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재심' 강하늘 "불량해지려는 고민, 장발에 문신 추가했죠"

배우 강하늘이 영화 재심에서 조현우 역을 연기하면서 고민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재심' 강하늘 "흘러 흘러 사는 게 모토, 후회하고 싶진 않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배우 강하늘(27·본명 김하늘)은 청춘(靑春)이다. 젊음을 간직한 배우가 푸른 봄철을 만났다. 열심히 물고 있던 봉오리가 한껏 피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무엇보다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품고 있던 봉오리가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을 통해 곧은 잎을 틔웠다.

강하늘은 작품마다 흔들리는 청춘, 고민하는 청춘, 순수한 청춘, 성장하는 청춘을 제시했다. '재심'에서는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채 10년을 살아온 청년 조현우 역을 맡았다. 유약하게 내몰리고 상처받지만 무너지지 않는 청춘이다.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희망적인 결말을 떠나 지켜보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아픈 이야기다. 자칫 우울하게 가라앉을 수 있다. 하지만 강하늘이 '재심'을 만나 고민하고 답을 찾기까지 과정을 함께 따라가면, 표면적으로 묻어나오는 단편적인 감정에 그치지 않고 보다 깊은 공감과 이해가 보였다.

강하늘은 평소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은 '재심' 시나리오를 받기 2년 전쯤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그램으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먼저 접했다. "내가 하게 될 것 같고 만나게 될 것 같은 작품"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재심'과는 인연이었다.

실화가 영화화되는 경우 조심스러운 부담감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영화 소재가 된 사건은 방송에서 다뤄질 만큼 여파가 컸다. 그것도 '피해자'인 조현우 역에는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그래도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게 '쎄시봉' '동주'에 이어 벌써 세 번째인 강하늘은 나름의 주관이 뚜렷하게 생겼다.

"실화는 실화로 둬야 하더라고요. 실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조현우라는 극중 인물은 실제와 다르고, 상황도 극화에 의해 팩션이 가미됐잖아요. 실화를 영화로 가져오면 많은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오버한다거나 필요 이상의 튀는 것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집중하는 게 다였어요. 모든 답은 시나리오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감정보다 현우가 어떻게 느낄지 고민했어요. 현우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누명을 쓰고 억울한 수감 생활을 했는데 지금 김하늘로서, 강하늘로서는 10년 전에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거든요. 개인적인 상상이 들어간 건데 분노, 억울함이 표출된다기보다 이미 잠식돼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아픔보다는 뼛속부터 부정적인 기운으로 있고 싶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했어요."

강하늘은 재심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의 피해자를 만나 조심스러웠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은 사건의 실제 인물을 만나기도 했다. "그 분이 촬영장에 인사하러 왔을 때 사건이나 시나리오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려고 노력했다. 일상적인 말만 했다"며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 세월 단 1분 1초도 그만큼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무의식적으로 툭 내뱉은 말로 그 분이 가슴 깊이 갖고 있는 것을 건드릴 수 있으니까 함부로 말한다는 게 주제넘은 것"이라고 회상했다.

가슴 찡한 실화를 함께 영화로 구현한 김해숙과 정우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극 중 김해숙과 강하늘은 그야말로 모자지간이었고, 정우와는 형제보다 뜨거운 신뢰를 나누는 관계였다.

"김해숙 선생님과는 합이라고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느꼈던 건 하나예요. 왜 선생님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현장을 이끌면서 자신의 연기도 무너지지 않고 상대방도 끌어주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아우라가 있어요. 멋있다는 느낌이나 도움만 받았지 제가 합을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죠.

정우 형과는 안다는 걸 넘어서 친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친해야 연기할 때도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극 중 안 좋은 사이라도 친해야 호흡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뤄져요.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를 통해서 정말 많이 친해졌고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 예민한 부분을 봤다면 놀러 가서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사람으로 매력도 느꼈어요."

강하늘은 재심에서 선입견을 깨고자 일부러 불량한 이미지를 추가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은 '재심' 초반 장발 스타일을 소화했다. 조금 '흠칫'할 수 있다는 농담에 넉살 좋게 받아치면서도 의상부터 헤어스타일까지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저도 흠칫했어요(웃음). 그런데 착하기만 한 애가 억울해지는 것만 보여주긴 싫었어요. 이런 포맷은 많이 봐왔잖아요. 착한 사람은 누명 쓰면 안 되고 불량한 애들은 누명 써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선입견을 가질 만한 애도 누명을 쓸 수 있겠다는 연결고리를 가져보고 싶었어요. 학교를 안 다니는 설정이어서 머리가 장발인 콘셉트만 있었는데 염색도 넣고 불량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문신도 추가했어요. 그런 종류의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재심'에서는 장발뿐 아니라 섬뜩한 살인 재연 연기를 센 강도로 보여줬다. '동주'에서는 삭발도 감행했다. 이미지와 타협했다면 보지 못했을 장면들이다.

"살인 재연 연기를 하고 나서 감독님도 '하늘아 괜찮아?'라고 물어서 '감독님이 괜찮으면 괜찮은 거죠'라고 했어요. 연기자가 해야 할 역할은 대본에 나온 인물을 제일 열심히 표현하는 거죠. '동주' 때 삭발도 그렇고 '순수의 시대'도 그랬고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던 작품이에요. 말하는 것보다 반대가 더 심해서 '동주'를 안 할 수도 있었어요. 고집 세워서 감행한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다시 봤을 때 되게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강하늘은 배우로서 작품 선택에 과감하지만 인간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르려고 한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그는 작품을 향한 뚝심과는 달리 삶을 대하는 태도는 너그러웠다. 후회는 싫어하지만 저항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다. 사람 김하늘과 배우 강하늘이 모두 매력적인 근본적인 이유였다.

"살아가는 힘이랄까, '흘러흘러 사는 게' 모토예요. 영화 내용 때문에 억울한 게 있냐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 사실 없어요. 애매해요. 저는 저항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이게 정의니까 다 비켜'하는 성격이 못되거든요. 아직 억울한 상황이 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온다면)언젠가는 누군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하는 게 맞아요. 연기자가 신념을 갖고 이 작품에 올인하겠다는 식의 거창한 건 아니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동주'를 보면서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는데 삭발 때문에 고민했나'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지금보다 더 중요한 순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떳떳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강하늘은 청춘을 걷고 있는 배우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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