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사립학교 이사장(이경영 분),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이기우 분)는 훈남에 돈도 많은 재력가.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에서 계약직 교사 효주(김하늘 분)의 자격지심에 피해를 보는 혜영(유인영 분)의 이야기다.
'너는 되고, 나는 안 된다는 거. 우습지 않아?'라는 효주로 인해, 아버지의 힘으로 정교사에 채용된 혜영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남자친구를 두고도 체육 특기생 재하(이원근 분)를 만났던 게 화근이었다. 10년이 넘게 책을 쓴다는 이유로 제대로된 일도 하지 않는 한 남자(이희준 분)만 바라보던 효주 입장에서는 혜영에게 질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사회적으로 혜영을 매장시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
혜영은 어떻게든 상황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려고 노력한다. 싹싹 빌기도, 회유를 하기도 했지만 효주는 이미 정상 범위를 넘었다. 결국 혜영은 반전을 준비하고 효주는 폭주하고 만다.
'여교사'에서 섬세한 연기를 펼친 유인영(본명 유효민·33)을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 라디오엠에서 만났다. 그동안 강한 역할이 많았던 유인영은 "'여교사'를 통해 섬세함을 얻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악역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 자극적이거나, 극과 극을 달리는 연기가 많았다. 중간이 없는 연기가 익숙했는데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효주와 관계상 위치가 바뀌었을 때 '진짜 못되게 해요?'라고 물었더니 '자연스럽게 하면 됩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깨달았다"면서 "캐릭터를 크게 보고 섬세하게 나누는 지점을 잊고 있었다. 김하늘 선배님의 섬세한 연기를 보면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고 회상했다.
다음은 유인영과 나눈 섬세한 일문일답.
-쉬운 영화는 아니다.
저도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어요. 쉬운 영화가 아니라는 것, 저도 공감하죠. 편집에 따라 의도한 주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감독님이 포인트를 어디에 두실지 기대가 됐죠. 재하와 혜영이의 관계에 대해 편집된 부분이 있어 아쉽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시사회 전에는 혜영이 악역으로 소개가 됐는데 오히려 효주가 악역에 가깝게 그려졌다.
의견이 분분하더라고요. 직장을 다니는 나이대의 여성분들은 효주에 감정이입을 하시더라고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억눌린 게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죠. 조금 어린 친구들은 혜영이한테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죠. 결론은 혜영이가 악역이 아닌걸로?(웃음) 저도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를 할 때 혜영이가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효주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혜영이가 얄미울 수 있겠다 싶었죠. 관람객들의 감정을 긁어내는 것만 같았죠.
-데뷔 후 첫 노출도 있었다. 생각보다 노출이 심하지 않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있었기에 거부감도, 노출신(scene) 이후로 뇌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일도 없었다.
촬영 때도 얘기한 부분인데요,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노출신' 자체가 돋보이지 말아야한다고 입을 모았죠. 영화 안에서 중요한 사건이긴 하지만 그거 자체가 부각되는 게 싫다고도 하셨어요. 전체 내에서 하나의 사건이지 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촬영장이 편했어요. 처음하는 노출이고 베드신이라 부담감은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김하늘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하늘 선배와는 큰 소리로 싸우거나 감정이 뒤섞이지 않아서 서로를 존중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 경험해본 거였는데, 김하늘 선배님도 저를 믿고 맡겨주신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죠. 이렇게 작업하는 것도 신기했어요. 언니라고 하지 않고 선배라고 한 것도 처음이고요.
-이원근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촬영이 없을 때도 연락을 자주했어요. 제가 선배이고, 후배랑 연기하는 게 처음이기도 했죠. 항상 오빠나 언니들,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들과 작업이 많았는데 신인배우랑 연기하는 게 처음이었죠.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김하늘 선배님이 나를 봤을 때 이런 느낌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배님도 동생들과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서 원근이한테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죠.
-촬영 전 김태용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면?
맑고 순수한 느낌이 들기 바란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어린 아이 같은 느낌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요. 원래 성격은, '정글의 법칙'을 보셔서 알겠지만 겁이 많거나 여성스러운 스타일은 아니에요. 무덤덤한 편이죠.
-유인영에게 2016년은 어떤 해였나?
적절하게 잘 보낸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계속 일만 했는데 매년 행복했지만, 개인적으로 했던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올해도 초반에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작품 사이에 간격도 없었고요. 몸이 힘들더라고요. 한 작품이 끝나자마자 여행을 떠난 것은 33년 인생에 처음이었어요. 예전에는 쉬는 게 불안하기도 했죠. 쉬어도 되나? 여행을 간다는 게 나한테는 과분하지 않을까? 안가도 되잖아? 라는 생각이 컸는데 올해는 적절하게 잘 활용해서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보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면?
고민이 좀 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받은 시나리오들이 비슷한 느낌의 배역이 많았는데, '여교사'를 찍고난 뒤에는 새로운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월까지는 '여교사'에만 집중해야죠.
-2011년도에 공주 신상옥 청년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감독이다. 앞으로 연출 계획이 있나?
아마 다시는 연출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감독, 연출가가 어떤 느낌인지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딱 거기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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