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저 남진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이 쓴 허무맹랑한 글입니다. 사기를 치려면 그럴 듯하게, 아니면 비슷하게라도 흉내를 내야하는데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니 더 어이가 없는거죠."
가수 남진이 발끈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사칭해 SNS에 올린 글 때문입니다. 27일 오후 <더팩트>와 단독 인터뷰한 남진은 "(자신을 사칭한 사람은) 어리숙한 아마추어 사기꾼"이라고 단정했습니다. ([단독] 가수 남진 사칭 '지역감정 조장 대권주자 비난글' 확산, 수사 의뢰-27일 더팩트 보도)
처음에 그는 장난글로 생각해 무시했다고 합니다. '여고시절'의 주인공인 후배가수 이수미가 지난 22일 문자를 보내 "오빠가 이 글 쓴 거야? 설마 아니겠죠? 누군가 장난으로 쓴 것 같은데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다"고 할 때만 해도 웃고 넘어갔다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자신의 지인들 수십 수백명이 이 내용에 대해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라면 비록 가짜글이라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이 선 거죠.
남진은 27일 오전 자신의 주거 관할지역인 성남시 분당경찰서를 찾았습니다. 사이버수사대 이모 경장과 면담을 하고 최초유포자를 찾아 엄벌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더이상 방치하다간 치명적 이미지 손상이 우려됐던 탓입니다.
물론 이 글 내용은 가짜입니다. 남진 이름을 내걸고, 그의 군복무와 가수활동 및 가족사 등을 그럴싸하게 버무렸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진한 호남사투리를 섞어 남진처럼 보이도록 위장했고요.
최근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 판국을 틈타 음모론적 유언비어 난무하고 있습니다. 와중에 등장한 유명 가수의 이름을 사칭한 글이어서 더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끌었습니다.
<더팩트>가 남진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글에는 결정적으로 오류가 있었습니다. 딸을 넷 낳은 걸로 말하고 있지만 실제 남진한테는 세딸과 아들 한명이 있습니다. 자녀가 넷이고 딸부자인건 맞지만 세밀하지 못한 것이죠.
군대문제와 관련해서도 틀렸습니다. 글속에서는 남진이 6개월간 월남에 파병용사로 근무한걸로 돼 있는데 남진한테 직접 물어보니 69년부터 71년까지 25개월간 근무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남진이 쓴 글이라면 굳이 월남군복무기간을 줄여서 언급할 이유가 없겠죠.
가장 중요한 오류는 바로 사투리 표현입니다. 남진이 평소 쓰는 사투리는 물론 아니고 일반적인 호남사투리라고 하기에도 어딘가 어색합니다. 남진은 "먼 놈의 사투리가 이리 요상시럽고 껄쩍지근하냐"고 껄껄 웃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적한 대목은 지역감정 부분이었습니다. 남진의 아내 강정연씨는 부산 동래 출신입니다. 지금도 동래에는 처남들이 살고 있고, 자신은 동서화합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단지 그가 평소 방송에 나와 쓰는 짙은 호남사투리를 이용해 누군가 엉터리 마타도어를 엮어 사칭한 셈입니다. 경찰이 과연 첫 유포자를 잡아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남진은 마냥 얼얼한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 지역감정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겠죠. 그런데 글을 보면 뻔히 보이는 것처럼 너무 저급해요. 또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반드시 붙잡아서 단죄를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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