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연예필담] '여배우 폭행혐의 피소' 김기덕 감독의 이상한 해명

김기덕 감독이 영화 뫼비우스에 최초 캐스팅됐던 여자주인공 A씨로부터 폭행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더팩트 DB

[더팩트|권혁기 기자] 국내보다 해외 영화계에서 더 알아주는 김기덕(57) 감독이 피소됐습니다.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에 합류했다가 교체된(또는 하차한) 여배우 A가 김 감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인데요.

소장의 내용은 '뫼비우스' 주연을 맡았던 A씨가 촬영 당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맞았고, 당초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A씨는 곧바로 김 감독을 고소하고 싶었지만 영화계 일을 하면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망설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배우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을 통해 김 감독을 고소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 측이 해명에 나섰습니다. 김 감독 측은 3일 오후 "지난 2013년 '뫼비우스' 촬영 중 생긴 일로 간단한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 배우와 1996년부터 같이 영화를 시작하고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내다 제가 해외 수상 후 몇 차례 간곡한 출연 요청을 저에게 했다. 2004 베니스 베를린 감독상 수상 후 또 한 차례 출연을 부탁해 2005년 '시간' 때 두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캐스팅 제안을 했으나 역이 마음에 안 든다고 거절했다. 2012년 베니스 수상 후 다시 출연을 부탁해 '뫼비우스'에 참여하기로 했고 약 2회 촬영을 하다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 3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고 피디도 집 근처로 수 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을 했지만 끝내 현장에 오지 않았다. 제작 비용이 없는 관계로 출연 중인 다른 배우를 1인2역으로 급하게 시나리오를 수정해 촬영을 마무리 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단 폭력 부분은 해명하고자 한다고 했는데요. 김 감독 측은 "첫 촬영 날 첫 장면이 남편의 핸드폰으로 인해 서로 때리며 심하게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4년 전이라 흐릿한 제 기억으로는 제가 직접 촬영을 하면서 상대 배우의 시선컷으로 배우를 때렸거나, 아니면 제 따귀를 제가 때리면서 이정도 해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써 이것도 약 4년 전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든 연출자 입장에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생긴 상황이고 다수의 스태프들이 보는 가운데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 하면서도 "스태프 중 (누군가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언하면 영화적 연출자의 입장을 다시 고민하는 계기로 삼는 동시에 제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이상한 전제를 깔았죠.

폭행 및 성적 수치심을 당했다며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 A는 뫼비우스에서 조재현의 아내이자 서영주를 아들로 둔 이은우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뫼비우스 포스터

"어쨌든 상처 받은 A씨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김 감독 측은 "이번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정말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드는 한국 영화 스태프들과 배우들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저를 믿고 이번에 '인간의 시간'에 참여해주신 스태프, 배우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마무리했습니다.

우선 이번 일의 진실은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간단한 해명'이라는 말로 시작한 김기덕 감독의 해명은 뭔가 좀 이상합니다. 구구절절한 여배우 A와의 관계는 차치하고라도 캐스팅 제안과 거절, 그리고 마치 여배우 A가 해외 영화제 수상 경력 때문에 김 감독에게 출연을 부탁했다는 뉘앙스가 어딘가 어색합니다. 또 여배우 A가 먼저 김기덕 감독에게 출연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 또한 엿보입니다.

그러나 2회 촬영 후 3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오지 않아 피디가 집 근처로 가서 촬영장에 나올 것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정확한 시간까지 기억을 하면서도 그녀의 뺨을 때렸다는 부분은 4년 전이라 정확한 기억이 아니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중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언하면' 연출자의 입장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으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또한 마지막에 '인간의 시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는 부분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번 일로 영화에 피해가 갈까봐 그랬다면 따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사과를 해야죠. 왜 '뫼비우스' 당시 일에 대해 해명하면서 '인간의 시간'을 언급하나요?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라는 이상한 해명과 함께 차기작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 김기덕 감독. 과연 검찰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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