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지의 쓰담쓰談] '귀향2'·'아이 캔 스피크', 비교 관람의 '최적 영화'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아이 캔 스피크 메인 포스터. 두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서로 다른 시각과 분위기로 그렸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두 편의 영화가 차례로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감독 조정래, 이하 '귀향2')와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의 이야기인데요. 두 영화는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 관객에게 어떤 울림을 줄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귀향2'는 시민 후원자 7만 5270명의 후원금을 모아 제작돼 지난해 개봉된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의 참상을 다룬 영화 '귀향'의 후속편으로 오는 14일 관객을 찾아갑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을 담은 작품으로, '귀향'의 내용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터뷰 영상, 박지희의 '아리랑' 녹음 여정 등이 추가, 편집돼 풍성한 후속편이 탄생했습니다.

지난해 개봉된 '귀향'은 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어 기획부터 개봉까지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개봉 당시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약 358만 명 관객을 불러모으는 성과를 얻었죠.

'아이 캔 스피크'는 온 동네를 휘저으며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나문희 분)이 원어민 수준 영어를 구사하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두 사람이 친구이자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는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무려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이 9급 공무원 민재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두 사람이 친구이자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이 캔 스피크 스틸

영화 포스터나 작품 소개 등을 살펴보면 '아이 캔 스피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점을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극 전반부-중반부에서도 코믹한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인데요. 후반부에 접어들면 옥분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힙니다.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됐던 2007년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습니다.

두 영화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지만, 서로 다른 주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귀향2' 메가폰을 잡은 조정래 감독은 지난 2002년 나눔의 집(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에 봉사자 자격으로 방문한 후, 할머니들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후 '귀향'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죠. 나눔의 집에 처음 다녀온 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는 것에 대한 사명을 갖게 된 조 감독은 "문화적 증거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기에 '귀향2'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이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7만 5270 시민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제작돼 지난해 개봉된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의 참상을 다룬 영화 귀향의 후속편으로 오는 14일 개봉된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스틸

이와 반대로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켜보는 '우리'의 시선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그렸습니다. 지난 6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김현석 감독은 "이 역사가 알면 알수록 아프다는 변명으로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사는 것 같다"며 "영화에서 옥분의 사연을 모르고 그와 관계를 맺으며 사는 사람들이 '우리'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옥분의 아픔을 묘사하는 부분은 짧게 했고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고 영화를 연출하면서 주안점을 둔 점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동네, 이웃을 친밀한 온도로 보여주는 '아이 캔 스피크'는 촘촘한 웃음 코드로 관객의 긴장을 풀어놓습니다. 그러다가 막연히 멀게 느끼던 역사의 피해자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관객의 시야에 엄습하게 한 후 눈물을, 그리고 나지막이 반성을 자아냅니다.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두 작품이 같은 시기에 관객을 찾아갑니다. 두 작품의 서로 다른 시각은 한 소재를 다각도로 보고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모처럼 관객이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층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두 작품 모두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아픔을 조명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염원과 메시지가 담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한정하지 않더라도 '평화'라는 큰 키워드를 관망하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좀 더 아름다운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힘을 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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