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옥자'(제작 플랜B·루이스 픽처스·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의 극장개봉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한국배급을 맡은 NEW는 오는 29일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개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극장협회가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만 극장 동시개봉하는 '옥자'를 두고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문제삼았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 시장 질서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3대 멀티플렉스 CJ CGV 및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상영 보이콧'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ACT 체크 1=상영 가능성, 50 대 50?
먼저 상영 가능성은 50 대 50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성급하다. 극장 별로 개봉 전주 주말부터 관을 여는 경우도 있고, 늦으면 3~4일 전에 예매 사이트에 열리는 케이스도 있다. '옥자'는 29일 개봉으로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보이콧으로 기울고 있다.
CJ CGV 고위 관계자는 2일 <더팩트>에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옥자' 외에도 동시개봉 영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IPTV에 동시개봉이라고 홍보하는 영화들 역시 최초 영화관 개봉 이후 최소 3주 이상 지나야 IPTV에 진출할 수 있다. 극장에서도 상영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개봉'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한 편의 영화가 다른 수익과정으로 중심을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홀드백(hold back) 기간을 3주로 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시네마 관계자 역시 "상영과 관련해 아직 논의 중"이라면서도 "'옥자'가 봉준호 감독 작품이기 때문에 봐주는 선례가 생기면 안될 것 같다. 만약 봉준호 감독 작품이 아닌 다른 넷플릭스 작품이라면 이런 논란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가박스 측은 상영 보이콧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며 "극장 산업 구조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급사 NEW 측은 "넷플릭스 입장은 동시개봉을 고수하고 있다"면서도 "국내 영화팬들도 극장에서 즐길 수 있게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FACT 체크 2=멀티플렉스 vs 넷플릭스, 쟁점은?
멀티플렉스 측과 넷플릭스 측의 가장 큰 쟁점은 홀드백 기간없이 극장과 IPTV에서 동시개봉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들도 VOD 시장에서 홀드백 기간을 두고 있다. 지난 2013년 '지상파 다시보기 무료전환기간'이 1주일에서 3주일로 연장됐고 홀드백 기간이 짧을수록 본방송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SBS가 지난해 11월, 3주에서 6주로 연장한 바 있다.
영화의 측면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다.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관람하길 바라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기다렸다가 편하게 집에서 IPTV로 보겠다는 수용자가 있다. 그러나 각종 가전제품의 성장으로 대형화된 TV, 홈씨어터, 프로젝터의 보급화 등 집에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소비자들도 많다. 극장 상영보다 저렴한 VOD를 두고 굳이 시간을 들여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는 극장 수익과 직결된 문제이고,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는 '옥자'를 통해 가입 유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FACT 체크 3=향후 해결 방안은?
이번 멀티플렉스와 넷플릭스의 힘겨루기는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전통적인 극장 개봉 후 IPTV 진출이라는 방식을 깨뜨리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서 영화 '판도라'와 '루시드 드림'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판권을 사들여 전 세계에 독점 배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선 두 작품의 경우 한국에서는 홀드백 기간을 뒀다.
그러나 이번 '옥자'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영화라는 점에서 케이스가 다르다.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 입장에서 한국만을 특별 대우할 수는 없어 보인다. 또한 '넷플릭스 극장 동시개봉'이라고 공언한 부분을 번복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아직 개봉까지 기간이 남아 있어 유보적이지만 만약 극장 상영이 불가능해진다면 이후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전문 업체들은 이번 '옥자' 건을 계기로,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개국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톱 PD를 포함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에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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