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별과 함께'②] "강하늘·박정민·한재영 발굴? 인성이 가장 중요"(인터뷰)

배우 황정민 강하늘 박정민 등이 소속된 샘컴퍼니에서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김태호(사진) 실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임세준 기자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가 가수 최곤(박중훈 분)에게 건네는 대사이다.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곁에서 묵묵히 빛을 비춰주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 중 스타와 한 몸 같은 존재인 '매니저'를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져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내 스타'를 위해 발로 뛰는 '매니저의 길'을 <더팩트> 취재진이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연예인과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반자, 때로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엄격한 관리자, 동고동락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직업, 바로 매니저다.

매니저는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 옆에 바늘과 실처럼 따라붙는 존재이다 보니 덩달아 대중의 환상과 관심 속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매니저는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바쁘게 움직인다. 단순히 연예인 일정을 관리하고 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한 사람이 연예인으로 성장해 스타로 발돋움하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통찰하고 기획하는 전문가다.

<더팩트> 취재진이 매니저의 'A to Z'를 알아보기 위해 김태호 샘컴퍼니 매니지먼트 실장을 만났다. 샘컴퍼니는 뮤지컬 제작자이자 배우 황정민 아내 김미혜 대표이사가 설립, 현재 황정민 강하늘 박정민 정상훈 한재영 최우리 등이 소속돼 있다.

김태호 실장은 고등학교 2학년부터 품은 매니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경남 진주에서 상경했다. 대형 매니지먼트사에 취직해 첫발을 내디뎠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지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힘든 만큼 천직이라고 여기는 매니저의 매력을 알아갔다. 이젠 눈빛만 통해도 소속 배우들의 신뢰를 두둑이 받는 형이자 말보다 행동으로 입증하는 기획자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걸어왔던 매니저의 길, 그리고 앞으로도 뚝심 있게 걸어갈 방향에 대해 자유로운 이야기를 풀어봤다.

김태호 실장은 매니저를 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열정적으로 도전했다. /임세준 기자

◆ "매니저 하고 싶다" 달려든 열정 그리고 현실

"고등학교 2학년 한창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였다. 어린 나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사회 교과서를 보면 모든 직업관이 나와 있었다. 항상 그 책만 보면서 직업을 하나씩 체크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직업 중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호기심이 가더라. 직업에 대한 주관이 있었다. 평범한 일보다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고 펜을 굴리기보다는 자유로운 일을 하고 싶었고 해외에 나가고 싶었고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았다. 매니저가 적성에 맞더라.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도 혼자 움직이고 본인이 나서지 않을 텐데 매니저가 궁금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기획사마다 매니저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돌렸다. 그런데 너무 어리니까 안 뽑는다더라.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막 한류 붐이 시작할 때여서 나만의 특기를 가지려고 일본어과를 갔다. 제대하고 복학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한 거대 매니지먼트사 매니저 채용 공고를 찾아서 그곳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했다. 그땐 안 뽑는다고 하길래 '일이 힘들어도 빨리 그만두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한 달 뒤에 다시 연락하래서 달력에 적어놨다가 전화하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더라. 한류가 활발한 시기여서 일본어과를 나왔고 일본어를 할 줄 안 덕분에 합격했다.

회사엔 사람이 많고 다들 일하기 바빴다. 사람들이 다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니까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다닌 지 얼마 안 돼서 어느 순간 딜레마가 왔다. 매니저 일이 좋아서 시작한 건데 심부름에 치이는 것 같았다. 전 회사에서 황정민 선배와 인연이 생겨서 샘컴퍼니에 왔다. 황정민 선배는 매니저로서 삶의 은인이다. 우리는 작게 시작해서 가족 같다. 우리끼리 끈끈해서 결과도 잘 나오는 것 같다."

김태호 실장은 사람 관계로 이어가는 매니저 직무에서 정직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 사람 다루는 매니저의 필수 덕목, 정직

"로드매니저(현장매니저)는 배우가 촬영을 시작하면 몇 개월 찍으니까 현장에서 다른 팀과 잘 지내고 배우 사고 없이 잘 챙기면 된다. 실장이 하는 일은 배우들 반응을 보고 관계자들을 만나 홍보하고 준비되는 작품 있으면 찾아가서 배우 소개하고 제안하는 것이다. 출연 결정까지 조율을 하는 거다. 신인배우는 작품을 잘 모르니까 제안이 들어오면 제작진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기획형 매니저와 관리형 매니저 두 가지 성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잘 보고 일적으로 촉이 있는 기획형 매니저와 배우의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잘 맞추는 관리형 매니저가 있다.

신인은 아무도 모른다. 매니저가 한 발짝 뛰지 않으면 누구도 신인한테 연락할 일은 없다. 책임감이 드는 거다. 그게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오늘 발로 뛰지 않으면 배우는 의미 없는 하루로 끝나는 거니까 뭐라도 만들어보려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까 반응이 오고 검증하게 됐다. 더 중요한 건 배우가 매니저를 얼마나 믿느냐다.

매니저는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 대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신뢰가 깨지면 존재의 가치가 없다. 거짓말하는 걸 되게 싫어한다. 잘못했을 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했을 때 성장하는 건데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거짓말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딱 그거 하나다.

지칠 때는 매니저가 아닌 사람으로 돌아갈 때이다. 바쁘게 지내다가 김태호라는 사람으로 집에 왔을 때 혼자 밥을 먹으면 허전하다(웃음)."

김태호 실장은 샘컴퍼니 신인배우 발굴 기준으로 연기력과 인성을 꼽았다. /임세준 기자

◆ 매니저=기획자, '내 배우' 발굴과 발견

"신인을 발굴할 때 기준은 우선 연기자니까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기는 기본이다. 빛을 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잘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인성이다. 우리 배우들과는 지금도 서로 만나면 '나는 너를 만나서 잘됐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어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배우가 올라가긴 어렵지만 내려오긴 너무 쉽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 때까지 만나보고 결정한다.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배우가 확 떴을 때 아닌 걸 맞다고 하면 독이 될 수 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면 주변 사람은 떠나게 된다. 잘되면 자기 덕, 안 되면 매니저 탓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배우들한테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는 이야기를 한다.

'재심'이 이슈가 되는 게 요즘 보람된 순간이다. 강하늘과 한재영 두 배우가 나오니까 걱정했는데 기분 좋다. 박정민도 '염력'과 '그것만이 내 세상' 합류로 올해 바쁠 것 같아서 행복하다.

매니저가 배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일하기 어렵다. 다 사랑한다. 반대로 배우들한테 물어봐도 날 사랑할 거다. 혹여 그들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