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조영남이 '그림대작' 사건으로 기소된 지 1년여 만인 9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이날 조영남은 평소 스타일대로 차분하게 자기방어를 해 주목을 끌었다.
조영남은 공판 최후 진술에서 "제가 세계적 미술가인지 국내적 미술가인지 논란이 있다. 다만 세계적 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받았던 사실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 조수를 쓰는 게 관행이라고 했던 말로 인해 11개 미술단체에 피소당했지만 각하 결정이 내려져 큰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설령 이 판결이 불리하게 나와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영남 발언은 자신이 국제적 미술행사에도 작품을 전시하는 등 시장의 정당한 평가를 받는 화가이므로, 조수 고용 자체만으로는 사기성 행위로 판단될 수 없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영남의 한 측근은 10일 <더팩트>에 "조영남 씨는 이미 여론 재판으로 누구보다 큰 희생을 치렀다"면서 "대작에 대한 견해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고 있어 이를 두고 사법당국이 단죄를 한다면 감수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 자격으로 조영남 측 증언에 나선 진중권 교수는 "작품에 대한 평가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며 논란이 된 작품들은 모두 조영남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본인 작품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진 교수는 지난해 조영남 대작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재밌는 사건이 터졌다.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다.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이에게 맡기는게 일반화된 관행이다"며 조영남을 옹호한 바 있다.
1년여 만에 첫 공판결과가 나온 이후 누리꾼들은 "TV에서 조영남이 사라지니 원로급 예능인들도 덩달아 설 자리를 잃었다"며 조영남 근황에 큰 관심을 보였다.
조영남의 오랜 지기인 S연예기획사 한모 대표는 "(조영남은) 사건에 연루된 이후 TV 등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았을 뿐, 재판 준비를 하면서 개인적 활동은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영남은 그동안 지인들이 초청하는 소규모 무대에도 서고 그림 전시회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중순까지 대작 화가들에게 자신의 그림에 덧칠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해 총 21점을 팔아 1억 5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로부터 1년6개월 형이 구형된 조영남 그림대작 사건 재판 선고기일은 오는 10월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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