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희극인들한테는 남모를 애환이 있다. 좋든 싫든 내 기분과 상관없이 늘 상대방을 웃겨야하는 숙명을 안고 살지만, 그 당사자들은 정작 웃음 때문에 울고 웃는다. 객석에서 반응이 없으면 차라리 받은 개런티를 돌려줄지언정 못내 마음이 편치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책은 결국 웃음이다. '뽀빠이' 이상용은 수천개의 웃기는 상황 메뉴얼을 만들어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척척 꺼내놓는 훈련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남보원은 심지어 상갓집에서조차 상주나 문상객들에게 거부감 없는 유머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희극인들의 처지에선 직업 특성상 누구라도 일단 웃어주면 고맙고 행복하다. 물론 웃음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아서 그 종류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폭소로 통칭되는 너털웃음이나 파안대소는 대환영지만 실소나 냉소, 조소 등 비웃음은 그야말로 독약이고 비수다. 확실히 웃기는 일도 기술이다.
◆ '대장암 투병' 유상무, '명예회복이 버겁지만 희망은 있다'
유상무는 수년 전 '개그콘서트'의 '씁쓸한 인생'에서 '유상무상무상' 이미지와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당시 능청스런 그의 말재간과 순발력은 특급 개그스타 면모를 갖춘 독보적인 '익살 캐릭터'로 굳었다. 예상대로 유상무는 이때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 5월 '어처구니 없는'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을 때 세인의 모든 시선은 실소였다. 그를 보며 박장대소하던 팬들조차도 냉소 아니면 조소로 일관했다. 남들은 모를 그 자신만의 속사정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들끓은 여론 재판은 유죄로 끝이 났다.
물론 여기엔 사건 당시 '강제성'이 입증됐다는 경찰 발표도 한몫을 했다. 이후 7개월간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그는 지난해 12월 성폭행 미수 혐의와 관련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성폭행이란 억울함은 벗었지만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빚어낸 '주홍글씨'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 슬랩스틱 코미디의 창시자 찰리 채플린, "인생은 결국 희극"
개그맨 원조격인 찰리 채플린은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희극배우였고, 카메라 앞에서는 자신의 슬픔도 웃음으로 바꾸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그는 100년전 희극배우로 살면서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지금도 희극인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말은 '#인생 #비극 #희극'으로 조합된 문구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유상무는 최근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오명을 벗자마자 찾아든 암 발병 소식,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은 말그대로 안타까움이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수없이 속을 끓였을 유상무는 홀로 남은 병상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명예회복이 버겁고 힘들지만 희망은 있다'고 버티지 않았을까. 또다시 싸워야 할 암과의 투병에서도 희망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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