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사를 똑바로 안받느냐, 내가 누군줄 알고, XXX XX야"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송대관(71)이 유명 여가수 매니저인 홍모씨로부터 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린 뒤 병원에 입원까지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팩트> 취재 결과 송대관은 KBS '가요무대' 녹화날인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 로비에서 홍모씨로부터 이같은 봉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대관은 이날 자신의 무대녹화를 끝내고 나오던 길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몇몇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씨는 "왜 내 인사를 똑바로 안 받느냐, 내가 누군줄 알고, XXX XX야, 노래를 못하게 하겠다,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또 홍씨가 폭언과 함께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다른 가수 매니저들이 뜯어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피해 송대관은 자신의 매니저와 황급히 자리를 떴다.
송대관이 홍씨로부터 폭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 사실은 방송관계자들 입에서 먼저 나왔다. KBS '가요무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6월 가요무대 호국특집을 준비하면서 당일 송대관에게 출연여부를 문의하던 중 처음 알려지게 됐다.
이때 송대관은 방송관계자에게 "혹시 그날 홍씨 소속사 가수도 출연하느냐"고 물었고, "왜 그러느냐"고 하자, "너무 힘든 일을 겪어 무섭고 살 떨려서 (홍씨가 데리고 나올) 그 가수와는 도저히 같은 무대에 설 수 없을 것같으니 빼달라"고 해 자연스럽게 주변에 전해졌다.
27일 밤 사실 확인을 위해 찾아간 기자에게 송대관은 처음엔 "그런 일이 없다, 별거 아닌데 와전된 것 같다"고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방송관계자들로부터 들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자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해 괴롭다" "50년 가수 인생에 이런 봉변은 처음이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송대관 소속사인 예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모두 사실이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져 소속사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니저들도 선후배간 지켜야할 도리가 있고, 가수들은 각자 상식과 룰에 따라 방송활동을 한다"면서 "항상 젊잖고 온화한 미소로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송대관씨가 이런 일을 당한 건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격"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송대관의 매니저 이모씨(예찬엔터테인먼트 기획운영본부 이사)는 "녹화가 막 끝나서 제가 주차장으로 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돌아왔을 때는 다른 가수 매니저들이 홍씨를 막 붙잡아 떼어놓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또 "제가 도착 한 뒤에도 계속 입에 담을 수 없는 심한 욕설과 함께 주먹다짐을 하려고 하길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대표님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이러시면 안되지요'라고 말하고 부랴부랴 (송대관씨를) 에스코트해 모시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25일 송대관은 충격에 헤어나지 못하고 당일 모든 스케줄을 취소한 채 병원신세를 진 것으로 밝혀졌다. 매니저 이씨는 "이날은 원래 병원예약이 사전에 잡혀있긴 했지만 잠깐 체크만 하고 다른 스케줄을 소화할 계획이었다"면서 "그런데 의사로부터 스트레스성 급성 우울증이란 얘기를 듣고 하루종일 안정을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송대관이 고희 나이에 젊은 후배가수 매니저한테 사실상 테러를 당한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방송계에서 잔뼈가 굵은 고참 예능PD인 K씨는 "처음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을만큼 황당하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가요계나 방송가 전반에 엉뚱한 불똥이 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한가수협회 한 관계자도 "오랜 시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대중가수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정잡배 취급을 받고 굴욕적인 언어폭행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이런 불행한 일은 두번 다시 일어나선 안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이 문제는 가수협회 차원에서 해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대관에게 폭언과 위협을 가한 홍씨는 한때 젊은 댄스가수를 키워내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유명 트로트 여가수의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송대관 소속사인 예찬엔터테인먼트 대표와도 매니저 선후배를 자처하며 콘서트 등에 도움을 주고 받아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당사자인 홍씨는 "옥신각신 말다툼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실제 사실과 크게 다르게 와전됐다"고 반박했다.
28일 오전 일본에 머물고 있는 홍씨는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평소 (송대관씨가) 우리 가수한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사도 잘 안 받은 데다, 내가 인사를 건네도 건성으로 받았다. 그래서 내가 송대관 매니저한테 하소연하듯이 그 얘기를 했고, (그 일로) 그날 송대관씨가 먼저 나를 불렀다. 얘기 중 서로 화가 나서 심한 표현이 나오기는 했지만 주먹다짐을 했거나 위협을 가한 일이 없다. 또 곧바로 (송대관씨) 소속사 대표한테 사과를 하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얘기를 했는데 뒤늦게 이 일로 나만 못된 사람으로 비쳐진다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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