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보통사람' 손현주 "러닝셔츠, 오랜만에 제 옷 입은 듯"

영화 보통사람 주연배우 손현주. 배우 손현주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영화 보통사람 제공

'보통사람'에서 형사 강성진을 연기한 배우 손현주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신작에서 말 그대로 보통 사람, 평범한 가정의 가장을 연기한 배우 손현주(52)는 "오랜만에 제 옷을 입은듯했다. 다 떨어진 러닝셔츠와 트레이닝 복"이라고 말하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손현주가 출연한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공동제작 영화사 장춘)은 1987년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형사 강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지난 23일부터 관객을 만났다. 그는 극에서 강성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1965년생인 손현주는 영화에서 배경이 되는 1980년대를 실제로 지나왔다. 그는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 자신이 겪은 1980년대 회상에 잠겼다.

배우 손현주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영화 보통사람의 시대적 배경이 된 80년대 당시를 회상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보통사람 제공

"저는 1984년에 대학교 1학년이었어요. 격동의 시기였죠. 저희는 방황의 시기였고 갈등의 시기였어요. 학교에서는 등록금 투쟁이 있었고. 88올림픽 전에는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죠.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메가폰을 잡은 김봉한 감독은 격동의 시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 이번 작품은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적 배경, 소품들로 80년대의 향기를 재현했다. 성진의 일터 청량리 경찰서를 비롯, 순댓국집, 골목길, 당시 귀했던 바나나 등이 관객을 추억에 잠기게 한다.

"70년도에는 바나나가 정말 귀했죠. 80년대에는 좀 덜했지만 그래도 귀했어요. 80년때는 국광이라는 품종의 사과가 귀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지금은 다 없어졌는데 저도 어머니가 국광을 사 오면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배우로서 치열한 인생을 살아온 손현주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언어장애를 지닌 부인,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이끄는 가장을 연기했다. 극에서 우연히 권력과 부에 편승하게 된 강성진 캐릭터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이에 대해 잠시 눈을 감지만, 뒤늦게 잘못을 깨닫는다. 지금의 명성을 쉬이 얻지 않은 손현주가 만약 강성진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배우 손현주는 영화 보통사람 강성진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경우를 가정하며 되도록 타협은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보통사람 제공

"실제로 저에게 그런 선택의 상황이 오면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정의로우려면 '아니야'라고 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아닌 길로 가지 않습니까.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가는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오면 대단히 갈등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되도록 (양심과) 타협은 안 할 것 같네요."

손현주는 "보통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정치적인 이야기는 오늘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사실 필자는 '평범한 사람' 혹은 '구수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몸짓 연기나 말투에 어떤 신경을 썼는지 궁금해서 물은 것이었다. 그의 진중한 반응을 마주하니, 당초 질문한 의도에 대한 답보다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졌다. 그에게 신중한 답변이 돌아온 이유는, 그가 강성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한 사회에서 그저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지 않을까.

"정치적인 이야기는 오늘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극에서 아내와 아들이 아프죠.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80년대와 2017년, 과연 뭐가 다를까 싶어요. 달라진 점이라면 주변 기기들이 달라졌을까요. 환경은 좀 나아졌겠지만 생각하는 것들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는 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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