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생활하는 데 가장 기본이 바로 의식주(衣食住)입니다. 그 중 '식', 먹는 생활은 삶과 직결돼 있습니다.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게 보편화된 요즘, 예능가에는 일명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대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더팩트>가 있는 2016년을 뜨겁게 달군 '먹방쿡방' 촬영 현장을 취재하고 담당 PD들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9월 MBC에서 스페셜로 '밥상, 상식을 뒤집다-지방의 누명'을 방송해 화제를 모았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에 대한 반박 내용들이 등장했고, MBC는 오는 26일 오후 11시 10분 '지방의 누명, 그 후'라는 제목으로 재반박에 나설 예정이다.
어떤 식생활이 정답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지만 무엇보다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지난해 1월 30일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 채널 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 김대웅, 이영식 PD의 생각은 그렇다. 바로 '맛있게 먹는 게 건강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맛있는 녀석들'을 연출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8일 오전 '맛있는 녀석들' 촬영이 진행된 서울 마포구 양화로 김00대게를 방문했다. 23일 오후 8시 방송을 위한 녹화였다. 크리스마스 특집답게 럭셔리한 로브스터(lobster·바닷가재)를 먹기 위해서였다. 오후에는 용산구 이태원 로00 BBQ에서 립 바비큐를 먹을 예정이었다.
녹화 중간 '맛있는 녀석들' 김대웅, 이영식 PD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지난해부터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유행을 탔는데 '맛있는 녀석들'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대웅(이하 김)-작가들이 뚱뚱한 연예인을 데리고 단순히 먹자고 했어요. 잘 풀린거죠.
이영식(이하 이)-처음에는 뚱뚱한 개그맨이 나와서, 덩치가 커서 잘 못하는 걸 해보자는 취지로 계획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십자수나 자전거타기 같은 거죠. 그러다 그냥 먹는건 어떨까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다들 우려를 했죠. 개그프로가 아니라 먹방인데 그냥 개그맨들이 먹는건 실험이고 도전이었죠. 채널 이름이 코미디 TV니까 가능할 것 같아 밀어붙였죠. 가장 우려한 것은 푸드파이터 느낌이 나면 안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진짜 먹는다'라는 반응이었죠. 예쁘게 먹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먹으니까요. 많이 먹어본 입장에서 진심어린 맛의 평가가 나오니까 더 좋았죠. 다들 노하우가 있더라고요. '맛있는 녀석들'은 단순한 먹방이라기 보다는 더 맛있게 먹는 팁, 맛있는걸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팁을 주고 있죠.
-맛집 선정의 기준이 있다면?
김-우선 작가 포함 총 7명이서 돌아가면서 답사를 가죠. 답사가 제일 중요합니다. 다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맛이 겹칠 때는 다수결로 결정하죠. 어제도 답사를 갔는데 다 다르더라고요.
이-우선 작가들이 맛집을 찾는데, 회의 때마다 프린트물이 엄청나요. 작가들이 일주일 내내 시달리는 게 바로 맛집 찾기입니다.
김-선정에 문제가 있는 집들은 우선 배제를 하죠. 하루에 4~5개의 집을 일일이 다녀보죠. 시의성에 맞춘 계절 메뉴를 선정할 때도 있어요. 예컨대 추석이라면 추석 음식 맛집을 찾는 것이죠.
이-때로는 '야구장에서 맛있게 먹기'처럼 자유롭게 정하기도 해요. 오징어회를 맛있게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바로 산지에서 배타고 나가 먹는 거죠. 그게 다른 방송과 다른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멤버 중 가장 맛있게 먹는 사람은?
김-먹는 것은 김준현이 가장 맛있게 먹죠. 아버지를 따라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접한 것 같더라고요. 지식이 있으니 맛있게 먹는 방법도 아는 거죠.
이-(김)준현이는 맛있게 먹는 게 삶의 가치관일 정도죠. 그게 행복이니까요. (김)민경이는 아무거나 먹지는 않아요. 먹는 것만 먹는 편이었는데, 제 생각에는 안먹어 본 건 있어도 못먹는건 없지 싶습니다.
-두 분 모두 미식가 기질이 있는지?
이-형님(김대웅 PD)은 미식가세요. 저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편이었지만 연출하면서 좀 달라진 케이스입니다.
김-저는 미식 동호회 활동 때 많이 배웠죠. 그래서 '맛있는 녀석들'을 기획하면서 잘됐다 싶었어요.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이는 동호회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훠궈였습니다.
-살이 찌지는 않았나?
이-작가들이 최근 운동을 시작했어요. 13㎏까지 찐 작가도 있어요. 그런데 단순히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운동을 하는 겁니다. 먹고 싶은걸 참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그만큼 운동을 하는 거죠. 최근에 10㎏이 쪘길래 요즘 하루에 한시간씩 걷고 있어요. 맛있는 거 먹으려면 운동을 해야죠. 맛있는 것도 먹고 운동도 하고, 좋잖아요?
김-저는 맛있게 먹는 게 건강한거라고 봅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났을 때 먹는 건 행복이고요. 살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답사 때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제작진끼리 회식을 자주 하나?
이-답사가 회식이죠.(웃음)
김-촬영이 끝나고 정리하면 새벽에 끝나기도 하니까, 뭔가를 먹기가 애매하죠. 웬만하면 맛집에서 음식을 먹습니다.
-오늘 로브스터 음식값으로 77만원이 나왔다. 평균인가?
김-적당한 것 같은데요? 많이 먹은 것이긴 하죠. 일반인 4인 기준이 30만원인데…. 77만원이면 많이 먹은 것 같지는 않네요.
이-소갈비 때는 70만원이었어요. 이번이 크리스마스 특집이니까 좀 나오긴 했죠. 사실 먹기로는 청국장 때 제일 많이 먹은 것 같아요. 금액 대비 말이죠.
김-비싼 음식보다는 대중적인 음식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갈비나 로브스터보다 설렁탕이나 김치찌개, 밥종류에 호감도가 더 큰 것 같아요.
이-저번주 녹화가 소 특수부위 특집이었는데, 1인당 4인분씩 먹었죠. 녹화가 끝나고 난 뒤 준현이가 '너무 배고파'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끝나고 바로 넷이 짬뽕을 먹으러 갔죠. 짬뽕을 더 좋아하던데요?
-아무래도 비싼 음식은 부담이 될 것 같다.
김, 이-먹는 것에 눈치는 절대 주지 않습니다. 처음 방송 모토가 그거였습니다. 먹방계의 '인간극장'.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나?
이-저는 가리는 음식은 없습니다.
김-저는 바0바(아이스크림)요. 먹다 체한 적이 있어 먹지를 못해요. 음식을 가리지는 않는데 요즘 회가 좋더라고요. 회는 다 좋아해요.
이-쫄면을 제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쫄면을 좋아했는데 지금도 좋아해요. 평소에는 백반을 제일 많이 먹죠. 제일 빨리 나오니까요.
-방송 아이템으로 해보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김-프랑스 가정식이나 일본 가정식도 좋은데 저는 코스요리요. 중국 코스요리도 제대로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우스갯소리로 '우리 마지막회는 뷔페로 하는 거지?'라고 하는데 저희 방송 취지에 딱 맞죠. 뷔페에서 어떤 순서로 먹어야 최대한 많이 먹을 수 있을까? 어떤 공략을 해야 잘 먹을 수 있는지가 마지막회가 될겁니다. 최대한 안했으면 좋겠어요. 총 결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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