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썰왕설Re:] '윤식당' 웃고 이준기 울고? 리얼리티는 환상

최근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는 리얼리티를 빛나게 하는 가상의 환상적인 요소들이 뒷받침돼 있다. /tvN 윤식당 포스터

설(레는) Re(플) : 예능은 예능일 뿐(2236****)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리얼리티, 설정극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의미이다. 꾸밈없는 것은 편안하고 가볍게 다가온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프로그램 콘셉트로 빌려올 땐 많은 의미가 달라진다. '진짜'를 외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곧 시청자의 마음을 흔드는 '환상'을 무기로 한다.

리얼리티를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은 익숙해졌다. 화제성이 떨어지면 흐름이 바뀌는 예능계 판도에서 리얼리티는 여전히 방송가에서 애용하는 콘셉트이다. 일종의 특별한 공간인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스타들이 리얼리티라는 콘셉트 아래에서 보다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한다. 그들에게서 평소 찾아볼 수 없던 면모를 발견하는 신선함이 흥미를 돋우는 요소다.

제작진이 리얼리티를 강조하면서부턴 프로그램에서 이뤄지는 모든 장면은 단어 뜻 그대로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라는 점을 약속하는 셈이다. 그래서 빠져들기 쉽지만 동시에 이를 조금이라도 어긴다면 외면받고 나아가 비판받기도 쉽다. 리얼리티를 바라보는 시선이 진지해졌다. 역으로 따지고 보면 몰입하고 열광하고, 리얼리티의 가치에 반했을 때 실망하는 이유는 환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배우 이준기는 tvN 내귀에 캔디2 방송 중 열애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비판을 받았다. /더팩트DB

최근 배우 이준기가 때아닌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렸다. tvN '내귀에 캔디2'에서 박민영과 달콤한 분위기를 마구 뿜어냈는데 알고 보니 전혜빈과 실제 열애 중이었더라는 평범한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이준기는 전혜빈과 열애 인정 후 축하받아야 할 상황에서 "연애하고 있다면 '내귀에 캔디2' 같은 프로그램은 출연하지 않았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시청자가 뿔난 이유는 이준기와 전혜빈의 열애 사실이 아니다. '내귀에 캔디2'가 MBC '우리 결혼했어요'나 JTBC '님과 함께'처럼('우리 결혼했어요'나 '님과 함께' 출연자는 열애설에 휘말리거나 결혼을 알린 후 더욱 거센 비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상 연애나 결혼을 전제한 프로그램도 아니다.

단지 전화통화로 익명의 친구와 비밀 통화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리얼리티일 뿐이다. 여기서 익명의 친구가 동성이 아닌 이성이고, 이준기는 박민영과 통화에서 설렘을 유도하는 멘트로 마음을 터놓는 관계 그 이상의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그런데 마침 전혜빈과 열애가 알려졌다.

아쉬운 타이밍이다. 시청자는 한창 리얼리티로 포장된 환상에 젖어들 즈음 '환상은 환상'이라고 흔들어 깨우니 반기지 않는 마음도 공감이 간다.

윤식당은 발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지만 분명한 로망을 심는다. /윤식당 포스터

한편 tvN '윤식당'은 리얼리티로 심은 환상을 적절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좋은 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초 격인 KBS2 '1박 2일'을 만든 나영석 PD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윤식당'은 신구,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손님들은 테이블에 앉은 후에야 자신들이 녹화가 된다는 고지를 받는다. 그러나 조금 신기해할 뿐 곧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서진과 신구는 주문을 받고, 윤여정 정유미는 손님이 한 명씩 들어설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 손님이 얼마나 올지,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짜여져 있지 않다. 재료가 갑자기 떨어지는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고 요리하다가 실수하는 불상사가 생길수도 있다. 그래서 리얼리티다.

반면 이러한 치열한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게 재밌는 이유는 리얼리티를 둘러싼 환상 같은, 그리고 진짜가 아닌 상황 때문이다. 누리꾼은 "여행객들의 여유로 대리만족 받는 기분(xrox****)"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기분(ykjh****)" "'윤식당' 보면서 여행 생각도 나고(sm31****)" "'윤식당'에는 매출 압박이 없지, 일반 사람이 진짜 장사하는 거면 저렇게 여유롭게 되나(nodu****)" 등 반응을 보인다.

지상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발리의 푸른 바다와 이국적인 풍광만으로 '심쿵'하는데, 윤식당도 흠잡을 곳 없이 예쁘고 아늑하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윤식당을 위해 고민하고 행하는 것들은 진심이겠지만, 휴식공간의 로망인 그곳에서 생업이 아닌 촬영차 한식당을 운영해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환상을 자극한다. 그래서 시청자는 윤식당의 성공을 기원하지만 손님이 없어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환상처럼 느껴지지 않을수록 리얼리티에 집중할 수 있지만 리얼리티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또 환상적인 요소가 분명히 필요하다. 리얼리티와 환상, 진짜와 가짜,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빠지지 않는 필수적인 성공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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