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에서 김준혁 캐릭터로 활약한 배우 김강우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국내 최초 SF 추적 장르 드라마 '써클'과 함께한 도전을 마무리하고, 새 소속사로 이적하게 된 배우 김강우(39)에게 2017년 여름은 여러 의미에서 '전환점'이 됐다.
김강우는 지난달 27일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 월화드라마 '써클:이어진 두 세계'(극본 김진희 유혜미 류문상 박은미·연출 민진기 이하 '써클')에서 베테랑 형사 김준혁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더팩트>는 같은 달 30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한 카페에서 김강우를 만났다.
'써클'은 국내 드라마 가운데 최초로 SF 추적 장르에 도전했고, 2017년과 2037년의 이야기를 따로 구성한 더블 트랙 연출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수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민진기 PD의 첫 드라마 작품이자, 네 작가의 입봉작인 '써클'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팀워크도 좋았고 모두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죠. 끝내려고 하니 계속 더 촬영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작품 시작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이 장르를 드라마로 한다기에 조금 걱정은 됐어요. 드라마 제작 환경상 시간이 촉박한데 CG는 어떻게 할지,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이 될지 여러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시나리오도 재밌고, 소재도 구성도 기발하더라고요. 그리고 캐릭터가 인간미도 넘치고 매력 있었어요. 캐릭터를 보고 나니 작품에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SF물이 나오고, SF물에 국내 배우가 나오면 많은 분이 이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랬죠.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 작품들 이후 그런 고정관념이 대중적으로 많이 깨진 듯 해요. 한국적인 상황이나 친근한 설정이 나오면 대중분들이 더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써클'에서도 제가 연기한 김준혁 캐릭터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법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점점 우리나라 SF 규모가 커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형 SF를 보고 싶어 하는 욕구들도 있고요. 큰 자본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고, 이번에 그런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로 좋은 평을 받았지만 첫 회에 기록한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다소 아쉬운 시청률 성적을 보인 '써클'이다. 이에 대해 김강우는 "아쉽다"고 고백하면서도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시청자의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번 작품으로 장르물에 거부감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대중들이 과연 받아주실까' 하는 의구심이 늘 있었는데 그 의구심을 버릴 수 있게 됐죠. 그리고 예전에는 저 자신이 잘 못 받아들이니까 다른 분들도 잘 못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편협한 사고를 했는데 바뀌었죠. 좋은 시나리오가 온다면 흥미롭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댓글이라는 게 간단하게 툭툭 자기 느낌을 쓰는 정도인데 저희 작품 시청자분들은 장문을 쓰시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다음 내용이 이럴 것 같다는 예측을 작성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굉장히 흥미 있게, 적극적으로 몰입해서 시청해주셨다는 건데 이런 반응이 재밌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죠. 함께 설전을 벌이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인상 깊었습니다."
이날 김강우는 "꾸며서 대답할 수 있겠지만, 인터뷰할 때는 더 솔직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솔직담백한 매력으로 좌중을 수차례 폭소케 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이유로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회사 나가는 것과 같은 것 같다. 이게 직업이고 이걸 해야 아이들 유치원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솔직한 면모를 지닌 김강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인물일까.
"제가 평소에 말이 별로 없어서 후배들이 무서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 촬영할 때는 성격과 다르게 일부러 말을 많이 했죠(웃음). 제가 연장자이더라고요(웃음). 그래야 분위기도 재밌어지고 좋아질 것 같았죠. 이기광이 소속한 하이라이트 콘서트 곡을 찾아 듣고 '너무 좋더라'라고 얘기하거나 하이라이트 멤버 이름을 얘기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엄청 놀라더라고요(웃음). 공승연한테는 '정연이 잘 지내지?'하고 장난도 치고요. 그런데 사실 잘 몰라요(웃음). 그래도 그런 게 서로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집에서는 평범한 아빠, 평범한 남편이에요. 그런데 다른 아빠들과 다르게 며칠씩 못 볼 때도 있고 잘 때쯤 잠깐 볼 때도 있기는 하죠. 그래도 놀아줄 때는 화끈하게 놀아줘요. 아내와는 동갑이고 연애도 오래해서 친구 같은 사이예요. 제가 좀 예민한 편이라면 아내는 털털하죠. 아내는 제가 연기에 감정을 소비하고 집에 들어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싸움을 할 일이 없죠. 서로 장난도 많이 쳐요(웃음)."
김강우는 인터뷰 전날 킹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 이적 소식을 알렸다. 해당 소속사 대표와 과거 소속사에서 함께한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다시 한 식구가 됐다. 직전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스') 주재로, 씨제스 관계자들과 함께한 이날 인터뷰는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와 함께 친밀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3년간 함께한 소속사와 이별하고, 고심 끝에 그가 소속사를 이적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가 진솔하게 털어놓은 소속사 이적의 이유와 현재의 마음가짐은 그의 새 출발과 재도약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씨제스에서) 3년 함께 지냈는데 너무 좋은 곳이에요. 대표님을 형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모두 좋고 편한 분들이죠. 그런데 39세였던 지난해 제가 일부러 힘든 연극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배우도 직업인이잖아요. 꿈을 안고 배우를 시작했는데, 반등의 계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죠. 이런 상황에 배우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다른 파트너와 새롭게 시작해보는 것인 것 같았어요. 제 신인 때 모습부터 아는 파트너와 다시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해서 제가 (킹엔터테인먼트에) '나와 함께 달려보자'고 제의했죠. 심기일전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어요. 씨제스에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게 됐죠. 고맙게도 이렇게 인터뷰 자리까지 씨제스에서 마련해줘서 마지막까지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것 같은 마음이긴해요(웃음). 대기업 박차고 나가면 후회한다던데(웃음). 농담이고, 심기일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소속사를 이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