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눈길' 김향기 "역사인 위안부 문제, 연기에 고민 많았다"

아역배우 김향기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눈길의 주인공을 맡았다. 인터뷰 당일, 김향기는 영화 제목에 맞춘듯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2006년 영화 '마음이'에서 유승호와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향기(17)는 당시 일곱 살에 불과했다.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김향기가 보여준 연기는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듬해 드라마 '소금인형' '불량 커플' '못된 사랑'에 이어 영화 '방울토마토' '걸스카우트' '잘못된 만남' '그림자 살인' '웨딩드레스' '해결사'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뛰어난 연기에 따른 상도 받았다. 김향기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로 2013년 제2회 에이판 스타 어워즈 여자 아역상과 MBC 연기대상 아역상을, 이듬해 영화 '우아한 거짓말'로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 및 제16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여자 청소년 연기상을 수상했다.

매 작품마다 아역배우스럽지 않은 성숙한 연기로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소화한 김향기는 2부작 드라마를 영화화한 '눈길'(극본 류보라·연출 이나정)로 KBS 연기대상 여자 청소년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3월 1일 개봉된 '눈길'은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최종분(김영옥 분/아역 김향기 분)과 그가 동경했던 동네 친구 강영애(김새론 분)는 어느날 일본군에 끌려 어디론가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김향기는 '눈길'에 출연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향기는 "사실 위안부 문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일부러 찾아보고 깊게 생각해본 시간은 별로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그래서 더 많이 배웠다. 지금도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생존해 계시기 때문에 더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죠. 어렵기도 했지만 무거운 소재이지만 작가님이 무섭게 표현하지는 않으셨죠. 개인적으로는 저에게 연기적인 면에서 성장시켜준 작품인 것 같아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고민하며 연기한 김향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저도 긍정적이죠. 김향기는 눈길에서 연기한 종분의 낙천적인 성격에 대해 저와 비슷하다면서 어두운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감정선을 배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드라마로 촬영됐다가 스크린으로 본 기분은 어땠나?

KBS에서 드라마로 나왔을 때는 두 번 정도 봤었죠. 같은 내용이라도 큰 스크린에서 끊기지 않고 보니까, 소녀들의 모습이나 감정이 고스란히 잘 표현되고 전달이 잘 되는 것 같아 크게 와 닿았습니다.

-극 중 종분이가 매우 낙천적인 인물인데 실제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저도 힘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는 게 비슷했던 것 같아요.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조금 어두운 역할이었는데,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감정선을 배웠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겠더라. 특히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장면은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배경도 배경이지만, 영화 제목이 '눈길'이라 하얀 눈밭을 많이 찾아다녔죠. 추운 것도 있었지만, 영화가 잘 표현되려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그 때만 참으면 잊혀지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큰 어려움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호흡을 맞춘 김새론과 동갑내기 친구다.

(김)새론이랑은 두 번째 작품이라서 정신적으로나 대화할 때나 통하는 게 많아요. 호흡도 잘 맞고요. 저도 종분이 대사를 할 때 새론이한테 한다고 생각하고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먼저 소녀들이 위안부 소용소로 끌려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엄마가 기다릴텐데'라고 하는 장면이요. 당시 소녀들이 겪었을 무서움과 혼란스러움이 담긴 것 같아서요. 그리고 마지막에 할머니 종분이 눈이 내리는 장면에서 좋아하는 모습이요.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뒷모습을 보면서 아련한 감정이 담겼다고 할까요? 꼭 끌어안아 주고 싶은 장면이었죠. 뇌리에 박힌 것 같아요.

김향기는 눈길이 영화화되기 전 드라마로 방영됐을 당시 친한 친구의 부모님이 드라마 잘 봤다. 고맙다고 한 말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남용희 기자

-혹시 친구들이 보고 소감을 얘기해준 게 있나?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그거 드라마로 방영된 거 아니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는 얘기를 안했지만 다 봤구나'라고 생각했죠. 친한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 부모님이 저한테 '드라마 잘 봤다'면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 때 정말 뭉클했죠.

-학교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학업과 병행하기 어렵지는 않나?

어려울 수 있죠. 좋아서 하는 연기이고, 제가 이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둘 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 촬영을 쭉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생각하면 저만 힘들 것 같아 최대한 좋게 생각해요.(웃음)

-작품 선택 기준이 있다면?

보통은 시나리오를 먼저 읽어 보는데, 그 때 느껴지는 감정과 캐릭터의 성격 등을 보고 와 닿는 게 있으면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한 번 읽어서는 잘 모르고요, 2~3번은 읽어보는 편이죠. 마음에 와 닿으면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나중에라도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최민식 선배님을 존경하고 좋아해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들은 보지 못했지만, 모든 작품에서 깊이 빠져드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신 것들도 찾아보는데 배우를 떠나 사람으로서도 본받아야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눈길'이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나?

영화를 보시면 모든 분들이 같은 마음을 가지실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잊지 말고 간직하고, 책임감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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