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전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맞습니다. 난 한국인입니다. 내가 한국인인 게 알려지면 전 세계가 뒤집힐 겁니다"
'카리스마'의 대명사 배우 최민수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돌아왔습니다.
최민수는 지난 19일 첫 방송 된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캐릭터로 분했습니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1970년대 중동의 한 작은 왕국으로 건너가 백작이 된 남자(최민수 분)가 딸과 사위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신선한 소재와 캐릭터 그리고 작품 전반의 코믹한 정서가 특징입니다.
최민수가 연기하는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캐릭터는 중동으로 건너가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끈기로 성공, 보두안티아 공화국(가상 국가)의 백작이 된 인물입니다. 드라마를 직접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국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앞서 언급한 대사를 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사는 최민수가 입은 백작 캐릭터와 만난 순간 당위성을 얻게 됐고, 보는 이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최민수의 코믹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영화 '결혼이야기' '미스터 맘마' '가슴달린 남자',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등 다수 작품에서 유쾌한 연기로 대중을 만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의 코믹 연기에 나서는 그가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백작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하니 과연 어떤 캐릭터가 구현될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연기해낼지 방송 전부터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주 뚜껑이 열렸고, 시청자들은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랍백작 이질감이 없다. 멋지다 카리스마"(sunn****) "역시 최민수는 그냥 폼만 잡는 허세 배우가 아니었다. 예전부터 코믹연기도 잘했고 연기 스펙트럼 넓은 배우였는데, 워낙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가 각인이 되다 보니 다른 연기들이 묻혔던 거였다"(chlr****) "최민수가 멱살잡고 끌고 오는 드라마. 연기력 원탑이다"(yout****) "최민수 정말 연기 잘하네. 최민수 장면은 잠시도 눈을 못 돌리게 매력적이다"(hi10****) 등 열렬한 호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최민수는 특유의 연기력으로 독특하면서도 생생한 백작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최민수의 말 억양, 몸짓, 의상, 분위기, 근육의 움직임 등 하나하나에 백작 캐릭터가 입혀져 독보적인 캐릭터가 완성됐습니다.
지난 1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부터 최민수는 마치 백작 캐릭터에 빙의한 듯한 말투와 행동으로 좌중을 사로잡았고, 작품 속 캐릭터를 한껏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는 "나는 백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아직 한국말 배운지 얼마 안 됐다. 얘기만 하면 사진을 찍어대는구먼. 이번 작품은 감독님과 같이 크루즈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촬영을 한다는 기분이라기보다는 매일 만나서 같이 크루즈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재치있는 첫 인사를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이날 고동선 PD는 최민수에 대해 "최민수 선배가 작품에 대해 열심히 몰입하면서 연구했다. 단순히 코믹하게 본 것이 아니라 인물의 깊이까지 연구하더라. 인물의 깊이는 물론 드라마의 테마에 대해 풍부하게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민수 선배가 120% 잘하고 있고, 드라마의 기둥 역할이 되고 있다"고 칭찬,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배우가 만난 최고의 캐릭터를 시쳇말로 '인생 캐릭터'라고 합니다.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난 최민수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탁월한 연기 재능을 십분 발휘, 시청자에게 계속해서 큰 웃음을 선물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한편 순조롭게 시청자의 사랑을 끌어모으는가 했던 '죽어야 사는 남자'는 이슬람 문화 희화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 부적절한 묘사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촬영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엄밀하게 검증하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 제작에 임하겠다"고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시청자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첫 단추를 잘 끼운 '죽어야 사는 남자'이기에 세심한 노력으로 해당 문화권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죽어야 사는 남자'가 사과문의 내용처럼 더욱 제작에 주의를 기울여 성숙해진 작품을 완성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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