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는 올 하반기 그야말로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는 '뉴스의 블랙홀'이었다. 최순실 이슈가 등장한 이후 웬만큼 파괴력 있는 뉴스가 아니면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을 능가할 뉴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뉴스를 덮기 위해 곧잘 등장하는 게 음모론이고 그 단골 이슈는 열애, 결별, 마약 등 연예이슈지만 세계적 관심사로 등장한 최순실 게이트를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연예계가 잠잠했던 건 아니다. 연초부터 유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성추행 성폭행 등에 연루된 남자연예인들이 구설에 오르며 몸살을 앓았다. 최순실 이슈에 덮여 매년 등장하던 '11월 괴담'까지 잦아드는가 싶더니 연말에 강력한 한 방, 이른바 '남성 연예인 몸캠' 논란이 불거졌다. 병신년을 불과 보름 남겨둔 송년 막바지를 결국엔 매우 씁쓸하고 꺼림칙하게 물들여 놓았다.
음란 동영상의 주인공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20대 아이돌들이다. 첫번째는 지난 9일, 남자 배우 S씨의 이름으로 트위터에 퍼진 음란 동영상이다. 약 8분 50초짜리의 영상은 상대방 PC 카메라 속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는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종 낯뜨거운 장면을 담고 있다. 영상속 인물은 워낙 생생한 모습이어서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 "사실과 다르다" 해명, "강력 법적 조치" 경고가 무색한 부끄러운 자화상
각각 7분 51초와 11분 19초짜리로 편집된 두 번째 영상과 세 번째 영상 역시 추잡할 만큼 적나라하다. 영상에는 '몸캠'을 찍은 남성연예인들의 이름과 나이, 키, 그리고 채팅방 이름까지 기록돼 있다. 누군가 비슷한 이유와 목적으로 촬영해 배포한 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신 자신의 카메라 전원을 꺼놓아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앞서 등장한 영상처럼 매우 낯뜨거운, 당사자가 본다면 더 창피하고 수치스러울 포즈와 행위가 그대로 담겼다. 여성으로 추정되는 상대방은 채팅 프로그램인 '라인(LINE)'의 영상 통화 기능을 이용해 몇몇 유명 연예인과 헬스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남성들을 유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피해자임에도 대놓고 불만을 하소연할 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연예인들은 소속사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 법적 조치"를 간접적으로 언급했지만, 막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동영상이 유포된 직후엔 자신들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함으로써 이를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중 일부는 SNS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 속 인물의 액세서리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부인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 남자 연예인들 음란 영상 촬영, 호기심 행동 아닌 '추잡한 무개념 일탈'
도대체 누가 왜 찍었을까. 현재 나돌고 있는 여러가지 형태의 버전 중 하나는 한 유명 채팅녀가 연예인들을 포함해 남성 100여명을 찍은 뒤 금전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를 유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에 개당 수십만원씩을 받고 팔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향후 2차, 3차 피해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 사소한 잘못도 흠이 될 수 있다. 과거 발언 실수나 행동이 발목을 잡고, 어렵고 힘들게 오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번 음란 영상은 단순히 호기심이나 철없는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하다. 당연히 치러야할 대가는 크고 혹독할 수 밖에 없다. 연예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를 기억하는 팬들한테는 두고두고 꼬리표로 남는다.
연말 느닷없이 터진 '남자연예인 몸캠'은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최순실 사건을 덮으려는 물타기'라는 얘기로 번졌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억측에 불과하다. 누군가 불편한 뉴스를 희석시키려는 목적을 담아 의도적으로 터뜨리는 것이 소위 '음모론'의 정체다. 난데없는 음모론이라니, 추잡한 일탈의 주인공들한테는 그저 부끄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eel@tf.co.kr
[연예팀 │ ssent@tf.co.kr]