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얼마 전 종영된 KBS2 '쌈 마이웨이'를 본의 아니게 본방사수를 하게 됐다. 필자는 미친듯이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 혹자가 말하듯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면서 야구나 실컷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기에 리모컨이란 그리 큰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와이프가 '쌈 마이웨이'를 보기로 결정(?)하면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0시에는 KBS2가 고정 채널이 됐다. 보다보니 재미가 있었다. 가끔 TV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서 와이프에게 의견을 묻곤 하는데 '쌈 마이웨이'를 본 와이프의 평은 "박서준이 제 옷을 입은 것 같다"였다.
훤칠하고 싸움 잘하던 스타였지만 실수 한 번에 어려운 삶을 살아가다 스물 아홉에 대뜸 꿈을 찾아 격투기선수로 전향, 멋지게 재기하며 절대 친구라던 애라(김지원 분)와 꽁냥꽁냥 연인이 되는 고동만은 바로 박서준(29·본명 박용규)을 위한 캐릭터였다.
박서준은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 후 연기자로서 잘 풀리지 않자 군 복무를 먼저 해결했다. 다녀온 후 검도, 합기도, 승마 등을 겸비했다. 뭔가 박서준의 실제 삶과 느낌도 비슷하지 않는가?
3남 중 장남인 박서준은 "제가 남동생만 둘이라 비뚤어진 선택을 하면 동생들이 따라하는 게 있어 절제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고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나 말문을 열었다.
그렇기에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제작 무비락·공동제작 도서관옆스튜디오·베리굿스튜디오)에서의 기준 역할에 딱이었다. '청년경찰'은 의욕충만 경찰대생 기준과 이론백단 경찰대생 희열(강하늘 분)이 외출을 나왔다가 우연히 납치 사건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가출을 해본다거나 반항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는 박서준은 극 중 여성과의 즉석 만남을 위해 방문한 옥타곤에 대해 "전역 후 실제로 가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돈이 있어서 간 것도 아니었죠. 아는 형, 누나들이 놀러오라고 해서 갔는데 그 때 옥타곤은 가장 '핫'한 곳이었죠. 궁금했어요. 그런데 가봤지만 너무 이질감이 들더라고요. 음악도 시끄럽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돈이 많아 보이는 게 나랑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영화 때 처음 갔죠. 갔더니 '이렇게 생겼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준이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죠."
다음은 클럽'이' 좋아할 것 같이 생겼지만 클럽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박서준과 나눈 일문일답.
-시사회 후 평이 매우 좋다.
저랑 (강)하늘이는 언론시사로 보지 않았어요. 기자분들이 기사를 쓰셔야하니까 객관적으로 보실까 싶어서 계속 눈치를 볼 것 같아서요.(웃음) 어떻게 보면 평가의 장이기도 하기에 VIP시사회에서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일단은 평이 좋아 다행이죠. 제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투자 배급이 정해지지 않을 때였어요. 분명 이 시나리오를 보고 상업적으로 봤을 때 '될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개봉하게 돼 다행입니다.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다행인 것 같고요.
-기준 역할을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
크게 준비할 거는 없었습니다. 역할적인 부분에서 유도를 할 줄 알아야하기에 연습했죠. 그리고 둘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기에 하늘이랑 얼만큼 친해질 수 있을까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다른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준이가 스무살이니 젖살도 있고 풋풋함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안 먹던 염분도 먹고 그랬죠. 3일 정도 조절을 했죠. 몸 상태는 '쌈 마이웨이'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청년경찰'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영화의 톤앤매너가 좋았어요. 기준이와 희열이가 봤을 때 납치인데 알고보니 엄청난 사건이었던거죠. 무거운 사건을 다루지만 그런 일이 분명 현실에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유쾌하게 상황을 풀어내는 것도 좋아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소재를 톤앤매너로 넘어갈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았죠. 또 청년들이 목표의식을 갖을 때나, 직업을 생각할 때 보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
-영화에서 보면 기준은 미혼모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와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 실제로도 어머니와 사이가 어떤지?
어머니와는 살가운 편이죠. 아버지는 너무나 사랑하지만 제가 장남이기도 하고 남동생이 둘이나 있어 뭔가 벽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하하. 기준이는 어머니만 계신 상황이라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라고 설정했던 것 같아요.
-극 중 기준이는 공부와는 동떨어진 친구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경찰대학교 가기가 어렵다.
저도 감독님한테 말씀드렸죠. 그 결과 멍청한 게 아니라 '순수'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런 친구 있잖아요. 되게 노는 것 같은데 공부 잘하고, 공부 잘하는데 날라리 같은 친구들이요. 입학 전에는 성적이 좋았지만, 서울대에서도 꼴찌는 있지 않습니까? 기준이가 그런 친구인거죠.
-김주환 감독이 대본의 20%는 비워뒀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아주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어 놓으셨어요. 실제로 이렇게 대본을 안보고 촬영한 건 처음이었어요. 대사를 미친듯이 외울 필요가 없었죠. 호흡이 중요하기에 중간에 만들어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대본이든 빈 공간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컨대 지문은 한 문장인데 긴 순간들 말이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에서도 지루한 틈들이 생기니까 이 때는 무조건 상대방과 내 호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수사 방법 세가지를 쓰는 문제에 '열정 집념 진심'이라고 쓴 부분이 웃음 포인트였다.
거기서 제 글씨를 써야하는데 대본에 있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틀리다' 정도였죠. 감독님과 대본으로 아이디어로 '열정 집념 진심'을 냈는데 대사로 쓰셨더라고요. 사전 애드리브인 셈이죠. 저는 그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짭새야'라는 대사도 큰 웃음을 줬다.
거기서 많이들 웃으셨다는데 그럴 줄 몰랐어요.(웃음) 저는 어쨌든 진지하게 찍었습니다. 기준이한테는 다 진지한 상황들이었으니까요. 제가 웃기려고 한다고 웃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시선을 끌어야하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하려고 했는데 웃길 줄이야.(웃음) 예상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강하늘로부터 침을 맞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제가 너무 힘들었죠. 제가 맞아야 하는데 몇 번 실패를 했어요. 계란 흰자로 만들어서, 4번째인가 3번째에 맞았는데 맞는 순간 소머즈가 돼 다 웃는 게 들리더라고요.(웃음) 돌아서는 소리가 들리는데 눈을 감고도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가 느껴지니까 저도 눈을 뜨면 못 참을 것 같더라고요. 침이 달랑달랑 거리고 있는데 눈을 떠보니 찍는 사람들 뒤통수만 보였죠. 거기서 제가 웃음을 못 참았습니다.
-'쌈 마이웨이'와 '청년경찰'의 이미지가 겹친다는 얘기도 있다.
'청년경찰'이 먼저 찍은 작품이죠. 그 때는 '쌈 마이웨이'라는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죠. 영화 촬영 막바지에 대본을 봤어요. 비슷한 면이 있어 고민도 되고 했지만 영화로 보여주는 것과 드라마로 보여주는 것이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쌈'이 로맨틱코미디라면 '청년경찰'은 브로맨스 수사극이니까요. 차이점이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해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보여지는 게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끝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웃으면서 촬영했습니다. 그 분위기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드라마도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영화는 더 선택의 의미가 강한 것 같아요. 누구랑 볼지, 또 돈도 내야하고. 그래서 영화 시간은 109분이지만 관객에게 좋은 시간이 돼 좋은 하루가 됐으면 하는 자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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