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리까봐 겁나'. 가왕 조용필(67)이 지난 2013년 발매한 19집 '헬로(Hello)'에 수록된 '바운스(Bounce)'의 가사 중 일부다.
10년 만에 컴백하면서 완벽하게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히트시킨 조용필은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바운스'와 '헬로'는 음원 선공개 이후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달렸다. 음원이 있음에도 오프라인에서는 조용필의 19집이 동났다. 눈여겨 볼 것은 조용필의 골수 팬들 뿐만 아니라 10, 20대까지 줄을 서서 음반을 사면서, 침체된 음반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는 점이다.
조용필과 비슷한 해에 태어난 나훈아(70·본명 최홍기)도 한국 가요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용필이 '록'을 추구했다면 나훈아는 '트로트'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약 2500여곡을 취입, 정규 앨범 19장,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800여곡 이상 등 각종 기록을 갖고 있는 나훈아는 '한국 가요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조용필이 대중과 소통하는 가수라면 나훈아는 콘서트 위주의 은둔형 스타다. 둘은 나이와 데뷔 시기가 비슷하지만 한 쪽은 록을, 한 쪽은 트로트라는 장르적 차이가 있다. 분명 다른 길을 걸은 듯 하지만 '요즘'을 대하는 태도는 같았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나훈아는 11년 만인 지난 17일 정오 신보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온라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오프라인 매장 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도 타이틀곡 '남자의 인생'를 비롯해 '몰라' '당신아' '아이라예(아닙니다)' '죽는 시늉' '모래시계' '내 청춘'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다. '남자의 인생' 뮤직비디오도 동시 공개됐다.
이 같은 행보는 어떻게 풀이될 수 있을까? 먼저 시대와 발을 맞추겠다는 나훈아의 의지로 풀이된다. 과거 음악은 전축으로 LP를 돌려 들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있는 집'에서나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지금은 골동품으로 전락했지만 아직도 그 시대를 추억하는 소비자들이 있어 동대문 등에는 중고LP 매점이 매일 아침 문을 열고 있다.
1980년대 음반 시장의 중심은 수십번 이상을 들으면 늘어지는 카세트 테이프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해 붙여진 일명 워크맨 역시 초기에는 고가였다.
그러다 음질이 떨어지지 않는 CD와 MD로 바뀌면서 음반 시장은 급변을 맞이했다. 20년 전만 해도 웬만한 동네에는 테이프를 파는 레코드점들이 하나씩은 있었지만 지금 CD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대형 프렌차이즈 서점들을 방문해야 한 켠에 놓인 CD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후 MP3가 등장하면서 CD플레이어는 '건축학개론'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자동차 대시보드에는 CD 투입구가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아직은 운전자들을 위한 CD와 테이프를 판매하고 있다. 그곳에 엑소나 빅뱅, 트와이스 등 요즘 아이돌의 CD가 놓여있지는 않는다.
'어르신팬들'이더라도 스마트폰에 MP3 다운로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자녀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나훈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 역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CD를 이용해 들을 수도 있다.
CD와 음원 동시 발매는 '필수 불가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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