련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생리상 권력조차도 돈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라도 금권의 위력을 외면하고서는 권력을 틀어쥐기 힘들다는 얘기겠죠.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대통령을 지칭하는 또다른 표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반어적 비유가 있습니다. 진짜 권력자는 대통령보다 막강한 재벌가라고 말합니다. 임기 5년 후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청와대를 떠나야하는 대통령보다는 무한대 임기가 보장돼 있는 재벌가의 영향력에 빗댄 말이겠죠. 자자손손 세습 재벌가의 특성상 이보다 더한 권력은 없습니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듯 '돈만 있으면 의붓자식도 효도한다'는 풍자적 자조가 생판 낯설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돈의 막강한 힘과 돈에 휘둘리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권력이란 영향력의 유무와 향방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이 돈이야말로 권력도 사고, 귀신도 부리고, 의붓자식의 마음에도 없는 효도를 이끌어내는 권력 위의 또 다른 권력입니다.
◆나훈아의 스타성과 카리스마 "내 공연 보고 싶으면 표를 끊어라"
흔히 재벌가에서 당대 일류 스타들을 사적 모임에 초대하는 일이 있고, 거의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이에 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일단 참석하는 순간 자타공인 최고 스타로 인정받는 것이고, 또 덤으로 거액의 거마비를 받기 때문입니다. 한데 막강한 글로벌 기업의 오너 조차도 공략하지 못한 연예인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대한민국 불굴의 '자존심 가수' 나훈아의 얘기입니다.
"나는 대중 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사람 앞에서만 공연을 한다. 내 공연을 보고 싶으면 표를 끊어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에 등장하는 일화 중 하나인데요. 전성기 시절 나훈아는 자신을 섭외한 그룹 고위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이건희 회장이 참석하는 비공식 여흥 자리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중스타로서의 자존감이 확고합니다.
통상 스타급 배우나 가수들이 이런 특별한 자리에 참석할 경우 함께 식사만 해도 기천만원의 거마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나훈아는 데뷔 이후 스타 가수들이 초대를 받는 정재계 유력자들의 비공식 모임에 단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습니다. 때로 지나친 신비주의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나훈아의 스타성과 카리스마는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입니다.
◆ 서울 부산 대구 등 단 세곳 공연 '45억 매출', 내년 150억 전망
나훈아의 카리스마 위력은 최근 10여분 만에 3만여 석의 컴백 티켓을 완판시키면서 다시 한번 확인시켰습니다. 그가 고희를 넘긴 나이임을 감안하면, 최고 한류 아이돌 스타와 견줄 엄청난 위력입니다. 그의 막강한 티켓파워는 그가 50년 넘게 추구해온 철저한 자기관리와 무관치 않습니다. 평소 그는 잦은 방송 노출보다는 알찬 공연으로 내실을 다지는 거꾸로 전략을 썼기 때문입니다.
11년 만에 열리는 나훈아 공연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합니다. '설마 3만석이나 되는 티켓을 못구하랴'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모두 낭패를 봤습니다. 전용 예매사이트 구입 외에는 단 한 석도 사전사후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다 보니 후폭풍도 요란합니다. 해외 교포들이 지인들을 통해 티켓을 구해달라는 요청까지 쇄도하면서 '신종 IT암표상'도 활개를 치는 상황이 됐고요.
나훈아는 올 하반기 서울 부산 대구 등 단 세 곳 공연에 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전용 예매사이트를 가동하면서 통상 5~6%(약 2억 5000만 원)에 달하는 대행 수수료도 자체 수익으로 확보했습니다. 사실 올해는 징검다리에 불과합니다. 정기 콘서트가 본격화될 내년부터는 한해 150억 매출도 무난하다는 전망인데요. 인기와 돈을 아우르는 '스타 권력'의 막강 위력이 실감나는 대목입니다.
eel@tf.co.kr
[연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