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이광수-유재석가 짊어진 무게
[더팩트 | 김경민 기자] '2016 SAF 연예대상'(이하 'SBS 연예대상')은 유독 마음이 먹먹한 자리였다. 화도 났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막내 이광수의 수상과 멤버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시상식 이후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7년간, 그들이 척박한 땅을 일궈 대표 예능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지켜본, 응원했던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SBS 연예대상'은 여느 때처럼 축제 분위기였지만, 그 가운데 한 자리를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런닝맨'팀이 눈에 밟혔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이 수차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지만, '런닝맨'팀은 의자에서 도통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의아하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이, 막내 이광수가 최우수상으로 호명됐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감정이 울컥 차오른 표정으로 멤버들과 한 명씩 진한 포옹을 나눴다. 송지효는 눈물을 흘리는 이광수를 안고 다독거리며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이광수는 무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 수상 소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너무 감사하다. 죄송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광수를 올려다보던 송지효는 함께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다른 '런닝맨' 멤버들의 표정에서도 울음기가 묻어났다. 이광수의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가 귀에 콕 박혀 마음을 짠하게 했다.
'죄송하다'는 한 마디는 이광수에 앞서 유재석으로부터 먼저 들었다. 이날 방송된 '런닝맨'에서는 프로그램 개편 및 김종국 송지효 일방적 하차 통보 논란 이후 다시 모인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김종국은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얼굴들을 이렇게 본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유재석은 앞에 놓인 상자에서 제작진이 넣어둔 사과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새해부터는 더 열심히 달리겠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마무리했다.
'런닝맨' 제작진은 연예대상이 끝난 후 "'런닝맨' 멤버들은 최대한 조용히 '2016 SBS 연예대상'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며 상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해온 바 있다"며 "'런닝맨' 프로그램에서는 1개 부문에서만 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알렸다.
애청자로서 수상 여부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떠나 멤버들이 '최대한 조용히' 있도록 만든 건, 이광수 수상에도 밝은 미소 대신 미안한 기색 가득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게 만든 건 결국 제작진이다. 그러나 시상식에서나 본방송에서나 눈물을 흘리고 죄인처럼 마음껏 행복해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건 멤버들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상 논란이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제작진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출연진으로서 연대책임을 지고 있다는 이유로 제작진의 사과를 전달하는 광경도 의례적이다. 하지만 이번 '런닝맨' 논란은 기술적인 실수가 아닌 7년간 동고동락한 동료에 대한 잘못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잘못으로 시청자들은 소중히 아끼던 프로그램 하나를 몇 달 후 잃게 됐다.
"죄송하다"는 이광수와 그를 지켜보는 멤버들의 눈물에 담긴 진심을 제작진도 애초에 조금이나마 헤아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시청자들은 이광수와 유재석의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기에는 마음이 참 불편하다. 엎질러진 물이 이토록 아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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