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 'OO'에 지금의 자이언티를 담았다
[더팩트ㅣ강수지 기자] '음원깡패' 자이언티(28·본명 김해솔)가 특유의 감성과 표현력으로 '지금의 자신'을 그려 돌아왔다.
자이언티는 지난 1일 두 번째 정규앨범 '오오(OO)'를 발표했다. 대문자 알파벳 'O' 두 개의 조합으로 구성된 앨범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앨범 이름에는 자이언티의 상징인 안경과 시야, 시각 그리고 대중과의 교집합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더팩트>는 앨범 발표 당일 서울 마포구 독막로 더블랙레이블 사무실에서 자이언티와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경을 벗고 인터뷰에 임한 자이언티는 해맑은 표정으로 차분하고 진솔하게 질문에 응했다. 어릴 때부터 공상하는 것을 좋아했고, 어릴 적 자갈밭에서 많이 뛰놀았다는 그는 그 때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머금은 듯 맑은 시선과 표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소속사가 바뀌었다. 어떤 점이 달라졌나.
회사 옮기게 되면 보통 큰 변화가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텐데 사실 스태프는 '양화대교' 이전부터 같이 작업해온 분들이라, 큰 변화가 없다. 프로듀서는 항상 같았고 이번 앨범까지 같은 스태프와 작업했다. 바뀐 게 있다면 사무실 주소 정도다(웃음).
- YG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이다. 양현석 대표의 조언이 있었나.
작업 하면서, 그리고 앨범 발매 직전까지도 감동한 부분이 있다면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해줬다. 더블랙레이블 대표는 테디 형님이다. 테디 형님이 제 길을 열어주고 지지해줬다. 트랙리스트부터 커버 하나 하나 빼놓지 않고 '너의 앨범이니 네가 만들어 가라'고 하면서 응원해줬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주셨다.
- 앨범 발표 시기가 많이 늦춰졌다.
원래는 지난해 9월, 10월쯤 '쇼 미 더 머니' 끝나고 얼마 안 지나서 발표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앨범 발표를 미루게 됐다. 첫 번째는 비염 때문이다. 비염이 너무 심해져서 코가 막힌 채로 반년을 살았다.
또 아무래도 저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곡을 많이 쓰는 가수다 보니, 할 말이 생기기 전까지는 곡을 만들기 어려웠다. 그래서 앨범을 내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쇼 미 더 머니' 하면서 방송 완주하는데 반년 정도 걸렸고, 에너지도 많이 쏟았다. 이후 좀 더 집중해서 앨범을 준비하느라 발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 둔 부분은?
완성도에 가장 중점을 뒀다. 계속해서 음악을 할 건데 떳떳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중에 자식들도 들을 음악이니까요. 제 감정을 어떻게 잘 담아낼지 고민했다.
- '콤플렉스'에 '양화대교' 얘기가 있더라.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 있고, 표현하고 싶은 게 많다. 그런데 기사 한 문단, 사진 몇 장, 대표곡 한 곡으로 아티스트의 대부분을 판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양화대교'가 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됐지만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 어떻게 보면 콤플렉스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콤플렉스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곡 내용에 '양화대교' 이야기를 포함 시켰다.
- 이번 앨범이 전 앨범보다 '좀 더 말랑말랑해졌다'는 얘기가 많다.
말랑말랑한 앨범인 것 같다. 이번 앨범에 자극적인 요소를 많이 줄였다. 전작이 더 강렬한 색채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전에는 더 눈에 띄고 싶었던 것도 있고, 시간도 흘렀고, 관심사와 취향도 바뀌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번 앨범은 성격이나 취향, 지금의 나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평가를 하시든 저는 좋다. 왜냐하면 말랑말랑해진 그 분위기가 '지금의 나'다.
- 다른 가수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저는 일단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기준은 다르겠지만 가창력이 좋다는 평을 받는 분들과 저는 다른 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색은)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곡에 저의 생각을 담는다는 점, 자전적인 저만의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며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서 완성도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 점인 것 같다. '완성도'라는 말이 웃겨 보일 수도 있겠다. 여러 식당에서 '어떤 재료를 사용한다'라고 써 놓듯이, 그럼에도 쓰는 표현인 것 같다. 지금의 제가 최선을 다해서 만든 앨범이다.
- 가사로 호응을 많이 얻는다. 비결이 있다면?
의식의 흐름대로 가사를 쓰는 편이다. 머릿속에 뭔가 쓱 스쳐지나가거나, 어떤 좋은 문장이 떠오르거나, '이건 노래다' 싶으면 일일이 메모한다. 그리고 생각난 문장이 내 입에 붙는다면 어떤 멜로디가 좋을지 생각해본다.
- 감수성, 비유, 표현력이 남다르다. 원천이 있다면? 예를 들어 책을 많이 있었다거나.
책은 거의 안 읽었던 것 같다(웃음). 중학생 때 도서관에 가본 것을 떠올려보면... 정말 많이 안 읽었다(웃음). 공부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떠오르는 게 있다면 어릴 적 개울가, 자갈밭에서 맨발로 뛰어다닌 기억이 있다. 그냥 별다르게 특별한 것은 없다. 부모님도 창작과 전혀 상관없는 분들이어서 제가 이런 창작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됐냐' 하시더라(웃음).
비결이라면 어릴 때부터 상상, 공상을 좋아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고, 노래 흥얼거리는 것도 좋아했다.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도 선생님이 '노래 대회 나갈 사람 없냐'고 묻자, 제가 너무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니까 친구가 노래 대회 나가보라고 해서 나갔고, 2등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팝송 대회였는데 어떤 곡을 부를까 하고 포털사이트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베스트 알앤비 곡을 검색했더니 알켈리의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가 나오더라(웃음). 여러 번 듣고 연습해서 불렀던 기억이 있다. 첫 소절 부르니까 관객들이 환호를 해주더라.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인상을 줄 수 있구나' 싶어 매력을 느꼈고, 그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축하공연을 했다. 혹시 영화 관계자로부터 협업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았나.
전혀 없었다(웃음). 그런데 저는 평소 영화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놓은 곡이 있다. (곡들이 좋은 것 같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좋은 것 같다(웃음). 제목도 있다. 혼자서 연주하는 곡들이 있는데 좋아서 그 노래들이 이 영화에 들어가면 좋겠다 싶다. 그 곡들 가운데 아직 대중 앞에 발표한 것은 없다.
- 한 앨범으로 스토리텔링을 해볼 생각도 있을지 궁금하다.
한 감정을 앨범에 넣은 적은 있는데 아직 스토리텔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 그 자체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한 이야기를 풀어서 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목소리로 이야기를 대변하는 곡이 있다면 재밌겠다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